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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의 2차 공판이 끝난 후 군산지원 앞에서 1인시위 검사의 황당한 구형을 들은 뒤여서 기분이 정말 착찹했다
A군의 2차 공판이 끝난 후 군산지원 앞에서 1인시위검사의 황당한 구형을 들은 뒤여서 기분이 정말 착찹했다 ⓒ 곽성준

지난 23일 진행된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폭발물 테러 피의자 A군'의 2차 공판. 참관하는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7명이었고 공판은 생각보다 짧게 끝났습니다. 저는 참관석에 자리잡고 메모지와 볼펜을 꺼내든 후 차분하게 공판을 참관했습니다. 검사 구형과 변호인, A군의 최후 변론이 순서대로 이어졌고 최종선고기일이 5월 14일로 확정되는 것을 확인한 후 저는 바로 법정을 빠져나왔습니다.

저는 당시 A군의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고 입원치료를 받은 사람입니다.(관련기사 : "양은냄비 테러 때 입은 옷, 아직도 지독한 냄새가...") 법정을 나오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앞에 도착하기 전, '오늘 검찰 구형이 황당하게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에 법원 근처 인쇄소에서 급하게 준비한 A3사이즈의 1인 시위용 프린트를 결국 쓰고 말았네요. 차분하게 1인시위를 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짧게 마무리했습니다.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읽던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런데 '몽양 여운형 선생'의 암살사건 대목이 나왔습니다. 정말 거짓말처럼, 그 테러사건 대목이 나온 겁니다. 그 책은 통일운동가·수학자 안재구 선생님의 <끝나지 않은 길> 1권입니다. 선생님이 중학생 시절이던 1947년, 백의사 소속의 19세 한지근이 권총으로 몽양 여운형 선생을 암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대목을 읽으면서 '그때 암살범도 19살이었구나'하며 혀를 찼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서양 속담이 있지요. 몽양 선생의 암살사건과 작년 토크콘서트 폭발물 테러 사건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 공판에서 검사가 구형하는 장면은 정말 희극적이었습니다. 검사는 형량을 구형하기 전, '계획적인 범죄이며 황산을 소지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엄하게 처벌하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초범이며 피해자 일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해자 곽성준에게 공탁금을 걸은' 것을 감안하여 징역 1년 6개월~2년의 구형을 내린 것입니다.

계획적인 사제폭발물 테러에 황산까지 소지한 피의자에게 겨우...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 도중 한 고등학생이 저지른 사제폭탄테러로 화상을 입은 곽성준씨(행사 진행팀)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 도중 한 고등학생이 저지른 사제폭탄테러로 화상을 입은 곽성준씨(행사 진행팀)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 권우성

검사의 구형을 듣고 저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마크 리퍼트 미 대사 피습사건'의 경우, 피의자 김기종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한 검찰입니다. 그런데 토크콘서트 폭발물 테러 사건의 피의자 A군에게는 왜 이렇게 너그러운 걸까요?

김기종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25cm 길이의 과도'였고, A군은 사제 폭발물을 썼습니다. 더군다나 A군은 황산까지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계획적인 사제폭발물 테러에 황산까지 소지한 피의자에게 구형된 형량을 보며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도 폭발물 또는 폭발성 물건에 의한 범죄가 굉장히 무겁게 처벌된다는 사실을 볼 때, 검찰의 이번 구형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저는 A군의 범행을 정치테러라고 생각합니다. A군은 범행 전 특정인을 '폭사'시키겠다고 했고,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로 매도하여 범행을 저지른 후 범행을 과시하는 인증사진을 올리는 등 전형적인 정치테러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이런 테러행위에 징역 1년 6개월~2년의 구형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실제로 관련기사에 달린 댓글 등을 보면 "폭탄테러범이 1년 6개월 받다니 놀라운 일",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라며 검찰의 구형을 규탄하는 여론이 높습니다. 제 주변 지인들도 소식을 듣고 분노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테러범죄는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사제폭발물로 사람을 상하게 한 이번 테러 사건의 피의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제2, 제3의 테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의 이번 구형을 규탄하며 각성을 촉구합니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폭탄테러#신은미#황선#검찰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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