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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 등 대전지역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3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동구청 정문 앞에서 동구청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 등 대전지역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대전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3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동구청 정문 앞에서 동구청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심규상

대전 동구청이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희생자가 묻혀 있는 유해매장지 훼손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는 지난달 28일부터 대전 동구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수십여 구의 희생자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해온 매장지(대전 동구 낭월동 6-2)가 훼손돼 통째로 사라진 데 대한 대전 동구청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 동구청은 수년 동안 대전 산내 민간인 집단희생자 유가족들로부터 유해매장지 현장 훼손방지를 위한 현장 안내판 설치를 요구받고도 이를 뭉개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수십여 구의 희생자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해온 매장지가 훼손돼 통째로 사라진 일이 확인됐다.

* 관련 기사 : '사과 거부' 대전 동구청장... "저급한 인권의식에 실망"
"집값 떨어져 안 돼"...사라진 유해매장 추정지'죽은 자를 위한 목조주택' 짓는다

9일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항공사진 등을 확인한 결과 토지소유주가 개발제한구역 내 임야를 불법으로 농지를 개간했다"며 "이 과정에서 유해매장지와 유골이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동구청에서는 현장이 훼손당한 사실을 수개월 동안 전혀 알지 못했다"며 "토지소유주를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 후 검찰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 등 최대 7000명이 학살됐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하지만 유해가 묻혀 있는 땅에 농사를 짓거나 공사가 진행돼 유해 대부분이 훼손되고 있다.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 심규상

유족들은 대전 동구청장의 사과와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지금부터라도 또 다른 유해매장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현장안내판 설치를 요구했다. 나아가 중장기적인 종합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유골과 매장지 훼손의 일차적 책임이 대전동구청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논란은 대전 동구청의 유해매장 추정지 훼손을 대하는 태도다.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은 공개사과 요구에 대해 "마음으로 공감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끝으로 사과를 거부했다. 그는 현장안내판 설치요구에 대해서도 "산내 골령골은 65년 전 그 이전부터 사유지가 된 곳으로 영농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말로 현장 안내판 설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해매장지 위에서 농사를 짓는 행위를 사유재산이라며 당연시한 것이다. 중장기 종합대책 마련 요구에 대해서는 "대전시에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세우면 같이 협력하는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말로 다시 책임을 대전시로 떠넘겼다. 그는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실무논의팀 구성 등에 대해서도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대전산내희생자 유족들은 현장 안내판 설치 등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싸우겠다며 동구청 정문 앞에서 12일째 항의 시위 중이다.

  9일 오후 2시 산내 골령골 현장에서는 유해 임시안치소 상량식을 개최됐다.
9일 오후 2시 산내 골령골 현장에서는 유해 임시안치소 상량식을 개최됐다. ⓒ 심규상

 현장에 건립중인  유해 임시안치소 상량식
현장에 건립중인 유해 임시안치소 상량식 ⓒ 심규상

모소영 사무국장은 "동구청의 무관심으로 희생자 유골과 유해매장지가 없어졌다, 담당 동구청장에게 '사과하고 늦었지만, 또 다른 유해매장지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현장안내판을 설치해 달라'고 한 게 무리한 요구냐"고 되물었다. 이어 "동구청장을 비롯해 소속 공무원 누구도 유해매장지가 훼손돼 사라진 데 대해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다"며 "직무유기 등으로 관계기관에 형사고발 하고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종현 대전유족회장도 "동구청장이나 동구청 공무원들이 누군가 자신의 부모 묘지 위에 농사를 짓거나 유골을 훼손시킨다면 가만히 있겠느냐"며 "공직자들이 인본행정은 고사하고 죽은 자에 대한 예의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9일 오후 2시 산내 골령골 현장에서는 유해 임시안치소 상량식을 개최됐다. 장승현(53) 목수는 경량 목조주택 짓는 방법을 전수하는 15기 <장 목수의 목조주택학교> 수강생들과 지난 1일부터 이동식 목조주택을 짓고 있다. 목조주택이 완성되면 골령골에서 발굴된 일부 유해를 임시 안치하는 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유족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상량식에서 들보에 '땅은 평온하고 바람과 구름이 춤추니 골령골 모든 영혼의 안식처가 되리라'고 썼다. 유해 임시안치소는 이달 중순경 완공될 예정이다.


#대전산내희생자#목조주택#대전 동구청#한현택#민간인학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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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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