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완구 국무총리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총리는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당시 자신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장에 대해 거짓 해명을 거듭하다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실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 9월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독일·벨기에 방문을 수행한 자신에게 10만 달러를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한 거짓말이 들통나고 있다.
앞서 그는 독일·벨기에 방문 비용을 당시 자신들을 초청한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에서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3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아데나워 재단은 "당시 박 대통령 일행에 대해 한국-유럽 구간 항공료는 지원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아데나워 재단은 '2006년 초청'과 관련 <한겨레>에 "재단은 대표단이 베를린과 브뤼셀에 머무는 동안 숙식 및 교통 비용을 제공했다"라면서도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국제항공편에 대해선 지불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즉, 수백만 원에 이르는 왕복 국제항공료는 오롯이 박 대통령 일행의 부담분이었다는 얘기다. 이는 김 전 실장의 기존 해명과 배치된다.
재단이 당시 대표단 일부에겐 체제비용(숙식 및 교통비용)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대표단 중 박 대통령과 당시 박 대통령의 비서관이었던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 김 전 실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심재엽 전 의원 등 5명에게만 체제비용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당시 공보특보로 동행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사비'를 들여 박 대통령을 수행한 셈이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 공개 때도 말을 바꾼 적이 있다. 앞서 그는 "(2013년 8월 5일) 비서실장이 된 다음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은 2013년 9월 4일과 5일, 같은 해 11월 6일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이 때는 경남기업 '워크아웃' 개시 결정 전후로 상당히 민감한 시기였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김 전 실장은 "기억을 되살려보니 그런 적이 있다"라고 말을 뒤집었다. 그는 지난 16일 <문화일보>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금 기억을 되살려보니 2013년 11월 6일 오후 6시 30분에 성 전 회장을 비롯해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도 의원 5명과 저녁을 먹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성 전 회장과의 만남을 강력 부인한 것에 대해서는 "가지고 있는 자료를 보니 확실히 기억이 난다"라며 "그날 밥값도 내가 결제했다"라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을 비서실장 재임 당시 만나긴 했지만 금전거래를 할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다만, 김 전 실장은 9월 초 만남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는 않다"라고 얼버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