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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변호사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중 FTA협정이 환경문제, 일자리,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호 변호사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중 FTA협정이 환경문제, 일자리,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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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부터 국민세금 5조 원이 걸린 재판이 시작된다.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열린다. 외환은행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 국가소송(ISD)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정부는 미국 워싱턴 어디에서 심판이 열리는지 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 누가 증인으로 참석하는지, 무엇이 쟁점인지도 함구하고 있다.

결국 민주변호사를위한모임(아래 민변)이 직접 나섰다. 민변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막대한 국민 예산이 들어가는 중대한 재판인 만큼, 납세자인 국민이 내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철저히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재판 내용 등을 숨기면 숨길수록 국민적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변호사)은 "지난 7일 민변 차원에서 이번 재판을 맡고 있는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참관 신청서를 냈다"면서 "현재 센터 쪽으로부터 최종 참관 신청 여부를 위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5조 원짜리 소송... '국익' 이유로 밀실주의 일관

ICSID 규정에 의하면, 론스타 재판부는 3인으로 구성된다. 재판부 의장은 영국 변호사가 맡고, 론스타와 우리 정부가 각각 한 명씩 중재인을 지정한다. 재판부는 당사자의 구두변론(Hearing) 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제3자의 참관 등을 허용할 수 있다.

대신 소송 당사자들 가운데 한쪽이라도 참관을 반대할 경우 허가되지 않는다. 민변은 ICSID 쪽에서 참관을 불허할 경우, 론스타와 우리 정부 가운데 누가 반대했는지 여부 등을 따로 묻겠다는 입장이다.

송 위원장은 "법무부는 '국익'이라는 이유로 론스타 소송을 밀실에서 하고 있다"면서 "이미 이번 구두심리 절차를 앞두고 지난 2012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론스타와 우리정부 사이에 서면으로 공방이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어떤 증거를 냈는지, 누가 증인으로 채택됐는지 등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송 위원장은 "ICSID 쪽에서 본격적인 변론 등 심리를 진행하는 것은 서면 공방 절차는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구두변론 등이 있은 후, 5~6개월 뒤 재판부에서 선고가 이뤄지며, 별도의 항소심없이 단심제로 끝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말 국익을 위한다면 국내 많은 전문가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함께 대응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론스타가 지난 5월 한국 정부에 보낸 ISD(투자자-국가소송) 중재의향서. 참여연대에 따르면 론스타는 지난 5일 중재의향서와 그 부속서류 전부를 미국 인터넷 보도매체 <비즈니스 와이어>를 통해 공개했다.
 론스타가 지난 5월 한국 정부에 보낸 ISD(투자자-국가소송) 중재의향서. 참여연대에 따르면 론스타는 지난 5일 중재의향서와 그 부속서류 전부를 미국 인터넷 보도매체 <비즈니스 와이어>를 통해 공개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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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 소송에서 우리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민변은 이날 론스타 소송 쟁점을 설명하면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과연 론스타가 소송을 낼 만한 자격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서면 공방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승소 장담할 수 없어... 정부 소송 내용 공개해야"

송 위원장은 "론스타가 ISD를 제기하게된 근거는 '한-벨기에 투자협정'"이라며 "한국정부가 벨기에 기업인 론스타의 투자를 보호해줘야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서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과연 론스타가 벨기에 회사인지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낸 론스타 펀드는 단지 서류상으로만 벨기에에 설립돼 있을 뿐, 실제는 미국계 회사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는 것.

그는 또 "한-벨기에 투자협정은 한국에서 진행한 적법한 투자만을 보호하도록 돼 있다"면서 "론스타가 국내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있는 만큼, 투자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면 한국이 승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이미 우리 정부는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중재비용으로 세금 219억 원을 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너무 극단적인 비밀주의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막대한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소송인만큼 정부도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조3830억 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2006년 국민은행에 6조3000억 원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이어 2007년에 HSBC와 싱가포르 DBS은행 등에도 매각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지분매각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2010년 12월에 하나금융에 4조7000억 원에 매각 승인 신청을 냈고 2012년 1월 최종적으로 3조9000억 원에 매각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이 과정에서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일었다.

결국 한국을 떠난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투자자 국가소송을 걸었다. 한국정부가 자신들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 론스타가 한국정부에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돈은 5조1328억 원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주재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론스타 펀드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정하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주재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론스타 펀드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정하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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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론스타, #ISD,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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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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