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아래 현대차노조) 상근 집행부가 민주노총 총파업 불참을 두고 이경훈 지부장을 비판하는 연대 노동단체 대표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연대단체와 전국 11개 제조업 비정규직노조 등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서자 결국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이 사과했다.
(관련기사 : "조중동의 '폭풍칭찬' 받은 현대차 노조 각성하라")현대차노조 이경훈 지부장은 지난 14일 발행된 현대차지부 신문 1면 하단에 사과문을 내고 "지난 4.24 총파업 울산대회의 폭력사태 관련, 가맹 및 산하단체 동지들께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대단체와 현대차노조 내 현장조직은 이 지부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이라며 비판했다.
현대차 지부장 사과에 연대단체 "사과문 오히려 사태 호도, 철저한 징계 필요"이경훈 지부장은 "지난 4월 24일 울산 태화강역 700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진행한 울산지역본부 주관 총파업 울산대회장에서 현대차지부에 대한 비하, 비난발언으로 예기치 못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며 "따라서 일련의 항의 및 폭력사태에 대해 가맹 및 산하단체 동지들과 시민들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이어 "폭력사태 유발은 확인하여 책임을 다할 것이며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대차지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동지애적 관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위상과 기대에 맞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투쟁전선에 최선을 다할 것을 밝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역 총파업 연대단체는 15일 공동 성명을 내고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며 "이경훈 집행부에 대한 철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대단체는 노동당 울산시당, 노동자계급정당울산추진위, 노동자연대 울산지회, 노동해방실천연대 울산지부, 울산노동자배움터, 울산해고자협의회, 정의당 울산시당, 좌파노동자회 울산위원회, 혁명적노동자당건설현장투쟁위원회 등이다.
이들은 사과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사과문에는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 폭력 사태에 대해 주어가 빠져 있다"며 "무엇보다 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폭력사태를 유발했고, 현대차지부 집행부 비판 연설이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과문은 그래서 지부 집행부가 저지른 폭력 행위가 아니라 적반하장격으로 '폭력사태 유발을 확인해 책임을 다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쓰고 있다"며 "이것은 사과가 아닐뿐더러 자신의 폭력 행위의 책임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전가하려는 얼토당토않은 결론"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폭력 피해자뿐 아니라 지역실천단과 총파업 집회 주최 단체인 민주노총 울산투쟁본부에 대한 사과도 빠져 있다"며 "특히 지역실천단은 4·24 총파업 조직을 위해 한 달 반 넘게 총력을 다해 총파업 조직을 위해 헌신했는데, 지역실천단장에 대한 폭행은 지역 연대 단체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연대단체는 "민주노총 울산투쟁본부는 대표자 회의에서 현대차지부 집행부에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투쟁 지침에 복무할 것을 밝히라고 했는데 이 내용도 빠져 있다"며 "이런 이유로 총파업 승리 지역실천단에 함께 하는 울산지역 단체들은 이를 사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매한 사과 시늉으로 폭력 사태를 모면하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우리는 4·24 울산 총파업 집회 폭력 건을 절대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이경훈 지부장과 폭행 가담자들을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노조 현장조직 "지부장, 끝까지 책임 회피하고 왜곡"현대차노조 내 현장조직에서도 이번 사과가 사실관계를 잘못 기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장조직 '들불'은 15일 성명을 내고 "민주노조운동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했다고 집단폭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사상 처음으로 진보정당들이 참여하는 노동사회단체가 현대차 정문 앞에서 폭력사태 사과와 지부장 사퇴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고 상기했다.
이어 "5월 1일 노동절 서울집회장에서도 폭력사태 사과와 지부 사퇴 현수막이 걸려 조직의 일원으로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며 "폭행당한 연설자는 '지부장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사과문에는 '현대차지부에 대한 비하, 비난이라고 적어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왜곡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작 사과하고 다음부터 총파업에 복무하겠다는 약속으로 화가 난 전국 노동자들과 진보진영을 달래는 조치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글에 한 해 중복개제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