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은 올해 3월 3일(현지 시각) 두바이에서 두바이투자청(ICD)의 칼리파 알 다부스 '퓨처시티'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서구 검단에 36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해 퓨처시티를 건설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LOI 체결 뒤 2주 후 두바이투자청이 인천을 방문해 투자의향서에 따른 정식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다 됐는데도 진척이 없다.
게다가 이 투자 유치의 에이전시(Agency: 경제적 활동 따위를 대행하거나 주선해 주는 사람이나 회사)가 2008년 제주와 2014년 경기도 파주에 비슷한 모델을 가져왔다가 실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두바이 부동산 개발 회사인 테콤인베스트먼트는 2008년 제주와 2014년 파주에서 이번 검단 퓨처시티 계획과 거의 비슷한 스마트시티 조성을 타진했고, 결국은 무산됐다. 파주 스마트시티는 두바이 자본 1조6000억 원을 끌어와 파주읍 백석리 일대에 페라리월드·테마파크·스마트시티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취임한 이재홍 파주시장이 테콤인베스먼트 쪽에 실현 가능한 '파주 스마티시티' 계획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테콤인베스먼트 쪽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공교롭게도 검단 퓨처시티와 파주 스마트시티 투자 유치 에이전시가 동일하다. 이 에이전시는 서울 강남에 소재한 게이트웨이인베스트먼트이며, 이 회사 홈페이지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2015년 4월 5일자 <파주저널> 보도를 보면, 파주 스마트시티 사업과 이 에이전시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파주저널>은 "이 에이전시가 능력도 없는 부실 회사라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3개월 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조건으로 경기도 발전계획에 포함시켜준 것을 거꾸로 선전하다가 그래도 SPC를 설립하지 못했다, 조 단위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이 백억 단위 회사를 설립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당시 파주 프로젝트 사업 가능성을 진단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파주 프로젝트를 포기할 것을 권고하면서 그 사유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고 했다.
"우선 게이트웨이(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이후 3년 동안 매출실적이 전혀 없어 자본금을 완전히 잠식했고, 차입금이 1000%가 넘는 악성부실기업이다. 게이트웨이는 상거래의 기본이 되는 신용능력과 현금창출 능력이 없는 업체로 드러났다. 또 게이트웨이가 만든 사업계획서도 수익을 올리기 어렵고 투자 유치도 어려워 사업성이 없다."두바이투자청과 LOI 체결 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투자 유치는 진척이 없고, 에이전시가 부실한 업체로 드러나면서 검단 퓨처시티 사업에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천시 또한 해당 에이전시의 부실함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하지만 인천시는 3개월 째 '시장실'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승봉 시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파주에서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에이전시는 두바이투자청 쪽 일을 알선하는 에이전시다. 그 에이전시가 파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LOI 체결 후 현재 검단 퓨처시티 사업에서는 비껴서 있다. 간혹 두바이투자청의 부탁으로 인천 사정을 체크하는 정도의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검단 퓨처시티 투자 유치 진척과 관련해선 "두바이투자청 내부에서 투자 방식과 규모 등을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 본격적인 투자 유치 행보가 이뤄지면 시 투자유치단에서 직접 나설 것이다. 현재는 시장실이 맡고 있다"라고 한 뒤 "투자 유치가 빨리 되면 좋은데, 국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검단엔 퓨처시티, 송도엔 엑스포시티?
민선6기 인천시는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국비 확보와 투자 유치를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유 시장이 시장실을 가동해 검단 퓨처시티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 배국환 경제부시장은 송도 6·8공구에 엑스포시티를 조성하려고 애쓰고 있다.
엑스포시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소재한 월드마켓센터(World Market Center) 모델을 송도 6·8공구에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이 사업 제안자는 국제마켓센터(International Market Centers, L.P.)의 설립자인 숀 샘슨(Shawn Samson)이다.
미국 기업체인 국제마켓센터(IMC)는 라스베이거스에 소재한 월드마켓센터와 라스베이거스디자인센터, 노스캐롤라이나의 하이포인트마켓(High Point Market) 등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나스닥 상장 회사다.
배 부시장은 올해 1월 숀 샘슨의 초청을 받아 임용빈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와 함께 라스베이거스 월드마켓센터를 다녀왔다.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는 포스코와 합작으로 송도개발유한공사(=NSIC)를 설립해 송도를 개발한 회사다.
엑스포시티 에이전시는 미국 사모펀드 오크트리캐피탈(Oaktree capital) 한국지사의 스티브 최가 맡았다. 오크트리캐피탈은 베인캐피탈(Bain Capital)과 함께 국제마켓센터(IMC) 공동 소유주다.
배 부시장이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온 뒤, 숀 샘슨과 임용빈 대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5월 18일 유 시장을 만나 송도 6·8공구의 랜드마크시티를 대체할 사업으로 엑스포시티를 제안했다.
송도 엑스포시티는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판박이숀 샘슨과 임용빈 대표가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안한 엑스포시티는 구리시가 추진하는 '구리 월드디자인시티'와 그 내용이 거의 똑같다.
구리 월드디자인시티는 약 10조 원(=공공 2조 원+민간 7조 원)을 투자해 구리시 토평동 일원 172만㎡에 상설전시장, 엑스포 시설, 특화 상업ㆍ업무 시설, 호텔, 주택, 외국인국제학교를 짓는 사업이다.
구리시는 이 사업을 위해 토지보상비로 사용할 지방채를 약 6000억 원 발행할 계획이라, 시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진화자 구리시의회 부의장은 "시 예산이 3500억 원인데, 여기에 두 배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사업 또한 국제마켓센터가 운영 중인 라스베이거스월드마켓센터와 라스베이거스디자인센터에서 따왔다. 초기 사업제안자는 스티브 임(Steve Lim) '비바비나(Viva Vina)' 대표로, 구리시는 2011년 비바비나 컨소시엄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울러 구리시가 월드디자인시티 사업 추진을 위해 운영하는 국제유치자문위원회(NIAB)는 지난해 중국 트레져베이그룹(Treasure Bay Group), 미국 베인브릿지사(Bainbridge Investments)와 MOU를 체결했다. 국제유치자문위원회는 조례에 근거한 기구는 아니며, 투자 유치를 위해 연 2회 미국에서 투자 유치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해 3월 18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유치 국제유치자문위원회 8차 회의' 때 국제유치자문위원회 투자유치분과 위원장인 스티브 임은 국제마켓센터를 국제유치자문위원회에 추가했다. 또한 같은 날 스티브 임은 '숀 샘손과 구리 월드디자인시티에 대한 구체적 투자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베인캐피탈(Bain Capital),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힉키프레이호프너캐피탈(Hickey Freihofner Capital), 오크트리캐피탈(Oaktree capital) 등이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숀 샘슨은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을 인천에 구현하겠다며 유 시장을 찾은 것이다. 구리에 투자를 검토 중인 베인캐피탈은 오크트리캐피탈과 함께 국제마켓센터(IMC)의 공동 소유주이다. 유 시장에게 숀 샘슨과 국제마켓센터(IMC)를 소개한 에이전시는 오크트리캐피탈 한국지사의 스티브최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인천경제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숀 샘슨이 구리 월드디자인시티에서 손을 뗐다고 들었다"고 했고, 구리시 관계자는 "구리시 투자유치는 국제유치자문위원회에 속한 구성원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숀 샘슨은 국제유치자문위원회 구성원이 아니고, 미국에서 열리는 투자 유치 행사 때 참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황을 두고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두 사업 모두 투자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시 재정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사막에서 신기루를 좇는 형국이다"며 "'힘 있는 시장'으로 당선된 후 시 부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민들에게 고통분담만 전가하는 것으로 1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두 사업 모두 '할리우드 액션'이다"고 꼬집었다. 이광호 사무처장은 이어 "시장과 부시장이 실체 없는 투자 유치 신기루에 현혹돼 주민세 인상과 대중교통요금 인상으로 시민 부담만 늘게 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송도 엑스포시티와 구리 월드디자인시티가 판박이라는 비판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경제부시장이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사업을 제안해 검토 중이지만 뭐라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