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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을 만들던 하청노동자는 왜 다시 크레인에 올라갔을까?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하노위) 강병재(53) 의장이 60m 높이 크레인에 올라간 지 하루가 지나고 있다. 강 의장은 9일 오전 3시경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N안벽 크레인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강 의장은 이날 저녁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높아서 그런지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춥다, 어제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지 지금 머리가 아프다"며 "밤에도 제대로 쉴 수 있을지 걱정이고,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은 2011년 철탑 농성 해제하며 맺었던 확약서의 이행을 요구하며 9일 새벽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N안벽 높이 60미터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은 2011년 철탑 농성 해제하며 맺었던 확약서의 이행을 요구하며 9일 새벽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N안벽 높이 60미터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 강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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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장은 처음에 속옷 등 일부 물품만 챙겨 올라갔다. 강 의장이 농성하는 크레인은 선박 조립 작업을 위해 설치해놓은 것인데, 지금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민주노총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오전부터 교대로 크레인 아래를 지키고 있고, 강 의장에게 먹을거리를 올려주고 있다. 크레인 아래에는 경찰과 119대원들이 일부 안전장치를 해놓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크레인 농성 현장을 살펴본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이승호 부장은 "협상을 통해 고공농성을 풀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우조선노조가 9일부터 이틀 동안 상경투쟁이어서 사측과 협상은 다음 주 초에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주말 동안 인권문제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조에서 당직을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사측 관계자는 "아직 회사의 입장은 없다, 강제로 내려오게 할 수도 없다, 지금은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고 먹을거리를 비롯한 기본적인 물품은 올라가고 있다"며 "요구사항을 들어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2011년 고공농성 이후 채용 확약서 체결... 현재까지 묵묵부답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에 일한 강병재 의장은 2007년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 결성을 주도했다. 강 의장은 하청업체로부터 해고당했고, 노동위원회에서 2009년 3월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강 의장이 소속되었던 하청업체는 해고 기간 동안 폐업했고,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돌아갈 업체가 없었던 것이다. 강 의장은 해고 과정에 원청업체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대우조선해양이 복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강 의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2011년 3월 7일 대우조선해양 남문 옆 송전철탑에 올라갔다. 그는 철탑에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의 삶이 자본가의 이윤보다 더 소중하다"는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은 2011년 철탑 농성 해제하며 맺었던 확약서의 이행을 요구하며 9일 새벽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N안벽 높이 60미터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사진은 강병재 의장이 고공농성하고 있는 크레인.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은 2011년 철탑 농성 해제하며 맺었던 확약서의 이행을 요구하며 9일 새벽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N안벽 높이 60미터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사진은 강병재 의장이 고공농성하고 있는 크레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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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공농성 88일 만인 2011년 6월 2일 철탑에서 내려왔다. 당시 대우조선노동조합이 나서 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와 '확약서'를 체결하면서 농성을 해제한 것이다. 확약서에는 "업체폐업 등으로 고용해지 된 강병재에 대해 농성해제일 이후 2012년 12월 이내에 대우조선 사내협력업체(해고전 수행업무)로 채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확약하 시일이 촉박해도 채용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강병재 의장은 2012년 11월 22일 대우조선해양 대표와 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확약서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일 뿐 실질적인 권한은 대우조선이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강병재 의장은 확약서가 이행되기를 기다리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다시 고공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강 의장은 고공농성 첫날 저녁 "올라올 때 심정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절대 내려갈 수 없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태그:#대우조선해양, #강병재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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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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