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관의 학교 건물 안전진단 결과 본관동의 콘크리트 강도가 매우 불량하고 지상 4층 일부 구간은 중성화로 성능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나타나는 등 건물 안전문제가 제기된 울산 홍명고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자 학부모와 교육계가 연이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울산 홍명고는 지난 2000년 비리 의혹이 불거진 후 2001년 구속된 후 퇴진 한 학교법인 태화학원 이사장이 2003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후 2011년 복귀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간 갈등이 깊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학교이전이 추진됐지만, 불발됐고 지난 2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않아 현재 3학년만 남은 상태다
(관련기사 : 3학년만 다니는 울산 홍명고... 존폐기로 서나).
현재 학부모와 정치권에서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종합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고 이사장을 해입하라"고 울산시교육청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교육청은 난감한 입장이다. 이사장이 지난달 학교법인 이사회의 의결 없이 일방적으로 외부 업체와 학교 매매 협약서를 체결해 교육청이 감사를 진행중인데다, 또 다시 학교이전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기된 안전문제를 해소하려면 3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울산시교육청이 언제 이전할 지 모르는 학교에 거액의 예산 투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이 문제에 새정치민주연합 울산시당(아래 새정치연합)이 나섰다.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새정치연합에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22명의 울산시의원 중 야당 의원은 유일하게 한 명이다.
새정치연합-홍명고 학부모 간담회 "시급한 대책 마련 필요"
새정치연합에 따르면 최유경 시의원을 포함해 당직자들은 지난 15일 오후 5시 울산시의회 최유경 의원사무실에서 홍명고 학부모회장과 학교장, 운영위원장과 함께 긴급간담회를 진행했다.
최유경 의원은 "간담회에서 홍명고 자체 안전진단 결과 학교시설이 C등급부터 E등급으로 나타나 재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하면 당장 대피시켜야 할 사정이라는 점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날 홍명고 학부모회장은 "학교 재단문제로 인한 학교 파행도 문제지만, 당장 무너질 것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세월호 참사가 어른들의 무책임에서 비롯됐듯이 내일 당장 무너져도 할 말이 없는 현재의 학교시설물에서 아이들부터 구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유경 의원은 "26년 밖에 안 된 저층의 공공건물인데도 곳곳이 붕괴위험에 직면한, 원천적인 부실건축물"이라며 "학교 이전을 핑계로 차일피일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 입시를 앞둔 고3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으로 이전시키는 방안부터 마련하자"고 학부모들에게 말했다.
새정치연합 울산시당 서봉만 정책실장은 17일 "중앙당의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현장방문 등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로 했다"며 "긴급 안전대책을 마련해 아이들의 안전부터 지킬 것을 학부모에게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붕괴위험에 직면한 홍명고가 또 다른 세월호가 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설 계획"이라며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울산교육청과 울산시의 의무이기에 이들이 즉각 나서서 홍명고 학생들에게 안전한 학습공간과 교육환경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유경 의원과 새정치연합 당직자들은 17일 울산시교육청과 간담회를 하고 "3학년 200여명이 불안한 상태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우선 안전한 공간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시교육청측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교육청은 1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안전문제가 제기된 홍명고를 보수하려면 40억 원 가량의 예산이 들 것으로 파악돼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곳의 긴급 보수를 곧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간담회 다음날인 16일 홍명고 학부모들은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장이 학사 개입과 이사회 파행 운영 등으로 시교육청으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았음에도 독단적으로 학교법인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사장을 즉각 해임해야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학교 건물 일부가 D등급 판정을 받아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남아있는 3학년 학생들만이라도 안전하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종합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3학년만 다니는 홍명고, 내년에는?홍명고는 현재 3학년에 대한 긴급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년에는 또 어찌할 것이냐는 것. 만일 내년에도 학생들을 받지 않는다면 학생이 아무도 없는 학교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는 "(현재 울산은 고교평준화지역이지만) 홍명고는 내년에 학교장전형으로 학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비록 학교환경이 나쁘다고 해도 주변지역 학생들이나 연합고사 탈락자가 지원하는 등 어느정도 학생이 입학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어 "울산시교육청이 그동안 홍명고에 학교장전형을 제시해왔고, 홍명고측이 이미 이에 대한 공고도 낸 상태라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학교장 전형에 대한 최종 확정은 오는 8~9월이 되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홍명고의 건물 보수공사는 내년을 위해서라도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학이 지은 부실한 학교건물에 시민들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어 또 다른 문제로 비화될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