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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 중구 우현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콘서트하우스 현(鉉)'에서 힙합 듀오인 '명콤비 트윈즈'의 공연이 열렸다. 그동안 클래식 공연을 주로 해온 이 공연장에서 힙합 전사들은 관객들에게 '소리 질러'를 외쳤다.

'명콤비 트윈즈'는 작년 케이블방송인 엠넷에서 진행한 슈퍼스타K6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명콤비 트윈즈&그렉'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공연이 끝난 후, 인터뷰 약속을 잡아 지난 21일 인천 남동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탄산음료를 마신 듯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보며 가수의 꿈 키워

 나성식(왼쪽)씨와 한찬양(오른쪽)씨가 밝게 웃고 있다.
 나성식(왼쪽)씨와 한찬양(오른쪽)씨가 밝게 웃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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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콤비 트윈즈'는 한찬양(35)씨와 나성식(35)씨가 지난 2011년 결성한 팀이다. 햇수로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호흡이 잘 맞는다. 이유가 있었다.

"성식이랑 저는 만수6동에 있는 남동초등학교 동창이에요. 당시 만수6동에 아파트단지가 생기면서 둘 다 다른 동네 살다가 이사 왔죠.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창 뜰 때였어요.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것을 보면서 연습하곤 했죠."

찬양씨의 얘기를 성식씨가 거든다.

"원래는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세 명이 놀곤 했는데 한 친구가 2002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 친구의 빈 공간이 느껴져서인지 둘이 더 친해졌죠."

둘은 쌍둥이처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중학교도 같이 다녔고 대학도 같은 학교 방송음악과에 입학했다. 군대를 제외하곤 일주일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운동하는 것도 좋아해 둘이 즐겨한다. 연애를 하지 않아 외롭다고 말하지만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은 이들은 초등학교 때 꿨던 꿈을 이룬 지금이 좋다고 했다.

"잘되고 안 되고도 중요하지만, 꿈을 이룬 것에 감사해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우리는 잘 맞아요. 눈빛만 봐도 알죠. 같이 지내온 오랜 시간이 내공으로 쌓인 거죠. 노래할 때도 '이쯤 되면 성식이가 힘들겠지?' 하고 제가 하죠."

찬양씨의 말에 성식씨는 "그래서 믿고 제가 쉬는 타임이 있다니까요. 우리는 정말 명콤비예요"라고 덧붙였다.

'음, 명콤비란다'

팀 이름이 '명콤비 트윈즈'다. 그러나 종종 명콤비가 트윈즈를 꾸미는 수식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촌스럽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은 이름이기도 하다. 성식씨가 팀 이름의 유래를 설명했다.

"운동장에서 둘이 축구공을 갖고 놀고 있었는데 옆에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어요. 아이가 우리를 가리키며 '저 형들은 뭐하는 형들이야?'라고 묻자, 아버지가 '음, 명콤비란다'라고 답하는 거예요. 참 재밌더라고요."

거기에 트윈즈(Twins)라는 이름을 더했다. 옷도 똑같이 입으며 그런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부터 함께 팀을 이뤘던 건 아니다. 떨어져 지낸 20대가 있었기에 지금이 더 잘 맞는 듯하다.

이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한 기획사에서 댄스음악그룹을 준비했다. 수업 대신 공연을 다니며 무대에서 노래한 그 시절이 즐거웠다. 그러나 사기를 당했다. 기획사 사장은 음반을 내주지도, 데뷔를 시켜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연비를 한푼도 주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성식씨는 군대에 갔고, 찬양씨는 당시 가수 김범수가 있던 소속사에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다. 그게 인연이 돼 찬양씨는 바로 김범수와 듀엣을 하거나 김범수의 공연에 함께 하는 일이 많아졌다. 김범수가 그 소속사를 나올 무렵 찬양씨도 나왔다.

성식씨가 군대에 있을 때 찬양씨는 소속사에서 앨범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비 등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고질적 문제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뮤지션을 제작자의 의도대로 만드는 것이 싫어서 나왔다. 찬양씨는 군대에 갔고, 제대한 성식씨는 음악과 무관한 직장에 다녔다. 그러다 2011년에 '명콤비 트윈즈'가 탄생한 것이다.

"항상 꿈은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소속사도 없고 우리끼리 정보를 수집해 직접 앨범을 만들었어요. 여러 군데 가봤지만 둘이 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녹음실 빌리고 작사·작곡·프로듀싱도 우리가 다 하고, 앨범 재킷도 우리가 디자인했어요. 둘이 회사(소속사) 역할을 다 한 거죠."

그렇게 만든 싱글 앨범이 '동서 Muzik'이다. 서른이 돼 시작한 일이었다. 엄청난 열정이었지만 주변 사람들만 좋아할 뿐 대중적인 시선을 끌진 못했다.

우리가 잘 하고, 우리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

  지난 10일, ‘콘서트하우스 현’에서 모든 공연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했다.
 지난 10일, ‘콘서트하우스 현’에서 모든 공연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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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콤비 트윈즈'의 노래는 대부분 재밌다. 개구쟁이처럼 장난치는 뮤직비디오도 있고, 개성이 톡톡 튀는 랩도 많다. 공연 때 들은 <안 먹는다며>라는 노래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뮤직비디오를 봤다. 웃느라 정신없었다고 했더니, 예전에는 뮤직비디오 찍을 때 많이 망가지면서 '막 가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요즘은 겉멋이 들었다고 했다.

"방송에서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를 보면서 사람들이 그게 힙합의 대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도 겉멋이 들어 조금씩 따라하더라고요. 하지만 요즘 다시 우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예술은 누가 평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서 하는 거고 내 취향이 아니라서 타인의 음악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 안 되죠. 우리는 우리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 우리가 잘 하는 음악을 할 거예요."

그들은 랩 가사도 담백한 걸 추구한다. 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찬양씨의 얘기다.

"예를 들어, 걷다가 넘어져요. 다른 사람은 무지무지 아팠다고 노래하는데, 우리 노래는 그냥 사실 그대로만 말해요. 사랑도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도 못하고 어려워요. 100% 우리 경험을 담아 노래를 만듭니다."

겉멋이 든 노래를 해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힙합의 태생이 흑인 음악이라 한과 분노가 서려 있긴 하지만 이질감이 느껴져 굳이 따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성식씨는 힙합의 매력을 한참 설명했다.

"힙합은 모든 장르의 음악과 콜라보할 수 있어요. 처음엔 우리나라 노동요처럼 일하면서 뭐가 힘들었다는 얘기를 박자에 맞게 불렀던 거죠. 어떤 내용도 어색하지 않게 담을 수 있어요. 음역대가 높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죠. 음악은 즐기는 건데, 잘하고 못하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힙합의 또 다른 매력은 노래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노래보다 가사가 두세 배 이상이나 많아 작사하기도, 외우기도 쉽지 않지만 표현의 한계가 없는 랩의 세계는 시의 운율처럼 듣고 부르기에 재미있다고 했다.

고향 인천에서 공연할 기회 많이 생겼으면

'명콤비 트윈즈'는 지금도 김범수씨의 공연에 함께 하는 날이 많다. 김범수씨의 팬클럽 회원 중 인천에 사는 어떤 사람이 '인천에서 공연하면 좋겠다'고 제안해 지난 10일 인천에서 공연했다.

"우리도 인천 사람인데 처음 공연 요청이 왔을 땐 사실 두려웠어요. 클래식 무대에서 힙합 공연하는 게 어색하기도 했는데, 하고 나니 모든 예술은 다 통한다는 생각을 했죠."

인천에서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말에, 성식씨는 "일단 거리도 가깝고 홈그라운드라는 느낌에 자신감도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인천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찬양씨는 "올 여름에 음반을 하나 낼 생각으로 지금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많은 활동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명콤비 트윈즈#나성식#한찬양#슈퍼스타K6#콘서트하우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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