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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이 예정된 부평미군기지(아래 캠프마켓)의 일부 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인근 대형 교회의 민원과 이에 동조하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움직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는 지난 11일 캠프마켓 관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주한미군 관계자, 문병호(부평 갑)·홍영표(부평 을) 국회의원 보좌관, 지방의원과 공무원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요하게 논의된 것은 2011년 경북 김천시로 이전한, 캠프마켓 내 DRMO(주한미군 물자 재활용유통센터) 부지 조기 활용에 관한 건이다. 현재 공터로 방치돼 있는 DRMO 부지를 조기에 반환해 장고개길(3차 1공구)을 개통하고, 일부 부지를 주인장로교회 임시주차장으로 주말에 개방하자는 것이다.

주안장로교회는 DRMO 부지를 교회 임시주차장으로 주말에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민원을 2013년 3월 부평구와 인천시에 제기했다. 부평구와 인천시는 이 민원을 국방부에 전달했고, 주한미군 관계자가 현장을 조사했다. 지난해에는 한미친선협의회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주한미군은 처음엔 긍정적 의사를 비쳤다가 지난 4월 최종적으로 '불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주한미군 관계자는 "환경문제가 있어서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부평구, 주한미군 측과 간담회... 주안장로교회 목사도 참석

인천시 부평구는 11일, 부평미군기지 민원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ㆍ부평구>
 인천시 부평구는 11일, 부평미군기지 민원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ㆍ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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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부평구는 "주안장로교회 주변의 불법 주정차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라면서 DRMO 부지 조기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주한미군 측에 전달했다.

주안장로교회 주변 불법 주정차 민원은 수 년간 이어지고 있다. 신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주안장로교회 일대의 주차난은 예배가 있는 수요일 저녁과 주말에 매우 심각하다. 이로 인해 교통 정체와 불법 주정차가 발생한다.

부평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이 문제와 관련해 부평구가 접수한 민원은 인터넷 13건·전화 24건·당직 12건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RMO 부지를 임시 개방해 주차장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게 주안장로교회의 의견이고, 이에 부평구 등이 동조하고 나섰다.

이 교회는 부설주차장으로 700면을 확보하고 있고, 인근 부원여중학교 운동장을 임시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의 자구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회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굴포1·2차 주차장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굴포1주차장은 195면, 굴포2 주차장은 373면이다. 여유 공간이 어느 정도 있는데도 교회 쪽에서 이 공간을 적극 이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주안장로교회 관계자는 "캠프마켓이 반환되는 만큼, 협조를 얻으면 (DRMO 부지) 사용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민원을 제기했다"라면서 "(주차난은) 영원한 숙제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안장로교회 목사도 참석했다. 이례적인 참석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목사는 간담회가 끝난 후 준비해온 볼펜을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몸집 키우기엔 열심, 사회적 책무에는 인색?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주안장로교회 앞 도로.<시사인천 자료사진>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주안장로교회 앞 도로.<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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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개신교가 교회 몸집을 키우고 세습화하는 모습은 사회적으로 빈축을 사왔다. 비용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증축·신축 공사가 여럿 된다. 인천에서도 교회들이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주안장로교회의 부평성전은 1992년 5월 부평구 산곡4동 294-10번지(면적 2만3140.5㎡)에 신축됐다. 이후 반환 예정인 캠프마켓 부지 일부(산곡동 292-9번지 일원, 1만5957㎡)에 대학원 대학 설립을 추진해,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계획은 캠프마켓 반환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진오 더함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대형마트들이 골목 상권을 잡아먹는 것처럼 교회들의 대형화는 동네 작은 교회들을 죽이고 있다, 대형 교회들이 솔선수범해 대중교통 이용하기, 버스 운행 안 하기를 해야 한다"라면서 "대형 교회가 공공 부지를 쉽게 이용하려는 것도 문제고, 행정기관이 그런 편의를 제공해주려는 발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안장로교회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 나서야"

이날 간담회에서 부평구는 교회 주변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몰리는 주말에 단속을 자제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부평구는 주말에도 부평역 일대의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

부평역 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박아무개씨는 "주차 공간이 없음에도 주말에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실시해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주차장 임차비용도 만만하지 않다"라면서 "그런데 대형 교회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해선 부평구가 왜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단체장이 대형 교회의 표를 의식해 단속하지 않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라고 주장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주안장로교회 부근은 주말 (주차) 허용 구간으로 몇 년 전에 지정됐다"라면서 "또한 인근 학교 운동장을 빌려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회 때문에 주차 공간으로 허용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DRMO, #부평구, #주안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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