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과 관리를 맡은 보건당국이 공식 발표를 수차례 번복하는 등 서투른 여론 대응으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2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방역 초기 '낙타와 접촉 금지'를 메르스 예방법으로 주로 홍보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20일 '메르스 환자 국내 유입' 보도자료에서 "모든 환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중동 지역과 연관돼 있다"며 낙타 시장이나 낙타 농장을 방문을 예로 들었다.
닷새 뒤 '메르스 바로 알기' 보도자료에서도 "중동 지역을 여행할 경우 낙타 등 동물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문제는 접촉 기회가 희박한 낙타가 아니라 메르스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격리 관찰 대상자의 철저한 관리였다. 덜 익은 낙타고기의 위험성보다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더 궁금해 했다.
네티즌들은 이에 "출근할 때 당분간 낙타는 타지 말아야겠다", "유니콘 타고 명동 가지 말란 소리 하고 있네" 등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주의사항을 희화화하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당국은 자가 격리가 메르스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외부의 지적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25일 보도자료에서 "환자와 접촉했으나 증상이 없는 사람은 자가 격리를 하면서 증상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자가 격리만으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다소 성급하게 '감시와 처벌'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국민 불안이 점차 커지자 29일 브리핑에서 "감염병 신고를 게을리한 의사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격리를 거부한 환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도 30일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나 괴담을 퍼뜨릴 경우 보건당국의 의견을 들은 다음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보건당국은 방역 초기 메르스 치사율이 40%에 달하지만 환자 1명이 0.6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으나 실제로는 최초 확진자로부터 20여명이나 감염됐다.
네티즌들은 보건당국의 예측이 빗나가자 메르스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높아진 형태로 변이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국의 공식 발표를 믿지 못하는 국민이 갈수록 늘었다.
보건당국은 3차 감염을 막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보건당국은 29일 "복지부가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3차 감염이 없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하다가 31일 "만약 3차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다 결국 이달 1일 첫 사망자 2명과 3차 감염자 2명이 동시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또 말을 번복했다.
보건당국은 2일 보도자료에서 "민관합동대책반은 (Y씨와 Z씨의) 이번 3차 감염 사례를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판단하며),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3차 감염을 막겠다고 했다가 3차 감염이 발생하자 지역사회 확산은 아니라고 불과 사나흘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민관합동대책반은 지난달 31일 "아직도 이것은 그냥 어떤 특수한 환경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군집발생이어서 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해 당시부터 3차 감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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