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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동물원에 가봤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그리고 귀엽고 재밌고 신기한 동물을 보며 즐거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동물의 입장에서 한번쯤 '그들이 정말 행복할까' 자문한 적 있는가? 너무 열악한 환경이나 슬픈 표정을 한 그들을 보며 '미안하다' 느낀 적은?

많은 동물들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감각'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과 다르지 않은 이 생명이 살아가는 데 동물원 환경은 적합할까? 나는 이런 물음과 함께 '행복한 동물원'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부디 모든 생명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바라며... - 기자 말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엄마, 아빠, 연인들도 반갑습니다! 여기는 부산의 N 백화점 ㅈ 실내동물원입니다. 이제부터 '동물체험'을 시작할 건데요. 동물원에 이미 여러 번 와본 친구도, 이번이 처음인 친구들도 있죠? 하지만 모두 잘 보아야 해요. 이번엔 정말로, 동물원 동물들이 어떻게 지내는 지 자세히 볼 거니까요!

"짝짝짝짝" "짝짝짝짝"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네요. 우리도 얼른 가보아요. 아, 코아티란 동물입니다. 사육사가 다같이 박수를 치면 녀석들이 나무를 탈 거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자 박수! ……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정말 두 마리 코아티가 그물을 타고 공중다리까지 건넜습니다. 공중다리 끝으로 가면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니 원하시는 분들은 이동. 

동물쇼 관람 후 먹이주기 체험…정말로 동물을 알 수 있나요?
 동물쇼 관람 후 먹이주기 체험…정말로 동물을 알 수 있나요?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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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공연이었지만 재밌으셨나요? 먹이주기 체험도 했으니 그럼 한 가지 물어볼께요. 여러분, 코아티란 동물에 대해서 무엇을 알게 되셨나요? 코아티가 원래 어디에 사는지, 어떤 본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처음 서 있던 곳에 안내문이 있었는데요. 코아티의 고향은 멕시코와 남아메리카의 숲이랍니다. 자연 속에서 이들은 동족들과 무리를 지어 산다는군요!  

사막여우와 프레리독
 사막여우와 프레리독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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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 만나고 있는 동물은 사막여우와 프레리독이에요. 낯설지 않죠? 보다시피 작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사막여우 두 마리는 피곤한지 따분해서인지 창가에 웅크리고만 있습니다. 프레리독들은 아까부터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가와 투명한 우리벽을 계속해 앞발로 긁어대고 있는데요. 왜 저러는 걸까요?

이번에도 안내문을 참고해볼까요? 사막여우의 고향은 사막.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이군요. 얇고 큰 귀, 길고 두꺼운 털은 사막에서 잘 살 수 있게 진화한 거래요. 프레리독은 아메리카의 넓은 초원에서 왔고요. 주로 낮에 활동하지만 생활은 땅굴을 파서 그 속에서 무리들과 함께 한다는군요.
  
스컹크와 카피바라
 스컹크와 카피바라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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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나프탈렌'이란 이름의 스컹크와 최근에 이곳 동물원에 왔다는 카피바라입니다. 하얀 스컹크는 저도 처음 보는데요, 너무 창백해보이는데다 꿈쩍도 안 해서 살짝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사실 스컹크는 야행성 동물이라 잠을 자고 있는 거래요. 주변이 밝고 소란스러운데 그다지 방해를 받는 것 같진 않네요. 정말 괜찮은지는 스컹크만 알겠지만……. 

카피바라 두 마리는 아직 주변이 많이 낯선 것 같죠? 이들의 고향은 남아메리카 파라과이와 브라질의 남부. 물과 육지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고 아침과 저녁에 주로 활동한다는군요. 이들도 프레리독과 마찬가지로 가족 단위로 무리지어 산대요. 수컷과 암컷, 그들의 새끼들과 함께 말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여기 와 있는 두 마리 카피바라의 다른 가족들은 어디 있을까요?

아나콘다와 '죠스'
 아나콘다와 '죠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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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봤던 아나콘다와 '죠스' 상어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거대하고 사납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요. 위에 옐로우 아나콘다는 아나콘다 중에서도 소형종인데, 이래 봬도 다 자라면 몸 길이가 최대 4.6미터나 된다는군요. 상어는 '블랙팁 샤크'라는 종인데 역시 성체는 지금의 네다섯 배 크기인 1.5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저만 그럴까요? 옐로우 아나콘다가 있는 유리관 벽면에 '아나콘다는 물을 좋아해 수영을 참 잘한다'는 설명이 있지요. 하지만 지금 이곳을 보세요. 고작 세숫대야 크기의 수조가 전부입니다. 바다가 고향인 상어에게 역시 수족관은 좁아도 너무 좁아 보이네요. 물론 사람이 만든 동물원이 자연과 같을 수 없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은데요?  

인공부화기 속 달걀과 아기 토끼들
 인공부화기 속 달걀과 아기 토끼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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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생명 탄생실'이자 '포육장'입니다. 인공부화기 속에 달걀이 있네요. 음, 미안하지만 찜질방 같은 곳에서 흔히 봤던 온열기 속 찐 달걀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를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갓 태어날 병아리들에겐 절대 운이 좋다 말할 수 없겠네요. 태어나 처음 보고 느끼는 곳이 엄마품이 아닌 이런 기계 안일 테니까요.

옆에는 지난 3월 23일에 태어났다는 아기 토끼들이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다섯 마리 토끼가 지내기엔 너무 좁아 보이는데요. 동물원 안에서나마 보다 넓고 개방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해줄 수 없을까요? 여러분들이 동물원 측에 요청을 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요. 보고 있는 제 마음이 다 답답하네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과일 박쥐와 슈가 글라이더
 과일 박쥐와 슈가 글라이더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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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엔 과일 박쥐와 슈가 글라이더입니다. 둘 다 야행성 동물이고요. 자연에서는 꽃의 꿀이나 가루, 과일 등 신선한 먹이를 주식으로 하는 것도 닮았네요. 낮에는 동굴이나 나무의 빈 구멍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매우 먼 곳까지 날아다니는 것도 같고요. 하지만 지금 있는 공간에선 날기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야행성인데 사방에 밝은 조명이 켜져 있고요.

▲ 라쿤의 '이상행동'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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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시간의 관람 시간이 끝나갑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눈치 채셨어요? 아까 봤던 스컹크 옆에 있는 라쿤 말인데요. 우리가 여기 처음 왔던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 안을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안내문엔 '자유의 영혼'이라 적혀 있는데요. 성격이 너무 자유분방해서일까요?

아니에요.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서 좌우로 계속 이동하는 등의 반복 행동은 일종의 '정신병' 증세입니다. 동물원 동물 중 다수가 보이는 이상행동이기도 한데요. 너무 단조롭고 좁은 공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앞서 자꾸만 우리벽을 긁어대던 프레리독의 행동도 동일한 이유일 듯하고요. 반대로 미동 없이 가만 있는 것 또한 같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동물 체험'을 마칠 때입니다. 본 N 백화점 ㅈ 실내동물원의 동물체험 목적은 다음과 같다고 하네요. 같이 한 번 볼까요?

'동물 체험'의 목적?
 '동물 체험'의 목적?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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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억보다 가슴에 기억되는 감동',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동물 친구들과 안심하고 만날 수 있는'…….

여러분, 이곳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보고 만지면서 감동 많이 하셨나요? 미처 몰랐던 생명의 소중함도 깨달으셨고요? 정말 동물들을 '동물 친구'라 할 만큼 그들을 잘 알게 되셨나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해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그 답을 동물원 측에 전달해주세요. 우리에겐 하루지만, 동물들에겐 매일인 그곳의 삶을 위해서.

덧붙이는 글 | '행복한 동물원을 찾아서' 연속 기사는 가능한 한 국내외 많은 동물원을 찾아가 그곳 환경과, 그 안에 사는(살아야만 하는) 동물들의 현실을 알리는 여정입니다. 동물원으로 가는 중에 만나는 동물들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이 여정을 함께 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동행해주세요!

1. 당신 가까이 살고 있는 동물들에 관심가져 주세요.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세요.
(예 : 인식 바꾸기, 폭력 행사하지 않기, 물과 밥 주기, 입양하기 등등)
2. 혼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알아도 망설여진다면 마음에 드는 동물보호단체를 정기적으로 후원해주세요.
3. 필자가 이 여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원고료로 응원해주세요. (물론 댓글과 공유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이 기사는 <슬로우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희귀애완동물, #NC백화점해운대, #주렁주렁동물원, #주렁주렁실내애니멀테마파크, #삼둥이동물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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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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