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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피곤한 듯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피곤한 듯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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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취지를 벗어난 '하극상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당의 자중지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선은 여권 내부를 가로질러 형성된 상황이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그룹이 '삼권분립 위배'를 주장하고 있다면 비박(비박근혜)그룹과 야당은 '입법권 보장'이라는 입장이다.

이 구도에서 가장 위기에 처한 이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친박 의원들은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 요구를 수용한 유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유 원내대표 등 비박 측은 정면 대응은 삼가면서도 이 같은 공세에 조곤조곤 반박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촉발된 당청갈등이 내홍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지금의 내홍은 '전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여권의 권력지형을 바꿀 판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총선 앞두고 거부권 성공 못하면 친박 '아웃' 불가피

박 대통령이 '최후 수단'인 거부권을 행사했는데도 법안이 재의결된다면 이는 사실상 친박의 패배를 의미한다. 이 경우, 김무성·유승민 '투톱 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당청 간의 거리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법안이 부결될 경우, 유승민 원내대표는 '책임론'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다. 다시 청와대의 당 장악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김 대표의 존재감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차기 총선 공천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도 달아오르던 참이었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지난 3월 일부 부실 당협위원장 교체를 추진하려다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 측의 반발에 보류한 바 있다. 교체대상 8곳의 당협위원장이 친박 주류 측과 가깝고 지난 전당대회 당시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사람들로 알려져 '친박계 죽이기'란 논란을 샀기 때문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견이 없는' ▲ 경기 파주갑 ▲ 부산 사하을 ▲ 충남 공주 ▲ 충남 천안갑 등  4곳만 교체대상으로 의결됐다.

청와대와 친박이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강하게 걸고 넘어지는 이유도 차기 총선 때문이란 인식도 있다. 친박 입장에서는 현재 당의 '투톱'이 사실상 비박인만큼 차기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지금 당내 주도권을 확실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여권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둘러싸고 분열한 전례가 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3년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김대중 정부를 겨냥한 대북송금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격론 끝에 "법안 내용 수정을 요구하되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조건부 거부권'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원안대로 공포했다. 이 과정에서 동교동계를 주축으로 한 구주류는 관련 협상을 주도했던 신주류와 노 전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표했다. 구주류와 신주류의 갈등은 향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로도 이어졌다. 이 같은 갈등과 분열 역시 총선을 1년 정도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법 개정안은 오는 5일쯤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15일 이내인 오는 20일까지 이를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특히 오는 10일까지 예정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방미(14~18일) 전후가 될 공산이 크다.

"식물정부 야기한 책임 물어야" vs. "우리끼리 총질할 일이냐"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참석해 국회법 개정안 위원논란을 주제로 한 제정부 법제청장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 세미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참석해 국회법 개정안 위원논란을 주제로 한 제정부 법제청장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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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현재 여당의 자중지란은 이를 앞둔 '전초전' 성격이 짙다. 다만, 친박 측은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주최 토론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5월 1일 (국회 운영위에서) 위헌 시비가 있었음에도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이를 알려주지 않고 졸속으로 합의해준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라며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포함해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 역시 "식물국회에 이어 식물정부를 야기한 우리 당의 원내대표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라며 "그동안 협상력과 정무적 판단,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미스해왔고 당정청 갈등의 실질적인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유 원내대표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와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서청원 최고위원조차 "진솔한 해명이 필요하다"라며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중이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저뿐만 아니라 우리 의원들이 (국회 운영위의 위헌 시비 논란을) 몰랐다"라며 "후배 의원들에게 책임지라는 얘기는 못하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해명은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비박 측은 유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일단, 새누리당 소속 정의화 국회의장은 전날(1일) 국회사무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회법 개정안 취지에 동의했다.

구체적으로 국회사무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모법(母法)의 위임을 벗어난 행정입법(시행령)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통제 필요성이 제기된다"라며 사실상 청와대의 '삼권분립 위배' 주장을 반박했다. 또 친박 측에서 문제 삼고 있는 5월 1일 운영위와 관련해, "행정입법 통제부분은 위헌논란을 감안해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의결대상에서 빠진 것 뿐"이라며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민식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끼리 총질하고 흔들고 할 거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나중엔 자유투표 다 하지 않았는가"라며 "개인적으로 특정 지도부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개인의 양심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 정부·여당이 더욱 단결하고 더욱 겸손하게 해야 하는데 갑자기 계파대결이냐 뭐냐 하면 정말 좋아할 사람 누가 있겠는가"라며 "우리 스스로 침소봉대하지 말자는 점을 얘기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김무성 "당내갈등이나 당청갈등으로 가면 안 돼"

한편,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책임론'을 방어하면서 내홍을 진화하려 노력 중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통일경제교실' 참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유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그럴 단계는 아니라 생각한다"라며 "어제도 얘기했지만 지금 이 문제는 우리 모두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문제는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있느냐, 없느냐다, 강제성이 있다면 위헌"이라며 "야당에선 강제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즉 '위헌'을 주장하는 친박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라고 손을 들어주면서도 유 원내대표를 엄호한 것이다.

그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문제는 당내 갈등이나 당청 간 갈등으로 가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우리끼리 싸울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태그:#국회법 개정안, #청와대, #유승민, #김무성 ,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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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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