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결혼 전에 거의 대부분의 대중들이 거쳐가는 필수 코스가 궁합상담이다.
그리고 실제로 인생상담을 하다보면 끊임없이 들어오는 상담주제 또한 결혼 전 이성간의 궁합, 결혼 생활 중 이성간의 궁합이다. 특히 요즘은 지속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사회 및 경제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순수한 사랑에 초점을 둔 궁합적인 질문보다는 이해타산적이고 세속적인 질문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혼에 대한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과거에 비해 결혼 생활 중에 궁합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궁합이라는 것이 이성간의 문제 및 쉽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해결하는 절대적인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수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돈을 지불해 가며 궁합 의뢰를 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골치아픈 이성문제에 대해서 사주궁합이 어느정도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의 삶 깊숙히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궁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거나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선 궁합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언제부터 정확히 궁합문화가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 사회적인 상류층인 양반계틍에서 정략결혼을 앞두고 그 시작점에서 비단주머니에 신랑측의 생년월일시가 적힌 종이를 넣은 후 상자에 넣어 신부측 집으로 보내었는데 이를 사주단자라고 하였다.
그 사주 단자를 받은 신부측에서는 그것을 증표로 정략결혼이 성립된 것으로 여기었고 단자에 기록된 신랑측의 사주팔자를 고려하여 좋은 혼인 날짜를 잡아서 이를 신랑집에 다시 통고하는 서신을 보내었다고 한다. (참고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즉 과거에는 소수의 상류층에서만 궁합이 이용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태생년월일시를 기반으로 정해지는 사주를 기초로 궁합을 본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처럼 오랜 결혼 문화 중 하나로 수백년 동안 강력히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우리들의 배우자는 이미 각자의 사주 내에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미 배우자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절대론적인 운명론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이면서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무슨 공식처럼 배우자가 딱 정해져 있다기 보다는 특정한 배우자상(象)이 자신의 사주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상대적인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자신의 사주에 이미 배우자의 성격, 취향, 경제력, 사회적 모습 등이 상형문자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주 내에 있는 배우자상(象)을 이상향으로 그리워 하면서 찾아 헤매고 있음을 필자는 평소 궁합 상담을 통해 많이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배우자상(象)이 항상 명주(命主:사주의 주인)와 좋고 도움이 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불편하거나 괴롭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관계가 많으니 결혼 후 많은 부부간의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궁합을 봐야하는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사주내에 존재하는 배우자상(象)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과의 관계를 미리 이해한다면 결혼 후 일어날 여러가지 성격적인 차이점이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해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주궁합의 유용성과 장점이 있는 동시에 궁합 상담으로 야기되는 사회적인 폐단과 단점들도 있다. 예를 들면, 역술가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인 관계로 잘못된 궁합 상담으로 인해 오히려 멀쩡했던 이성관계가 궁합상담 후 심각하게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 중에 5년간 좋은 감정으로 교제해 오다가 결혼을 앞두고 당사자들의 부모님들이 궁합을 보았는데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님들의 결혼 반대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서로 궁합이 좋지 않아서 추후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결혼 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항상 인간관계적으로 불안할 수 있으니 서로 궁합이 좋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결혼생활이 항상 순탄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 전에 궁합을 보는 것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한 것인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결혼 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고 쉽지 않으니 거시적이고 대범한 관점으로 궁합을 보지 않고 결혼에 임하는 것도 괜찮은 삶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궁합으로 야기되는 사회적인 부작용도 결국에는 결혼이나 이성관계를 통해 뭔가 자신이 많은 이득을 챙기려는 세속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이기심에서 발생이 되는 것이다. 즉 스스로 순수하게 이성관계를 바라보고 좀 더 대범하게 생각한다면 궁합을 보지 않더라도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왔고 다른 생각과 관점을 지니고 있는 이성관계 및 결혼 생활은 궁합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많은 문제와 고난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용한 궁합 정보를 얻기 위해서 실력있는 역술가와 상담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합을 의뢰하는 당사자 스스로도 자신의 계산적인 관점을 버리고 사랑이라는 순수한 관점으로 결혼 및 이성관계에 접근한다면 궁합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궁합을 하나의 삶의 도구로 바라보면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