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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균 나쁜 균>, 책 표지
<좋은 균 나쁜 균>, 책 표지 ⓒ 글항아리
세균은 '미세한 단세포 생활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우리가 세균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은 불쾌한 감정이다. 이 감정은 자동반사적이다. 다시 말하면 세균이라는 단어에는 미세한 단세포 생활체라는 의미 대신 더럽고, 꼬물거리고, 불결한 생물체라는 의미가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균이라고 해서 모두 다 해로운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우리의 신체에 살면서 우리의 몸 대신 해로운 세균을 저지하는 좋은 세균도 존재한다. 제시카 스나이더 색스가 쓴 <좋은 균 나쁜 균>이란 책은 세균이라는 단어에 기생하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떨쳐내려는 시도다. 책은 각종 사례와 전문적인 정보를 독자에게 제시하면서 세균에서 느끼는 감정 대신 세균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세균은 정말 나쁜가?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코흐와 파스퇴르가 증명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신세대 의학 연구자들은 세균 박멸을 목표로 세균계와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세균에 대한 파스퇴르의 부차적 관점을 간과했다. 파스퇴르는 모든 세균이 해로운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많은 세균이 이로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49~50쪽)"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아토피'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고생하는 부모를 많이 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에 관한 여러 진단과 처방이 난무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처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저자는 아토피 피부염, 건초열, 천식 등의 유행이 "일반적인 감기에서 홍역, 볼거리, 풍진에 이르기까지 유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줄어든 것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했다(122쪽)"고 설명한다.

저자의 주장은 우리 신체에 내재한 면역계가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의 수단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필자에게 홍역, 볼거리, 수두 등의 바이러스성 질환은 어린 시절 당연히 겪어야 하는 관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당연히 겪는 것인 줄만 알았던 이러한 바이러스성 질환이 미성숙한 면역계가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위생이나 청결이 강조되고, 아이들의 놀이터에 흙 대신 우레탄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세균과의 접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세균학자 시어도어 로즈버리의 주장을 동원해 이러한 시도가 위선임을 폭로한다.

"균과 오물이 항상 우리의 적이라는 통념은 해롭고 낭비적이다. (중략)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고유의 '균'이 오밀조밀 잘 짜인 사회를 이루고 있으면, 이런 균보다 적응을 잘 못해서 병을 일으키는 다른 균의 침입을 막는 가장 튼튼한 방벽이 된다.(59쪽)"

저자는 면역학자인 그레이엄 룩의 주장을 통해 "인체의 정상적인 미생물상과 물과 음식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는 주위의 세균을 기준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감염'과 무해한 '세균 정착'을 구분(152쪽)"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세균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리 신체에 들어와 위해를 가하는 감염이었다. 감염만을 염두에 두고 세균을 박멸한다면 세균 정착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룩이 주장하는 '세균 정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면역계가 오작동할 수밖에 없다. 면역계가 오작동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몸을 이루는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한다.

"마치 어떤 안전 정지선이 사라진 것처럼 면역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친구인지 적인지 분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116쪽)"

세균과 인간의 공존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우리 몸에서 세균을 박멸하거나 세균과의 접촉을 차단하면 면역계의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주장이 '균 이론' 자체가 가져다준 이로운 점을 배제하거나 "공중위생과 항생제로 미생물과의 '자연스러운' 관계가 파괴되기 이전 시대의 인류가 훨씬 나았다는 암시를 내포(229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세균과 인간의 공존'이다. 저자는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의 주장을 빌어 독자들에게 외친다.

"만약 인간을 단순히 하나의 개체 이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지평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인간은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보다 훨씬 많은 미생물을 포함하는 초개체입니다.(356쪽)"

우리의 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더럽고 불결하게 여기는 세균이라는 아주 작은 존재다. 세균과 인간의 공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세균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건강과 생존을 지키는 열쇠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세균계가 쥐고 있을 것이다.(357쪽)"

덧붙이는 글 | * <좋은 균 나쁜 균>(제시카 스나이더 색스 씀/ 글항아리/ 2012. 7/ 정가 18,000원)
*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균 나쁜 균 - 세균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남기

제시카 스나이더 색스 지음, 김정은 옮김, 글항아리(2012)


#세균#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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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읽고 짬짬이 쓰는 김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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