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퇴원해서 내 방에 와있다는 꿈만 같은 사실에 기뻐한 것도 잠시, 수술 후유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신 마취에 갑상샘을 다 들어내고 림프절도 24개나 제거를 했는데 몸이 정상일 리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퇴원해서 집에 간다는 달콤함에 빠져 증상들을 무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고도가 높은 산에서 차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귓속이 멍한 느낌이 든다. 수술을 하고 나서 며칠 동안 계속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있는데도 가끔씩 고막이 찢어질듯 한 고통도 밀려왔다. 종일 멍한 느낌 때문에 사람들의 말소리도 작게 들렸다. 첫 외래 진료 시 이런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니 수술할 때 수술 부위를 잡아 당기면서 수술을 하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이 증상은 별 다른 조치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좋아졌다.

수술이 끝나고... 먹을 순 있었지만 소화가 안 됐다

신어산 퇴원 후 체력을 기르기 위해 제일 싫어하던 등산을 나 스스로가 매일 했다.
신어산퇴원 후 체력을 기르기 위해 제일 싫어하던 등산을 나 스스로가 매일 했다. ⓒ 강상오

수술이 끝나고 운 좋게도 바로 당일 저녁부터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런 행운과 달리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았다. 수술하고 3일 동안 계속 죽만 먹었음에도 속은 계속 더부룩하고 꽉 찬 느낌이었다. 병원에서 계속 생활해 생긴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고 했다. 평상 시 내 생활 패턴을 봐도 운동 부족은 여전했다. 아마 마취 가스의 후유증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퇴원하기 전 날이 되자 수술 후 처음으로 '배고프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며 회복을 했다.

목을 수술해서인지 정신을 차리고 병실에 온 손님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면 목소리가 크게 나오질 않았다. 갑상샘 암 수술 후기 블로그를 한 동안 운영하면서, 찾아온 손님들과 대화할 때 목소리 문제로 오랜 시간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나도 당시 제일 걱정스러웠던 게 바로 목소리였다. 며칠이 지나면서 서서히 정상화 돼갔다. 수술할 당시 부갑상샘 부위를 건들여 그렇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는 체력 저하와 피로감. 평상 시 보다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걸 느꼈다. 병원에 있을 땐 몰랐는데 퇴원하고 1주일 정도 생활하다 보니 내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첫 외래 진료 때 피로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신지로이드 용량을 조절해줬다. 그리고 이후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을 줄이고 체력을 키우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면역력 저하. 나는 평소에도 피곤하거나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잇몸과 귓불 뒤에 염증이 잘 생긴다. 처음 수술하고 이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퇴원하고 3주가량 지났을 때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분간 외래 진료가 없어 이 부분은 물어보지 못했는데 평소 자주 겪던 증상이기 때문에 몸에 면역력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치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조금씩 개선돼 갔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수술하고 이런 증상들이 사라져 정상적인 몸 상태가 되기까지는 두 달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등산과 조깅으로 운동을 하고, 소식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등 노력했을 때의 이야기다.

나는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할 때부터 직장에 병가를 제출했고, 몇 달을 몸을 추스르는 데만 집중했다. 간혹 갑상샘암은 착한암이니, 수술만 하면 괜찮다느니 하면서 수술 기간만 쉬었다가 바로 직장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도 분명히 '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고, 아직 계속해서 치료와 회복을 요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세상에 어떤 일이든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그 심정을 알 수 없다. 그냥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과 이해하는 척 할 뿐인 것이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만난 수 많은 갑상샘암 환우들에게 공감한 건 가족조차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그 말 한마디가 아픈 사람에겐 상처로 남는다. 그렇게 상처를 받다보니 같은 병을 경험했다고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오히려 가족보다 그들에게서 위로받고 위안을 삼는다. 속 깊은 이야기를 터놓는다.

꼭 갑상샘암 뿐 아니라 어떤 병이라도 내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갑상샘암#수술#부작용#증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