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까지 거론됐다(관련 기사 :
문재인 "이완구 계속 버티면 해임건의안 제출 검토").
이 총리는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본인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친정'인 새누리당마저 싸늘하다. 이미 당 지도부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인사 중 이 총리부터 수사하라고 검찰에 요구했고 '자진 사퇴' 목소리도 당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이처럼 이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오락가락 해명을 이어가면서 스스로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 논란을 부른 이 총리의 해명들을 다시 정리해봤다.
① 성 전 회장과의 친분 관계10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이 메모지에는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10만 달러 2006년 9월 26일 독일, 이병기, 이완구"라고 적혀 있었다. '돈 준 사람'을 적은 명단이었다. 이 총리는 이름만 적혀 있었지만 총리실을 통해 빠르게 공식 해명자료를 내놨다. "19대 국회에서 1년 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한 것 외에 별다른 인연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인연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00년 6월 7일 충청향우회 전국청년연합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성 전 회장은 당시 대아그룹 회장으로 창립준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강창희 전 국회의장,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함께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만 봐도 두 사람의 긴 인연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0개월 동안 모두 23차례 만났다. 성 전 회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도 만남은 이어졌다.
하지만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같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만났던 것"이라며 "개인적 문제를 얘기할 관계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가 소속정당 의원을 만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대화 주제는 본인의 선거법 문제와 지방선거 공천문제였다"라고 덧붙였다.
②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당시 '독대' 여부<경향신문>이 14일 성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를 추가 공개했다. 성 전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당시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의 선거 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총리는 "돈 받은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물러나겠다"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 성 전 회장을 만난 적 없느냐"는 질문에도 "(성 전 회장의 선거사무소 방문 여부는) 모르겠으나 본인과 (돈거래를 한) 그런 사실은 없다"라며 "선거 때 수백, 수천 (사람)이 오는데 어떻게 기억을 하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다음날인 15일 "성 전 회장이 재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4월 4일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이 총리와 독대했다"는 성 전 회장 측 인사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 인사는 "성 전 회장의 지시로 (3000만 원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비타500 상자를 탁자 위에 놓고 왔다"라는 구체적인 돈 전달 정황까지 밝혔다.
이 총리는 이에 "당시 후보 등록 첫날이어서 기자 수십 명이 (사무소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도청 행사에 있었다"라며 "기자들이 저를 인터뷰하러 왔기 때문에 (성 전 회장과의 독대는) 정황상으로 볼 때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16일에는 성 전 회장 측 인사가 아니라 이 총리 측 인사로부터 '독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총리의 전직 운전기사가 <노컷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를 하는 동안 사무실 테이블에서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와 대화를 나눴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 총리가 내놓은 해명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이 총리는 "그날 상황을 기억 잘 못 하겠다"라면서도 "(당시 참석했던) 여러 사람들에게 확인하고 있는데 (성 전 회장을) 봤다는 사람, 못 봤다는 사람이 혼재돼 있어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황상 독대 하지 않았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셈이다(관련 기사 :
이완구 "전혀 흔들림 없이 국정 수행하겠다").
③ 2012년 대선 활동 여부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문제가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자 자신은 2012년 대선에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2012년 1월 초순경 혈액암으로 입원해서 그해 말까지 1년 동안 투병생활을 했다"라며 "12월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충남도당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당시 후보의 유세에 동행한 사실이 드러났을 땐 "유세장엔 한두 번 갔다"라고 말을 바꿨다.
자신이 대선 당시 유세차에 올라 박 후보 지지 연설을 한 사실이 추가로 공개됐을 땐 "대선 때 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선 때 중앙당과 관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2월에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돼 (천안) 병천에 가서 유세 몇 번 하고 나머지는 유세장에 서 있기만 했다"라고 또 다시 말을 바꿨다(관련 기사 :
박근혜 지지 유세했는데 대선 관여는 아니다?).
이 총리가 지난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제시한 '암 투병'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5일 대정부질문에서 "(암 투병 중이라던) 2012년 8월 29일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건강이 돌아왔다고 말한 적도 있더라"라며 "그 시기에 전·현직 충남도의원들이 모여 쾌유 환영회도 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이에 "제가 죽게 됐다는 말을 못하니 (인터뷰에서) 희망 섞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남 얘기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언제 어떤 입장에 처할지 모른다"라고 발끈했다.
④ 휴대폰·언론 외압·생명걸기 등등등
이 총리는 이 밖의 사안들에 대해서도 오락가락 해명을 이어갔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총리께서도 (성 전 회장의) 문자나 전화를 받은 적 없느냐"는 박완주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이 질의가 끝나면 의원님께 스마트폰을 보여드리겠다, 제가 쓰는 스마트폰은 한 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4일 "전화기가 두 대다, 하나는 기사와 쓰는 것이고 하나는 스마트폰"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 2월 인사청문회 당시 논란이 불거졌던 '언론 외압'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언론 외압 사과한 적 있죠"라는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언론에 압력 넣은 적 없다. 그 사과의 의미는 국민에게 심려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이지 구체적인 개별 사건은 아니라는 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당시 '언론 외압' 녹취록 공개 후 "편안한 마음으로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비유가 잘못되거나 반어적으로 표현했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관련 기사 :
"편한 마음에 반어적 표현" 녹취록 공개되자 '어물어물').
앞서 자신이 밝혔던 뜻과 배치되는 해명을 내놓은 적도 있다. 이 총리는 2013년 <월간중앙> 10월호와 한 인터뷰에서 "암에 시달린다면 재선거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목숨을 담보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던 이 총리가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서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라는 말을 했다.
이 총리는 이날(16일) 대정부질문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유대운 새정치연합 의원의 '말 바꾸기' 지적에 "큰 흐름에서 제가 답변 내용을 바꾸지 않았다"라며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라고 해명했다. 자신의 부적절한 답변 태도를 출신 지역 탓으로 돌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