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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두 달 전 예비군을 다녀온 터라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뉴스채널과 종편 방송 등에선 종일 예비군 총기 사고를 다뤘다.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을 포함해 2명이 사망했고, 부상 당한 3명 중 1명은 머리에 관통상을 입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한다(관련 기사 :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2명 사망·3명 부상).

사고 후 국방부는 사고 대책반을 구성해 후속 조치를 취했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희생 병사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희생자와 그 가족에겐 사실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의 총기 사고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국방부의 종합 발표가 있어야 확실하겠지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예비군 총기 관리·감독 부실이라 할 수 있다. 사고를 일으킨 최아무개씨(23)가 어떤 동기로 뒤를 돌아본 뒤 사격을 가했는가는 이차적인 문제다. 그가 표적이 아닌 동료들을 쏠 때 어떠한 제한이나 저지가 없었다면 이는 명백히 해당 예비군 부대의 잘못이다. 잠재적인 위험을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관심 병사 이어 관심 예비군? 핵심에서 벗어났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수많은 기자들이 훈련장 입구에 모여 사고상황을 취재하고 있다.
▲ 예비군 훈련장 총기 사고 취재하는 수많은 기자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수많은 기자들이 훈련장 입구에 모여 사고상황을 취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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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에서는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이 과거 B급 관심 병사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일차적으로 총기를 쏜 최씨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가 관심 예비군(?)이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도 총기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수 많은 예비군을 관심 병사로 분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현역 관심 병사를 나누는 기준도 모호하다).

또 막상 분류가 이뤄진다 해도, 만약 누군가 우발적 이유로 총기를 난사한다면 이는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그보다는 예비군의 총기 관리 및 사격장 통제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

훈련소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훈련소 사격장은 예비군 사격장과 딴판이다. 중대장이 방송으로 통제하며, 사로마다 조교가 1대 1로 담당한다. 또 총기와 사대 사이에 안전장치가 단단하게 고정돼 있어 사고 위험성이 적다.

관심 병사를 하나하나 파악하는 것보다 관심 병사가 이상 행동을 보일 때 신속하게 희생을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사람은 예측할 수 없지만, 사고는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군의 사격장 시스템은 훈련소의 사격장 시스템 만큼 개선돼야만 한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다.
▲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총기 사고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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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안전 관리부터 챙겨라

이번 사고로 일각에서는 '대충 하는 식'의 예비군 훈련 자체를 없애자는 의견도 있다. 답답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극단적인 주장이다. 좌우지간 우리에겐 북한이라는 대면한 적이 있고, 그들 역시 체계적으로 예비군을 운용하는 만큼 예비군 백지화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올해 국방부는 국방 개혁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예비 전력 정예화를 내걸었다. 지각 입소를 근절하고, 기존 구형 소총에서 신형 소총으로 교체하고, 참여형 훈련을 늘리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예비군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기본적인 총기 관리 및 안전 사고에 대한 대책이 없는 한 국방부의 계획은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예비군의 안전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예비군이 강화될 수 있을까? 이번 사고를 계기로나마 국방부가 내실 있는 예비군 종합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락규 기자가 활동하는 팀블로그 별밤(http://byulnigh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예비군 총기사고, #예비군 총기사고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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