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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자발성·창의성·공공성·지역성'이라는 기본정신을 통해 학교혁신 실천이라는 목표를 갖고 출발한 혁신학교는 강원도에서는 '행복더하기학교'라는 이름으로 현재 54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강원희망신문>에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사례 등을 제공하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중특별기획으로 '혁신학교에서 희망찾기'를 연재한다. '특별좌담회'를 시작으로, 학교현장 방문 취재 등 총 9회 연재할 계획이다. <오마이뉴스>는 <강원희망신문>의 동의를 얻어 이 기사를 함께 게재한다.<편집자 주> [편집자말]
강원희망신문 특별좌담회 : 왜 지금 학교혁신과 혁신학교인가?
 강원희망신문 특별좌담회 : 왜 지금 학교혁신과 혁신학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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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일시 : 5월 11일 16:00~18:30
장소 : 강원도교육청 별관1층 한서실
진행자 : 정명섭(강원희망신문 사업본부장)
토론자 : 김소영(포남초 교사), 최규수(북원여중 교사), 윤은희(아야진초 학부모), 전경숙(설악여중 학부모), 안순억(경기 운종초 교감)
정리 : 전흥우 편집위원

혁신학교는 왜 필요한가?

정명섭 : "강원도 혁신학교인 행복더하기학교(아래 '행복+학교')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오해도 있는 것 같다. 강원도에서 행복+학교가 시작된 지 5~6년 됐는데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보편화로 나아가야 된다고 본다. 오늘 좌담회가 그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혁신학교 경험이 많은 안순억 교감선생님이 먼저 말씀해 달라."

경기도 운중초등학교 안순억 교감
 경기도 운중초등학교 안순억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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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억 : "혁신학교에 대한 시각에는 양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과도한 기대가 있고 한편으로는 이념적 잣대로 몰아가는 시각이 있다. 혁신학교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사회적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혁신학교는 어떤 상(象)을 그리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낡은 관행과 질서를 넘어 사회의 거대한 변화와 함께 호흡하는 교육과 학교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혁신학교다. 학교와 교육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물줄기로서 혁신학교가 필요하다."

전경숙 : "첫 아이 때 행복+학교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이 혁신학교인지 몰랐다. 급식이 맛있는 학교라고 했다. 그런데 학교에 가보니 모둠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정말 밝은 표정으로 수업하고 모르는 것을 서로 가르쳐 준다고 했다. 지금 셋째 아이가 있는데 또 혁신학교에 보내고 싶다."

윤은희 : "기존 공교육은 만들어진 꿈의 틀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사회적 지위와 안정된 생활을 위해 서열을 정해 놓고 입학과 동시에 경쟁하게 만들고 있다. 단체의 특수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아이들 개인의 존엄에 대한 관심은 없다. 그래서 혁신학교가 필요하다."

김소영 : "교사가 되고 나서 늘 학교가 이래도 되는가 생각했다. 대학에서 꿈꾸고 배웠던 학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나도 그렇게 살고 있었다. 학교가 꽉 막혀 있다. 새로운 도전은 관행이나 위계에 의해 잘려 나간다. 협력보다는 경쟁에 내몰린다. 혁신학교는 누가 구상한 것이 아니라 그런 현장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규수 : "혁신학교에 대하여 대부분 성적을 등한시 한다고 하는데 그건 오해다. 더 많은 지식의 힘을 쌓고 있다. 지식의 절대적 양은 적을지 몰라도 깊이는 더 커져서 힘이 아주 커졌다. 학교에서 교사의 서열화가 많이 해소되었고 평교사들을 지지해주고 있다."

일반학교와 차이는?

정명섭 :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와 무엇이 다른가? 학부모님들이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설악여자중학교 전경숙 학부모
 설악여자중학교 전경숙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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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숙 : "일반학교는 선생님 위주로 수업을 하지만 혁신학교는 선생님이 과제를 내면 스스로 협력해서 해결한다. 그래서 협동심과 자립심이 길러진다. 친구끼리 친해지다 보니 왕따나 학교폭력이 자연히 해결된다. 흔히 혁신학교 아이들의 공부가 뒤떨어진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윤은희 : "고성지역에서는 혁신학교 선생님들이 주축이 되어 교사연수를 많이 해서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정말 아이들이 배려를 할 줄 안다. 책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아는 것 같다.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말라는 말을 제일 무서워한다."

안순억 : "차이점을 말하기보다 일반학교가 왜 달라졌을까 하는 문제로 본다. 서판교에 있는 부자학교에 갔는데 학부모들이 엄청 반겨서 의아했다. 한국교육이 굉장히 답답하고 그래서 부모들이 더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 대안으로서의 혁신학교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혁신학교가 우리 교육의 계층과 계급, 세대를 넘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교육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정명섭 : "선생님들 스스로의 만족도는 어떤가?"

북원여자중학교 최규수 교사
 북원여자중학교 최규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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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수 :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주도해 나가는 교사들은 수업에서 교육의 주체로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으니 만족한다. 토론이나 연수 등에 자기 사비를 털어서라도 간다. 반면에 그것을 귀찮고 힘들어 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알아서 잘 하니까 교사들이 편하다. 함께 더 노력하면 훨씬 더 나아질 텐데 그런 부분에서 좀 안타깝다."

김소영 : "포남초에서 처음 행복+학교를 시작할 때 들어갔다. 혁신학교는 아이들은 행복한데 교사들은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첫해에는 회의가 많아서 힘들었다. 그런데 회의에 참여하면서 내가 여기서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행적인 일들이 꼭 필요한 것인지 하나하나 따져보게 되었다. 비로소 교사로서 무엇을 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배울 수 있었다."

안순억 : "2013년 경기도 교육청 조사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 만족도에 관해 모든 것을 조사했는데 모든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통계가 다 있지만 수치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학부모나 선생님들도 딜레마는 있다. 혁신학교는 함께 즐겁게 공통체적으로 잘 살자는 것, 민주주의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관성이나 관행에 맞서 싸우는 것이기에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낙관적으로 본다."

혁산학교의 장애요소는?

정명섭 : "혁신학교의 장애요소라면 어떤 것이 있을지 말씀해 달라."

최규수 : "학교 내의 장애요소는 주도적인 선생님들에 대한 딴지걸기이다. 그런 분들을 어떻게 잘 끌어안고 뛰어넘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전경숙 : "보수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성적이나 학력 위주의 풍토, 자기자식만 위하는 이기적 욕망이 큰 장애다. 현장체험학습 등 예산의 뒷받침 등도 장애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야진초등학교 윤은희 학부모
 아야진초등학교 윤은희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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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희 : "몇 번의 선거를 보면서 한국사회는 변화가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교육지도자 한 사람 잘 뽑아도 많은 변화가 온다. 나는 강원도가 교육선진도시라 생각한다. 선입견이 큰 장애라고 생각한다."

김소영 : "모든 학교들이 사실 교장이나 교감의 성향에 많이 달려 있다. 관리자가 바뀌면 한순간에 다 바뀐다. 학력이라는 것에 갇혀 있는 것도 장애요소이다. 혁신학교가 기존 관행이나 제도와 싸우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남는 것이 학력이다. 자발성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도 있다."

안순억 : "학력이라는 문제는 혁신학교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혁신학교가 제일 안 되는 것이 고등학교다. 못된 학력주의가 교육 불평등을 만든다. 대학이 개혁되고 입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안에서 바꿔내는 내적 노력 못지않게 사회전반의 개혁과 교육이 맞물리지 않으면 어렵다. 결국 교육을 규정하는 제도적이고 법적인 불합리성을 극복하는 문제가 혁신학교의 문제를 푸는 문제일 것이다."

이런저런 비판도 있는데...

정명섭 : "혁신학교에 대해 좌파학교다, 전교조 학교다 하는 얘기들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순억 : "혁신학교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주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기도 내 주도적인 몇몇 학교를 보면 그렇지 않다. 전국 17개 교육감 중에서 13개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교육감들을 당선시킨 국민들이 모두 좌파인가? 내년에 보수적인 대전교육감이나 부산시장도 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악의적인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포남초등학교 김소영 교사
 포남초등학교 김소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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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 "포남초 내에서 연수가 있었는데 어떤 교감선생님이 거기는 전교조 학교인데 무엇 하러 가느냐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20명이 넘는 학교에 6명만이 전교조 조합원이다. 이런 비난은 나머지 선생님들의 자발성과 참여를 모독하는 말이다."

최규수 : "처음에 전교조 선생님들이 주로 시작한 것은 맞다. 현재는 몸통의 대부분이 전교조 아닌 분들이 많다. 자율학기제야말로 가장 혁신적인 것인데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걸고 강력하게 시행하려는 했던 것이다."

전경숙 : "학부모 입장에서 전교조 선생님들이 있고 없고는 관심대상이 아닌 것 같다. 어떤 엄마에게 아이를 설악여중에 보내라고 하니 공부를 많이 시켜야 하기 때문에 안 보내겠다고 한다. 혁신학교에 대한 홍보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동아리나 문화활동이 활성화되다 보니 놀기만 하는 학교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다."

윤은희 :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나는 아닌 것을 바로 보는 눈을 키워주신 선생님들이 오히려 정말 감사하다."

정명섭 : "마지막으로 강원희망신문이 기획하고 있는 혁신학교 기획시리즈에 대해 가장 경험이 많은 안순억 교감선생님께서 종합적으로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다."

안순억 : "크고 엄청난 담론들이 아니라 혁신학교를 겪으면서 일어나는 떨림들, 그 속에서 일어나는 교육에 관한 고민들과 작은 성취들, 이런 얘기들을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면서 강원도에서 혁신학교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행복더하기학교, #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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