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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강연 '세월호 1주년과 한국천주교회'. 연사인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은 세월호 참사 문제에 대한 한국 주교들의 대응을 "한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10일 오후 서울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강연 '세월호 1주년과 한국천주교회'. 연사인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은 세월호 참사 문제에 대한 한국 주교들의 대응을 "한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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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은 방한 기간 내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30여 명의 한국 주교 중 리본을 달고 다닌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주교들이 교황에게 항명을 한 셈입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책 <교황과 나>의 저자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 한국천주교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1주년과 한국천주교회'라는 강연에서다.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청중 앞에 선 그는 세월호 참사 문제에 대한 한국 주교들의 대응을 "한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강연은 오는 4월 16일에 창간 예정인 인터넷 매체 <가톨릭프레스>의 주최로 열렸다. 앞으로 이 매체의 편집장으로 나설 예정인 김 소장은 "세월호를 잊는다면 한국 천주교의 존재 의미가 없다"며 세월호 문제에 천주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간일이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춰진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세월호 어떻게 됐느냐는 교황의 질문... 할 말이 있었을까?"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소장은 세월호 참사에서 한국 가톨릭 주교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보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주교들이 교황보다 한국 정권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방한 한 교황이 로마로 돌아간 뒤 나온 염수경 추기경의 발언이 그 중 하나다. 같은 달 26일 염 추기경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월호 문제로 더 이상 우리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유가족도 어느 정도 선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방한 중 네 차례에 걸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한 교황의 행보와 다른 모양새였다.

"한 달 전(현지시각 3월 9일-기자주) 교황은 로마 교황청을 방문한 한국주교들에게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됐나요'라고 물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한국 주교들이 지금까지 뭘 했는지 소개해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주교들은 할 말이 있었을까요?"

김 소장은 최근 주교들이 발표한 부활절 메시지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그들의 무관심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교들의 메시지에서 '세월호'라는 낱말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한둘이 아니었고, 언급했더라도 유가족을 위로하는 정도일 뿐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한 주교는 극소수였다"고 토로했다.

또한 여전히 진상 규명이 안 됐음에도 주교들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는 모습도 문제로 지적했다.

"순교자의 피 상징하는 빨간 모자 쓰고 도망가지 말라"

10일 오후 서울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강연 '세월호 1주년과 한국천주교회'. 연사인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10일 오후 서울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강연 '세월호 1주년과 한국천주교회'. 연사인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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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은 1988년 인터뷰에서 해방신학과 관련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스도교적인 신학이 인간에게 해방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건 신학이 아닙니다. 해방이 빠져버리면 그건 그냥 학문이지, 인간에게는 아무 쓸모도, 아무런 메시지도 없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주교가 왜 보이지 않습니까?"

이어 김 소장은 "한국 주교들의 회개가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처럼 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의 1/10이라도 닮으려 애쓰는 주교를 보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성직자는 부자와 권력자 등과 접촉을 크게 줄이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그는 "오늘날 사람들이 가톨릭 주교들에게 실망하는 이유는 신자들에게 십자가를 지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본인들은 짊어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주교들이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 모자를 쓰고 도망가기보다, 세월호 유가족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에서 '교회의 쇄신'을 거듭 강조한 김 소장은 <가톨릭프레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주교단도, 가톨릭 언론도, 성역이 될 수 없다"며 "교회 안에서 부패를 저지르는 주교나 성직자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실명을 감추지 않고 비판하겠다"고 밝혔다.

○ 편집 ㅣ 최유진 기자


태그:#김근수, #프란치스코 , #세월호, #염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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