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현 새누리당 국회의원)는 조사 뒤에도 "(성 회장의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14일 오전 10시께 출석해 오후 11시 30분께까지 13시간 반 조사를 받은 뒤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를 1시간가량 확인한 이 전 총리는 20분 정도 문무일 특별수사팀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15일 0시 55분께 다소 피곤한 기색으로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섰다.
이 전 총리는 "나름대로 내 입장을 충분히 얘기했고, 검찰 얘기도 들었다"라고 이번 조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다. 이 전 총리가 조사에 출석하면서 "진실은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한 말을 인용한 한 기자가 '이겼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전 총리는 "제가 말씀드린 것은 이겼다 졌다의 말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진실된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말"이라면서 "저는 (성 회장의 돈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그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회의원 재선거 중이던 2013년 4월 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와 성 회장이 독대했고, 이를 목격한 이들의 진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선거 와중에 독대하고 이런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기자 수십 명이 인터뷰하려고 왔고, 정황상 독대를 할 수 없었다' '기억을 못한다'라던 주장을 유지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또 국회의원실 김아무개 비서관이 부여 선거사무소 독대 목격자를 회유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그런 거 없다, 회유할 사실이 뭐가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의혹 제기 뒤 여러 언론이 성 회장과의 독대 목격자를 인터뷰하고, 측근이 목격자를 회유하려한 의혹을 보도했지만 이 모든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소환조사에서 이 전 총리는 성 회장과의 독대 정황을 반박하는 자료는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는 "아까 변호사님이 여러 가지를 적었으니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또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추가로 소명해야 하는 부분이 여러 가지 있다고 자인한 것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이어 이 전 총리의 소환조사로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8인 중 돈을 받은 정황이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된 두 명에 대한 조사의 주요 부분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관련 의혹 조사 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사팀은 조만간 수사 상황을 중간점검해 소환조사를 받은 2인의 기소 여부, 구속·불구속 여부와 나머지 6인 관련 수사 방향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일정대로 차근차근 가고 있지만 일을 하다 보면 어느 부분은 속도가 나기도 하고, 다른 부분 정체도 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