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학과장들에게 사실상 인문대 학장 겸직 임용 승인을 요구하는 서명을 강요해 논란이 됐던 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 교수들이 노건일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림대 교수평의회(의장: 유팔무 사회학과 교수)는 9일 교직원 식당 앞에서 "노건일 총장 체제의 종말을 고함"이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노건일 총장은 각종 제재 및 강압 추진 중인 시안들을 철회하고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교수평의회는 "2012년 3월 노건일 총장이 부임한 이래 한림대학교 교수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몰상식과 비정상을 참담한 마음으로 인내해왔다"면서 "노 총장이 지난 임기 동안 보여준 것이라고는 독단과 불통, 막말과 갑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교수평의회는 "막말과 호통, 독단과 아집, 협박과 보복으로 점철된 노 총장의 시대착오적 리더십은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과 자존감, 의욕, 사기를 꺾어 당면한 대학의 위기를 돌파해야 할 구성원의 집단 역량을 소진해 버렸다"면서 "그럼에도 노 총장에게서 성찰과 반성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평의회는 "오히려 (노 총장의) 임기가 끝나갈수록 몰상식하고 비정상적인 행태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면서 "십수 년 이상 지속된 단과대학의 학장 추천 관행을 범죄시하고 현직 부총장을 인문대 학장으로 겸직 발련 내는 파행을 자행하면서도 이에 대한 인문대 교수들의 문제 제기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제재 조치를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1일 보도된 '협조 서약서' 서명 강요 논란에 대해서도 "(대학본부에게서) 단 한마디의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고, 다른 제재 조치들을 해제하지도 않았다"면서 "노 총장이 남발한 각종 제재들은 그 성격상 직권 남용, 직무 유기, 업무 방해, 국가사업 계약 위반 및 학습권 침해에 해당하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한림대, 교수들에게 '협조 서약서' 서명 강요 논란).
교수평의회는 "노 총장은 이미 한계선을 넘어섰다"면서 "총장의 전횡을 말려야 할 부총장, 교무처장 등 주요 보직교수들은 그의 아집과 독단을 뒤따를 수밖에 없는 충실한 집행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림대학교의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원칙과 대안을 준비할 것"이라며 "재단과도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평의회는 성명을 낸 후 12시 30분 경 교내 침묵 행진 후 "노건일 총장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해산했다. 향후 교수평의회는 릴레이 단식과 피케팅, 11일에는 제2차 평교수 비상총회를 열 예정이다.
다음은 한림대 교수평의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노건일 총장 체제의 종말을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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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대 교수들 "노건일 총장 퇴진하라" 한림대 교수들이 행진 후 해산하며 "노건일 총장 퇴진하라"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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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준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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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노건일 총장이 부임한 이래, 한림대학교 교수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몰상식과 비정상을 참담한 마음으로 인내해 왔습니다.노 총장은 전체교수회의 도중 교수평의회 의장의 발언을 제지하기 위해 마이크를 내리쳐 떨어뜨리는 것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학내에 알리기 시작하더니, 이어 학생들의 건전한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장이었던 총장배 축구 대회, 농구 대회, 그리고 개교 기념행사로 대학 구성원 전체가 함께 하던 한마음 등반 대회 등을 그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했습니다. 합리적인 학교 운영의 기반이 됐던 단과대학 학장 추천제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연구업적 기준 등 각종 규정을 수시로 개정한 후 이를 소급 적용하는 등 대학 행정에서 전횡을 일삼았습니다.노 총장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에 회의를 느낀 보직 교수들이 잇따라 자진 사퇴하자 보직 교수의 중도 사퇴를 금지시키는가 하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제적으로 추진했으며, 교수들의 문제 제기와 소통을 봉쇄하기 위해 학내 전체 메일 계정을 아예 차단해버리기도 했습니다.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독단적이고 몰상식한 대학 행정으로 인해 지난 3년이 10년처럼 느껴집니다.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합리적인 문제 제기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을뿐더러, 대화는 실종되고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만이 난무하는 병영 체제로 변해버렸습니다. 나아가 이런 체제에 맹종하는 보직 교수가 출현하여 총장 이상의 막말을 해대기도 하고, 지난 학기에는 동료 교수를 상대평가하도록 하는 말도 안 되는 교수평가 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도 하였습니다.결국 이를 막기 위하여 평교수 한 분이 목숨을 걸고 무기한 단식을 하는 등 전체적인 발발이 거세지자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무리한 경쟁을 강요하여 교육의 본질을 무너뜨리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에 대고는 자신의 교육철학이 상생, 소통, 융합(중앙일보 2015년 5월 28일 자)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노 총장이 지난 임기 동안 보여준 것이라고는 '독단'과 '불통', '막말'과 '갑질' 뿐입니다.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태한 교수들을 자극해 뒤떨어진 논문 편수를 늘이고 대학의 순위를 상승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시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대학이 이 정도 진통은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한림대 구성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막말과 호통, 독단과 아집, 협박과 보복으로 점철된 노 총장의 시대착오적 리더십은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과 자존감, 의욕, 사기를 꺾어 당면한 대학의 위기를 돌파해야 할 구성원의 집단 역량을 완전히 소진해 버렸습니다.그럼에도 노 총장에게서 성찰과 반성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임기가 끝나갈수록 몰상식하고 비정상적인 행태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십수 년 이상 지속된 단과대학의 학장 추전 관행을 범죄시하고 현직 부총장을 인문대 학장으로 겸직 발령 내는 파행을 자행하면서도 이에 대한 인문대 교수들의 문제 제기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제재 조치를 쏟아 냈습니다(인문대 7개 학과 및 특성화 사업 예산 지출 동결, 연구 년 대상자 통보 제외, 논문 발표 지원 특별연구비 지급 거부, 승진 및 재임용 심사 보류, 학과장 수당 지급 중지, 특성화 사업 방해 등).그것도 모자라 사실상 절대복종을 요구하는 서약서(수신자: 이사장 및 총장)에 인문대 학과장들이 서명할 것을 압박했습니다.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이런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고(강원일보 6월 1일 자 "한림대 갑질 논란")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황급히 서약서 요구를 철회한다고 말했으나 단 한마디의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고, 다른 제재 조치들을 해제하지도 않았습니다. 노 총장이 남발한 각종 제재들은 그 성격상 직권 남용, 직무 유기, 업무 방해, 국가사업 계약 위반 및 학습권 침해에 해당하는 엄중한 사안들입니다.또한 뚜렷한 근거나 기준도 없이 교과목 수를 감축하겠다고 하고, 불과 3년 전에 승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소급 적용하여 분란을 일으키고 작년에는 동일 직급 재임용 제도를 없애는 극단적 조치를 취해 놓고도 또다시 승진 기준을 더 강화하고 자의적인 정성평가 항목을 추가하는 등 연구력 강화를 명분으로 교수들을 완전히 질식시키려 합니다. 노 총장에게 교수들은 한림대학교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동반자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아니라 대학 순위 평가를 위해 쥐어짜야 할 마른 수건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우리 한림대학교 교수들은 지난 수년간 노 총장의 온갖 몰상식한 비정상 행태를 목도하면서도 행여 학교에 누가 될까 봐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강압과 모욕을 참고 견뎌왔습니다. 한편으로는 노 총장이 이성을 되찾아 상식과 사리에 맞게 학교를 운영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그러나 노 총장은 이미 한계선을 넘어섰습니다. 총장의 전횡을 말려야 할 부총장, 교무처장 등 주요 보직교수들은 그의 아집과 독단을 뒤따를 수밖에 없는 충실한 집행자로 전락했습니다. 그 이하 대다수 직원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러한 연쇄가 학생들에게 미칠 피해를 생각하면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는 위험한 지경에 처했습니다.이에 우리 한림대학교 교수들은 엄중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1. 노건일 총장 체제는 그 수명을 다했다. 노건일 총장은 이성을 잃고, 직권 남용, 직무 유기, 업무 방해 등을 일삼아 한림대학교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를 묵과하지 않고 학내외에 널리 고발하고자 한다.2. 현재 학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쟁점들(교과목 수 감축, 교직과목 조정, 교수 승진 기준의 자의적 강화, 인문대 탄압, 일방적 구조조정 등)의 뿌리는 하나이다.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문제 제기를 탄압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그 어떤 상식과 절차도 무시해도 좋다는 노 총장의 '갑질', 리더십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시대착오적 리더십 바로 그것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리더십만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한림대학교를 회생시킬 수 있다.3. 이에 노건일 총장은 각종 제재 및 강압 추진 중인 시안들을 철회하고 즉각 퇴진하라. 그것만이 한림대학교를 살리는 길이다.4. 우리는 한림대학교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원칙과 대안을 준비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 직원 모두의 뜻과 힘을 모아 나갈 것이며, 재단과도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2015년 6월 9일노건일 총장의 퇴진과 한림대학교의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는 평교수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