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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4·29 재보선의 막이 올랐다. 국회의원 4곳과 광역의원 1곳, 그리고 기초의원 7곳 등 모두 12곳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4곳에 불과한 선거였기에, 애초에는 별 관심 없이 조용히 치러질 뻔했다. 그런데 정동영, 천정배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각각 서울 관악을 선거구와 광주 서구을 선거구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판세가 과연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우선 인용해보기로 한다. 4월 5일 이후 실시된 관악을 선거구에 대한 조사는, 총 세 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중앙선관위에 등록이 되어 있다.

    CBS 노컷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관악을 선거구 여론조사
 CBS 노컷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관악을 선거구 여론조사
ⓒ 조원씨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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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먼리서치 관악을 여론조사
 휴먼리서치 관악을 여론조사
ⓒ 휴먼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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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의뢰, 모노커뮤니케이션즈 관악을 여론조사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의뢰, 모노커뮤니케이션즈 관악을 여론조사
ⓒ 모노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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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노컷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 실시한 조사 결과( 4월 3일-5일 실시. ARS 조사/유선전화 100%. 표본합계 563명. 응답률 2.33%. 표본오차 95% +- 4.1% ).
- 휴먼리서치 조사 결과( 4월 5일 실시. ARS 유선조사 100%. 표본합계 706명. 응답률 2.16%. 표본오차 95% +- 3.7% ).
-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의뢰, 모노커뮤니케이션즈 조사 결과( 4월 5일-6일 실시. ARS 유선조사 100%. 표본합계 700명. 응답률 3.72%. 표본오차 95% +- 3.7% ).

조사결과를 보면 세 여론조사 결과 모두,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40%이상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두 개의 조사결과와는 달리, 휴먼리서치의 조사결과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새정치연합의 정태호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오신환 후보에게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정동영 후보의 출마에 대한 반응 역시,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앞선다는(모노커뮤니케이션즈 조사결과) 점이 눈길을 끈다.

광주 서구을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

    CBS 노컷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광주 서구을 여론조사
 CBS 노컷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광주 서구을 여론조사
ⓒ 조원씨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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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노컷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결과(4월 3일-5일 실시. ARS 유선전화 100%. 표본합계 580명. 응답률 3.52%. 표본오차 95% +-4.1%).

일단 조사결과를 보면, 광주 서구을 선거구에서는 천정배 후보가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에 있어서 조영택 후보를 모두 앞서고 있다. 그러나 천정배 후보의 출마명분에 대해서는 '공감'과 '비공감'이 동일한 수치를 보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 또한 공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야권분열' 때문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상으로 나타난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직까지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는 두 후보의 행보는, 유권자들의 공감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동영 후보의 관악을 선거구의 경우, 야권분열로 인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우려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태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와의 연대가 설사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광주 서구을 선거구의 천정배 후보 경우, 일단 정동영 후보보다는 다소 처지가 나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에서 조영택 후보와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인 3.7%p에 불과하다는 점과 호남정치 복원을 내세운 출마명분에 대해 찬반이 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불안한 상황이다.

결국 두 후보 모두 출마 명분 측면에서, 유권자들의 공감을 별로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박영선 탈당 말리던 정동영, 왜 탈당했나?

그동안 정동영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새정치연합이 보여주었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해온 바 있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는 과연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은, 당시 지도부였던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세월호 유족들은 물론이거니와 600만명이나 되는 국민들이, 조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에 동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을 누더기 야합안으로 대체했던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박영선 의원의 정계진출 계기를 직접 마련해준 것이, 정동영 후보라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람으로서, 박영선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정동영 후보라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들이 있다. 우선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그토록 엉망으로 흘러가고 있었음에도, 정동영 후보는 박영선 의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지금 겪고 있는 그 뼈아픈 고통에 대해, 그 역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인터뷰 당시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정치연합이 발칵 뒤집혔던 때다. 파문이 확산되자, 박영선 의원이 탈당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 정동영 후보는 인터뷰 와중에, '탈당은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박영선 의원의 탈당을 적극적으로 말렸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 몇 달 뒤에 탈당을 감행한다? 대체 이런 사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게다가 탈당시점 역시 논란거리였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명절날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인 잔칫상에다 구정물을 확 끼얹고 가출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때문에 정동영 후보가, 탈당 시점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결정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던 시절, 정동영 후보는 이른바 '원조친노'였다. 덕분에 남들은 한 번 하기도 어려운 당 의장을 두 번씩이나 했었고, 한 때는 야권내부에서 가장 막강한 계파의 수장이기도 했다(2007년 대선시기, 이른바 DY계는 당내 최대계파 중 하나였고, 그 힘을 바탕으로 대선후보로까지 선출됐다). 그렇기 때문에, 정동영 후보가 야권내부의 계파문제나 친노를 비판하는 것은, 또 다른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엉뚱한 데 화풀이 하는 천정배 후보

    천정배 후보, 2014년 6월 29일 광주 광산을 선거구 출마선언 당시.
 천정배 후보, 2014년 6월 29일 광주 광산을 선거구 출마선언 당시.
ⓒ 천정배 후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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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호남정치 복원'의 기치를 내걸고, 천정배 후보가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던 것이 2014년 6월 29일. 그때 당시 천정배 후보의 출마선언문 제목은, '호남정치 르네상스, 광산에서 시작 하겠습니다'였다.

그러나 당시 당 지도부였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무원칙한 전략공천으로 인해, 천정배 후보는 출전기회조차 아예 처음부터 박탈당했다. 그때 천정배 후보가 당 지도부를 상대로 주장했던 것은 '경선을 통한 후보선출'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작 경선을 하겠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탈당을 해버렸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탈당을 해서 출마를 할 거였다면, 작년 7.30 재보선 광산을 선거구에서 했어야 했다. 천정배 후보의 출마를 가로막고,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곤두박질시킨 사람들은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와 그 이후에 당을 책임졌던 박영선 비대위원장이다. 그런데 왜 엉뚱하게 문재인 대표를 탓하는지 납득하기가 힘들다. 천정배 후보는 지금 혹시,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신들끼리도 의견통일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하나?

천정배, 정동영 두 후보 모두, 새정치연합을 비난하면서 탈당과 함께 출마를 했지만, 두 사람의 입장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선 천정배 후보는 '호남정치 복원'을 주장하면서, '국민모임 신당'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동영 후보는 '야권교체'를 주장하는 반면, 국민모임 내부에서는 '진보통합'에 보다 중점을 두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때문에 정동영 후보의 출마를 놓고 공식적으로 '국민모임 후보'인지의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 혼선을 빚기까지 했다( 관련기사 : "관악을 '친노-비노' 대결 아니다 정동영 출마 번복 어려워 적극 지원").

천정배, 정동영 두 사람의 생각이 제각각 다르고, 국민모임이 내부에서도 의견이 서로 엇갈리면서 의견통일을 못하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이들을 대안세력으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탈당과 더불어 출사표를 던지기 이전에, 내부의 의견통일이 먼저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구체성이 결여된 채 향후 로드맵조차 도무지 불투명하다는 점, 그게 바로 국민모임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두 후보에게 최악의 결과는 두 사람 다 낙선하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경우, 자칫하면 야권분열의 책임을 지고 영영 회복불능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릴 수도 있다.

반대로 최선의 경우는 두 사람 다 당선이 되어서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그래봐야 기껏 1년 임기의 무소속 의원 두 명이 탄생하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그 힘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야당을 변화시켜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했지만, 무소속 국회의원 두 명의 힘으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

지지율 40%를 넘나들던 안철수 의원이 결국 독자적인 창당에 실패하고 야당에 합류했던 게,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에 있어서도, 두 무소속 국회의원이 과연 새정치연합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도 궁금한 일이다. 아니면 혹시 나중에 다시, 새정치연합으로 복귀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어떻게'가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재보궐 선거는 투표율이 낮을 뿐 아니라 결국 조직력에서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나마 나은 처지에 있는 천정배 후보 역시, 아직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명분에서 이미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현상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결국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애꿎은 후배 정치인들만 희생시킨 채, 별로 의미 없는 정치실험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과 직면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개혁진보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정치연합, 대여투쟁 보다 강화해야

이제 곧 있으면 세월호 참사 1주기다. 그런데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과 배·보상 문제로 또 다른 고통을 유가족들에게 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야당의 역할은 분명하다. 대여투쟁을 보다 강도 높게 펼쳐야 한다. 그 경우, 야당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되면서 지지층들의 결집을 빠르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또다시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남는 것은 지지자들의 분노뿐. 그건 천정배, 정동영 두 후보가 내세운 출마명분의 정당성을, 새정치연합 스스로 입증해주는 꼴이 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야당스러운' 연설 한 번 했다고, 박수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4.29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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