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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다음(Daum) 아고라에 지난 6일 오후 10시께 '구청장님, 천안함은 추모해도 되고 세월호는 왜 안 되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게시한 지 13시간이 지났을 무렵 <시사인천>이 확인해본 결과, 조회 수가 3000여 건이었고, 댓글이 50여 개 달렸다. 당시 최신 추천 베스트 1위에 등록됐다.

이카루스(tough****)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천안함 추모 현수막은 그대로 두더니 세월호 추모 현수막은 왜 떼는가. 촛불문화제 참석할 시간이 없어 아쉬웠는데, 시민단체에서 추모기간에 추모 현수막을 달아 준다기에 참여해 조금 위안이 됐다. 누구를 비난하는 문구도 없는데 구청장은 남동구민의 여론을 무시해도 되는가. 현수막을 철거해 화가 난다.'
   
지난 4일 인천 남동구 관내 가로수에 걸린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
 지난 4일 인천 남동구 관내 가로수에 걸린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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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구는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을 가로에 게시한 것은 불법이라며 철거했다.
 남동구는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을 가로에 게시한 것은 불법이라며 철거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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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천>이 취재한 결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이하 인천연대) 남동지부는 지난달 24일 남동구 지역 시민단체 협의체인 남동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산하 단체 7개와 남동구교육희망네트워크에 제안해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 현수막 제작·게시에 동의하는 시민을 모집해 현수막 213장을 제작했다.

이어 4월 4일 오전, 장수사거리에서 인천대공원 정문 방향 양쪽 인도와 장수사거리에서 남동정수장 방향 양쪽 인도에 있는 가로수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게시하기 전 남동구 도시경관과를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수막을 게시한 다음날인 5일 오후, 도시경관과 담당자가 이정석 인천연대 남동지부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청장이 식목일 행사로 관내를 다니다가 현수막을 본 것 같다. 철거 지시가 내려와 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천연대 남동지부는 철거에 대비하고자 지난 2일 남동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했으며, 6일 오전 7시께 현수막을 철거하기 위해 나온 도시경관과 직원들에 맞서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 현수막 일방적 철거 반대'를 내용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하고 있는 이상 현수막은 집회 물품으로 신고 돼 철거할 수 없다.

하지만 집회가 중단된 오전 10시께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도시경관과 직원들은 현수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도시경관과 담당 주무관은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구청장이 현수막 철거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구청장이 직접 지시한 게 아니라, 불법광고물은 업무상 철거하게 돼있다"고 한 뒤 "집회하는 도중엔 현수막이 집회용품으로 인정되지만, 사람이 없다면 불법현수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철거했다"고 했다.

'천안함 추모 현수막은 그대로 두고 세월호 현수막만 철거했다'는 인터넷 글에 대해서는 "천안함 현수막도 게시 후 2~3일간 유예기간을 줬다. 세월호 추모 현수막도 토요일에 걸어서 월요일에 철수를 예고했으니 이틀간 시간을 준 것 아니냐"며 "천안함 현수막도 유예기간 뒤 바로 철거했다"고 했다.

이정석 인천연대 남동지부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남동구민도 4명 희생됐다. 추모 분위기를 구민과 함께 만들려는 취지로 현수막을 게시했는데, 분위기를 꺾어 유감이다"라고 한 뒤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 재량권으로 추모 현수막을 게시한 사례가 있다"고 사례 몇 가지를 얘기했다.

전북 전주의 경우 추모 현수막을 게시한 쪽과 전주시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자 전주시장이 철거를 중단하고 사과했으며, 서울시 노원구는 현수막 게시기간을 합의한 후 게시해 사전에 분란을 없앴다.

이에 대해 남동구 도시경관과 담당 주무관은 "구청장께 직접 건의하라. 우리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해 법을 집행할 뿐"이라고 했다.

인천연대 남동지부는 세월호 인양과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폐지를 요구하는 구민들의 서명을 받고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라며, 추모 현수막도 조만간 다시 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동구와 인접해있는 경기도 부천시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추모행사를 기획해, 남동구와 비교된다.

정해웅 부천시 비서실 팀장은 <시사인천>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참사로 부천시민 두 명도 희생됐다.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시청 로비에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사고 직후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객들이 남긴 메모를 보관했는데, 그걸 분향소 주변에 전시할 계획이다"라고 한 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으고 대형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 시청 전 직원은 오는 13일부터 30일까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세월호, #추모, #현수막, #인천연대, #장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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