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원정대] 첫번째 출판기념식이 열리던 밀양의 한 음식점. 책이 나온 소감을 말 대신 노래로 하겠다는 상동면 여수마을 김영자 총무와 아지매들이 고향의 봄을 불렀다. 앵콜요청이 쏟아졌다. 본래 카랑카랑한 김영자 총무의 목소리가 촉촉하다. 앵콜 노래를 하기전 그녀는 뜬금없이 이계삼에게 수줍은 고백을 한다.
"우리는 핵교도 지대로 몬다니고 기억나는 슨생님도 없다. 이계삼 슨생님을 만나 탈핵도 배우고 어떻게 사는 것인가도 배우고 참 많이 배웠다. 이계삼 슨생님이 우리 할매들 슨생님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계삼 슨생님한테 노래를 불러드릴라칸다." 이렇게 말씀 하시고 준비하신 노래는 바로 '스승의 은혜'다. 연습을 많이 하시지 못해서인지 음정도 틀리고 가사도 버벅대며 시작한 노래는 금세 밀양할매할매들의 합창이 된다. 갑자기 아지매 한분이 무대를 가로질러 이계삼에게 꽃다발을 안긴다. 이계삼은 황송 해 어쩔 줄 모르며 무릎을 꿇고 그 꽃다발을 받는다. 그리고는 그 꽃다발로 얼굴을 가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곳곳에서 이계삼을 응원하며 놀리는 소리가 들린다.
"학교 선생님 할때도 못 들어본 스승의 은혜 아닌가" , "그래 이계삼 선생 그만하면 정말 잘 했다."보고 있는 나도 눈물이 흐르고 감격스럽다. 부러운 마음과 존경의 마음이 엇갈린다. 소녀의 감수성을 가졌으면서도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단단한 신념을 가진 나보다 한살 많은 중년의 이계삼. 밀양은 그와 함께 풍성하게 익어가는 고장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밀양할매할배들의 싸움이다. 할매할배들이 자신들의 땅, 집, 이웃 그리고 일상을 지키기 위해 10년을 지탱해 온 싸움이다. 그 밀양송전탑 반대 싸움이 가장 치열하고 힘겨웠던 지난 3년 밀양에는 이계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밀양에서 태어나 공부를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고등학교에서 국어선생을 하던 이계삼. 신문이나 잡지에 말랑말랑하면서도 결기가 느껴지는 글들을 싣고 교육운동 현장에서 전교조를 굳건히 지키며 살던 이계삼. 생태와 녹색을 중심에 두고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 마음먹고 교편을 내려놓고 농사꾼이 되려고 했던 이계삼이다.
공교로운 일인지, 운명같은 일인지, 그가 교편을 놓자마자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시던 주민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여 돌아가셨다. 너무나 억울하고 죽음앞에 이계삼은 이치우 어르신 분신 대책위를 꾸리고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에 자의반 타의반 뛰어 들었다. 이 억울한 죽음의 한을 풀고 장례를 치뤄드린 후, 그는 밀양에서도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평생의 꿈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었다.
그러나 이계삼의 지난 3년은 그 꿈을 향해 걸어갈 수 없었다. 밀양할매할배들을 산속 움막에, 산꼭대기 철탑예정지 앞에 두고 돌아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밀양 756KV 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이라 이름 짓고 지난 3년의 싸움을 끌고 밀며 지금까지 왔다.
밀양할매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전기보고서 [탈핵탈송전탑 원정대_탈탈원정대]는 할매할배들들의 입을 통해 이계삼이 이야기 하는 책이다. 아니, 이계삼의 손을 빌어 할매할배들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제 세상에 나온 탈탈원정대는 밀양송전탑 싸움의 시즌2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탈핵 탈송전탑 운동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 될 것이다. 이계삼과 [탈탈원정대]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 탈탈원정대 서울 북콘서트 안내
5월 6일(수) 저녁 7시 영등포 하자센터, 5월 27일(수) 오후 4시 정동프란치스코교육회관, 5월 28일(목) 저녁 7시 30분 전통문화예술공연장(조계사 내) 등 세번의 북콘서트를 서울에서 준비했습니다. 이제 곧 전국에서 북콘서트 일정이 잡힐 것입니다. 다시한번 밀양의 친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