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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손수 제작한 해양탐사선 코스모스호에 앉은 이효웅씨
자신이 손수 제작한 해양탐사선 코스모스호에 앉은 이효웅씨 ⓒ 이효웅

나가사키 범선축제(4.25~4.29)에 참가하기 위해 대한민국 유일 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고 가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끌리는 친구를 만났다.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바다에 대한 상식이 뛰어난 이효웅씨.

알고 보니 1953년생 동갑내기에다 올해 초 명예퇴직 한 교사 출신으로, 직업이 같아 오랫동안 사귄 죽마고우 같이 여겨져 살아온 내력을 들어보았다. 40년간의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올해 초 마감한 그는, 자신이 제작한 소형보트로 우리나라 연안과 섬 8000㎞를 탐사했다.

자신이 손수 설계하고 제작한 소형해양탐사선 코스모스호. 길이 5.2m에 50마력 엔진을 탑재한 그의 배는 무게 0.5톤에 불과하다. 그는 일엽편주 같은 조그만 배로 서해 백령도부터 동해안 휴전선 인근까지 혼자 항해했다.

 자신이 제작한 코스모스호를 타고 항해 중인 이효웅씨.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의 1800킬로미터를 28일간 일주하기도 했다.
자신이 제작한 코스모스호를 타고 항해 중인 이효웅씨.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의 1800킬로미터를 28일간 일주하기도 했다. ⓒ 이효웅

백령도 인근으로 항해할 때는 해경으로부터 "북한 경비정이 내려오고 있으니 빨리 피하라!"는 무전을 듣기도 했다. 동해안을 항해할 때는 GPS가 고장나 북방한계선 인근까지 항해하다 수상한 선박으로 오인한 군경이 출동하기도 했다.

"아니! 135톤이나 되는 코리아나호도 이렇게 흔들리는데 그렇게 조그만 배로 항해하는 게 겁나지 않았어요?"
"어릴 적 꿈이 동해바다 정복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마도로스가 꿈이었으니까요."

배를 건조한 경험이 없는 그는 조선소 옆에서 어깨 너머로 배우고 기술자들에게 술도 사주며 코스모스 해양탐사선을 1년 만에 완성했다. 그가 배에 관해 문외한인 나에게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해줬다. 설계-목형제작-몰드제작-FRP선 완성. 1년 만에 미완성 상태로 운항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3년 만에 최종적으로 완성했다.

집념이 대단했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배를 직접 제작하다니. 남이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서 하는 걸 싫어한다는 그. "내 신념은 모방이 아닌 창조였어요"라고 말한 그에게 "창조가 어렵지 않나요?"고 묻자, 그는 "원리를 연구해 다른 각도로 생각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게 바로 창조죠"라고 말했다. 이씨에게 인생관에 대해 물었다. 

"교사가 열심히 노력해 승진도 해야지, 보트만 타고 다녔어요?"
"저는 승진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오해도 받고 욕 먹은 적도 있어요. 하지만 내 꿈을 이뤘다는 자신감에 보람을 느낍니다. 남들은 퇴직하면 제2의 인생을 산다는데, 나는 제3의 인생을 삽니다."

요즘은 카약을 타고 남해안, 동해안을 돌고 서귀포와 마라도 투어를 한다. "맨날 바다에 미쳐 사는 남편을 보고 사모님이 엄청 반대했을 텐데요" 하고 묻자 "처음에는 싫어했지만 지금은 그냥 잘 갔다 오라며 열심히 기도해 줍니다"라며 웃는다.

"동호인들과 학생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그는 '꿈을 위하여!'라는 타이틀로 강의를 준비 중이다. 현재 동해시교육청 발명 강사로 활동 중인 그는 코리아나호에서도 탐구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항해할 때 가끔 해류병을 던져 해류가 어디로 흐르는가를 연구한다. 한국과 일본의 전관수역을 지날때는 20개의 해류병을 던져 쿠로시오 난류의 흐름을 탐지할 계획이다. 이씨가 던진 저 해류병이 언젠가는 이씨에게 돌아올 날을 기다려본다.
항해할 때 가끔 해류병을 던져 해류가 어디로 흐르는가를 연구한다. 한국과 일본의 전관수역을 지날때는 20개의 해류병을 던져 쿠로시오 난류의 흐름을 탐지할 계획이다. 이씨가 던진 저 해류병이 언젠가는 이씨에게 돌아올 날을 기다려본다. ⓒ 오문수

여수에서 나가사키로 오던 중 한국과 일본의 경계인 전관수역에서 20개의 해류병을 투하했다. 목적은 쿠로시오 난류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란다. 작년에도 동해연안에 해류병 100개를 투하했는데 9개를 회수했고, 울릉도와 공해상에 40개를 투하했는데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 미나토에서 회신 메일이 도착했다.

그는 추운 겨울방학에는 배를 제작하고, 여름방학에는 보트를 타고 우리나라 섬을 돌았다. 조그만 보트를 타고 가거도나 홍도를 다녀오면 해경에서 깜짝 놀라며 싫어했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독도에 선 이효웅씨
독도에 선 이효웅씨 ⓒ 이효웅

현재 이사부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 중인 그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사부 장군은 512년에 목사자를 만들어 우산국을 신라에 복속시켰고 우산국의 부속도서인 독도를 우리 영토에 편입시켰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민간인의 독도 입항허가가 났을 때 혼자서 운전하는 소형보트로는 가장 먼저 독도에 입항했다는 이씨. 제주도, 흑산도 등 우리나라 섬을 돈 거리를 합하면 8000㎞에 달한다는 이효웅씨는 진정으로 바다를 사랑한 사나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이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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