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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집행관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한테 DNA를 채취하러 갔다가 사실은 다른 사람 소유였던 땅의 불법형질 변경을 운운하며 협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김아무개(단장면)씨가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집행관으로부터 어이없는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하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형이 최근 확정됐다. 해당 집행관은 지난 1일 김씨한테 전화를 걸어 DNA 채취 대상으로 채취해야 한다고 통지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 산에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5번(오른쪽)과 96번 철탑을 완료해 세워 놓았다.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 산에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5번(오른쪽)과 96번 철탑을 완료해 세워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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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대책위, 사과 요구... 지청 관계자 "협박 아니었다"

집행관은 다음 날 김씨 집으로 찾아갔고, 김씨는 외부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전화 통화에서 "DNA 채취에 동의하지 않는다. 영장을 갖고 와라"고 했다.

대책위가 제공한 녹취록 내용을 보면, 집행관은 김씨한테 "허허 웃어요? 나중에 웃음이 나오나 봅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행관은 김씨 집 앞 공터를 언급하면서 "이거 당신 땅 아닌가. 불법형질 변경이다"라고 시비를 걸었다.

이에 김씨는 "왜 DNA 채취와 상관없는 엉뚱한 걸로 시비를 거느냐"라며 계속 확인을 거부했다. 집행관은 "내가 확인해 보고 당신 땅 맞으면 형질 변경한 거 다음 주 조사할 테니까 소환하면 나오라. 안 나오면 영장받아 갈 거다. 그 때는 수갑 차고 가게 될 거다. 각오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김씨는 귀농 후 지난 10여 년간 유기농업에 종사해온 모범적인 농민으로 밀양송전탑 사건 이전까지는 아무 범죄 전력이 없었다"며 "자신을 포함한 여섯 가족의 생존권을 강제로 빼앗기게 된 억울한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마을대책위원장을 맡았고, (관련 혐의는) 공사 현장에서 한국전력공사 작업 인부들과 충돌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위였고, 재범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검찰 집행관의 행위는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채취 대상자의 서면 동의도 받지 않고 주거지로 찾아간 것은 위법한 행위이고, 이 과정에서 사건과 아무 상관없는 타인 소유의 땅을 두고 '이거 당신 땅이냐'며 채근하다가 급기야 '수갑 차고 갈 거다. 각오하고 있으라'는 저열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김씨한테 저열한 협박을 서슴지 않은 검찰 집행관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오는 8일 창원지검 밀양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해당 집행관은 사무실에 메모도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휴대 전화도 계속 꺼져 있었다. 창원지검 밀양지청 한정화 지청장은 5일 전화 통화에서 "김씨는 사연이 있겠지만, DNA신원확인정보의수집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DNA 채취 대상이 됐고, 절차에 따라 집행에 나섰던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인권 침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지청장은 "집행관이 김씨한테 DNA 채취하려고 찾아가 협조를 구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전화 통화하는 과정에서 조금 언쟁이 있었던 것 같고, 땅과 관련해 소유자가 누구냐고 물어 본 것 같다. 협박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창원지검 밀양지청 집행관과 주민 김아무개씨 대화 녹취록
김OO : 예, 그게 변호사한테 물어보니까 강제 사항이 아니고 그걸 뭐 강제로 집행하려면 영장을 받아와야 된다면서요.
집행관 : 영장 받아 갈까요 그러면?

김OO : 예, 그래 하세요. 일단은 그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나는 그래 하자카면 하고, 말자카면 말고 그래하고 싶지는 않고요.
집행관 : 하자카면 하고, 말자카면 말고가 아니고.

김OO : 누굽니까 검찰청에.
집행관 : 밀양검찰청 집행계장입니다.

김OO : 누구 찾으면 됩니까.
집행관 : 집행계장 찾으면 되지요. 집행계장이 한 사람밖에 없어요.

김OO : 법령에 보면 할 수 있다 카는 거던데 강제로 나와라 마라 협박같이 그래 합니까.
집행관 : 협박이라뇨. 누가 협박을 했단 말이요.

김OO : 그걸 다 해야 된다면서요.
집행관 : 다 해야지. 다 하고 있어요. 본인뿐만 아니라 그래서 오늘 김OO 집에 여 와가 있어.

김OO : 왜 집에 와 있어요.
집행관 : DNA 채취하러 왔지 뭐 하러 왔겠어 우리가.

김OO : 영장 갔고 오세요. 그냥 안 할 겁니다.
집행관 : 지금 일하는 데는 어딥니까.

김OO : 그거는 상관 없구요.
집행관 : 상관 없구요? 그래요? 이거 지금 저 김OO씨 집 앞에 맞은 편에 공터가 하나 있네요. 이거 본인 겁니까?

김OO : 아니 그런 걸 왜 물어봅니까.
집행관 : 지번 떼보면 아는데 물어보는 거 아닙니까. 트럭 요거 지금 보니까 있는데 트럭 김OO씨 거 아닙니까? 본인 거 아닙니까? 그럼 우리 지번 떼가지고 형질변경을 해 놓은 것 같은데 이거 허가 받았습니까?

김OO :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집행관 : 본인 것이 아니네요. 그라면. 알았어 그거는 우리가 지번 떼보면 아는 거고.

김OO : 그거 지번 떼가지고 아니 뭐 법적으로 해가지고 나를 구속할라고 그랍니까. 아니 뭐 디엔에이 채취하러 왔다면서 남의 땅인가, 내 땅인가, 형질변경을 했는가 뭐 하러 따지는 대요.
집행관 : 허가 안 받은 거 같아서 물어보는 것 아닙니까. 본인 게 아니면 그 뿐이고. 그렇잖아요. 물어볼 수도 있죠. 뭐 잘못 됐어요? 물어 보는 게? 확인 해보고 허가 안 맞았으면 단속 할 겁니다.

<다시 전화통화>
집행관 : 처벌합니다. 알고 계세요.
김OO : 지금 협박하는 거네요. 지금.
집행관 : 허허 웃어요? 나중에도 웃음이 나오나 봅시다.

<다시 전화통화>
김OO : 필요 한 것만 보고 필요 안 한 건 안 보고 그게 검찰입니까.
집행관 : 그렇지. 내 맘이지.

<다시전화통화>
집행관 : 그거는 본인이 신고를 하고 우리 해줄 것이고. 본인이 법대로 영장을 가져오라 하니까 우리도 법대로 영장을 가져갈 테니까. 영장 가져가는 건 영장 가져가고 앞에 이 형질변경 불법으로 한 거는 처벌합니다. 당연히 법대로 해야지. 법은 지켜야 될 것 아닙니까.
김OO : 하여간 내가 당부하고 싶은 거는 그 개인을 표적수사 하지 말고 법을 공정하게 만민이 평등하게 누구든지 불만 없이 그렇게 집행을 해요.
집행관 : 공정하게 처벌해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세요.

<다시 전화통화>
집행관 : 형질변경 했는 거 다음 주 조사할 테니까. 소환하면 나오세요. 안 나오면 또 영장 받아갈까요?
김OO : 그렇지요. 검사가 법대로 해야지.
집행관 : 그러면 영장 받아갈게요. 그 때는 수갑 차고 가요. 각오하고 있으라고.


○ 편집ㅣ조혜지 기자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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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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