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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국가들의 수용 거부로 공해상을 떠도는 로힝야족 난민선 표류 사태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동남아 국가들의 수용 거부로 공해상을 떠도는 로힝야족 난민선 표류 사태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종교 탄압과 빈곤을 피해 망명을 떠난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 난민들이 수개월째 바다 위에서 처참하게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은 난민선을 밀어내며 입국을 거부, 서로 핑퐁 게임을 벌이며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해안경비대는 로힝야족 수천 명이 타고 있는 난민선들이 자국 해안으로 다가오자 최소한의 비상식량만 건네주고 쫓아냈다. 13일에는 말레이시아도 난민선을 거부했고, 14일 태국도 약간의 식량, 물, 의약품을 주고 난민선을 영해 밖으로 밀어냈다.

이날 15일 수마트라섬 동쪽 근해에서는 로힝야족 700여 명을 태운 난민선이 침몰하는 것을 인도네시아 어민들이 발견해 구조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난민선에 어린이 61명도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수천 명의 난민이 갈 곳 없이 표류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에 있는 말라카 해협에서 최소 6천 명, 최대 8천 명에 이르는 난민이 배를 타고 표류하고 있고, 그 수는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주에서 모여 사는 소수민족이다. 그러나 불교국가인 미얀마는 로힝야족이 이슬람을 믿는다는 이유로 시민권도 부여하지 않고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9세기경 미얀마에 정착한 아랍상인들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로힝야족은 수니파 이슬람을 고집하는 대가로 미얀마 정부의 가혹한 탄압을 받고 있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에게 불교로 개종을 강요하며 재산권도 주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이동의 자유도 없이 집단 거주지에 갇혀 살고, 식량은 물론이고 의료, 교육 등 최소한의 복지도 받지 못하는 로힝야족은 미얀마를 떠나 망명길에 올랐다. 그러나 태국이 육로를 차단하자 할 수 없이 바다로 나갔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난민 수용을 거부하면서 공해상을 떠도는 '보트피플'이 되고 말았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이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도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하기 시작하면 불법 이민이 크게 늘어갈 것을 우려하며 입국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갈곳 없는 로힝야족, "IS처럼 될 수도" 경고

 공해상에서 표류하는 로힝야족 난민선의 처참한 상황을 전하는 BBC 뉴스 갈무리.
공해상에서 표류하는 로힝야족 난민선의 처참한 상황을 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로힝야족 난민의 표류 사태가 심각한 국제사회 이슈로 떠오르자 BBC 취재단은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난민선의 참혹한 실태를 보여줬다. 취재단이 다가오자 난민들은 선박 난간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BBC는 "난민들이 자신의 오줌을 마시며 버티고 있었다"며 "이미 지난주에만 최소 10명이 숨졌고, 지금도 수십 명의 중환자가 치료도 받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함께 배에 타고 있던 선장이나 밀입국 브로커들이 난민들을 버리고 도망치기도 했다.

국제이주기구(IOM) "지금 당장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난민선은 조만간 시신들로 가득 찰 것"이라고 호소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은 오는 29일 해상 난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 

미국도 제프 래스키 국무부 대변인이 "최근의 사태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동남아 국가들이 표류하는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본격적인 개입은 주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로힝야족을 탄압한 미얀마도 책임감을 갖고 사태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제 분쟁을 분석하고 예방하는 국제위기그룹(ICG)은 "로힝야족이 갈 곳을 잃으면 이들도 결국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로힝야족#미얀마#이슬람#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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