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쁩니다. 참으로 나쁘고, 또 나쁩니다."
시민사회진영이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홍준표 경남지사를 이같이 표현하며 비난했다. 2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와 40여 개 단체가 가입해 있는 경상남도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15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준표 지사는 2011년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한테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 지사는 성 회장에 대해 '친밀하지 않다'거나 돈 전달자로 알려진 윤아무개씨에 대해 '측근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런 속에 시민사회진영은 홍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2012년 12월 19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 지사는 그동안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올해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 예산 지원을 끊었다. 또 홍 지사는 지난 3월 미국 방문 도중 평일에 부부동반으로 골프를 쳤고, 경남도의회 3월 임시회 본회의 때 영화를 감상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경남운동본부와 주민투표운동본부는 '나쁜 그리고 또 나쁜'이란 제목의 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홍 지사에 대해 "서민들의 병원이자 어르신들의 병원인 진주의료원을 강제로 폐업했고, 모범적으로 진행돼 오던 경남 무상급식을 빼앗아 도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 준 그런 도지사"라고 밝혔다.
이어 "도민을 우습게 여기니 평일 접대골프를 치고, 도민의 대표기구인 도의회 질의시간에 영화감상을 하고서도 도리어 큰소리를 쳤던 것"이라며 "욕먹는 리더십이 통쾌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말로 자신의 불통과 독선을 포장했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에 대해, 이들은 "1999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천만 원의 불법 선거자금 사용으로 500만 원의 벌금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경험이 있고, 지난 도지사 선거 때도 측근이 불법 선거운동을 하여 유죄가 선고되었으며, 수억 원의 금품살포 혐의는 검찰 수사가 멈춰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완종 회장의 1억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들은 "현직 도지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또는 뇌물죄로 수사를 받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그렇게 원하던 대로 전국에 이름을 떨치게 되어 기쁘겠네' '웃음거리로 끝날 일이 증언이 나와 문제가 커졌다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도민의 말은 도지사에 대해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 실망을 넘어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경남운동본부와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이미 홍 지사에 의해 경남도청은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경남도민의 자존심도 무너졌으며, 도정이 더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며 "무너질 대로 무너진 도민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당장 도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나쁜 정치인의 나쁜 결정으로 강제 폐업된 공공병원을 다시 열고, 무상급식을 지켜내어 경남의 공공성을 회복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도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도민과 함께 홍 지사를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수동 경상남도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도지라라면 선정을 베풀어야 하는데 홍 지사는 지난 2년 동안 악행만 저질렀다"며 "만약에 경남도청 공무원이 1억 원을 받았다면 당장 구속되었을 것이고 그래야 증거인멸도 되지 않는다, 홍 지사는 당장 구속수사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지사 "검찰 수사 적극 협조하겠다"한편 15일 아침 홍준표 지사는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여기서 내가 무슨 얘기를 해 본들, 밖에서 이랬다저랬다 얘기해 본들 국민이 믿겠나"라며 "통상 정치인들이 다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성완종 회장의 돈 전달자로 알려진 윤아무개씨와 관련해, 홍 지사는 "팩트(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하면 나올 것"이라 말했고, 윤씨와 최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홍 지사는 "관계가 끊어진 지 오래됐다"며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홍 지사는 "어처구니없는 일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에 도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것 갖고 도정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고, 정상적으로 도정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