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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76번째 환자인 75세 할머니는 삼성서울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을 거쳐 6일 서울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다. "메르스가 전파된 삼성서울병원에 간 적 있느냐"는 의료진 질문에 환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메르스 사태가 크게 악화된 데는 이처럼 시민정신의 부재도 작용했다. 다른 국민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태를 더 키웠다. - <동아일보> 6월 10일자 사설 '이런 시민의식으로 메르스 차단할 수 있겠나' 중10일 <동아일보>가 공개적으로 시민의식을 질타했다. 메르스가 확산된 이유로 시민의식 부재를 거론한 것이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태를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비슷한 논조로 시민의식을 질타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보건·방역의 최일선을 맡고 있는 의료 기관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메르스 사태가 번지는 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우리 모두의 잘못임을 지적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안전보다는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 역시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70대 할머니가 '끝까지' 서울삼성병원 방문 사실을 숨겼다고 질타했다. 이 신문은 "병원 측에서 몇 번을 되물어도 환자와 보호자 모두 '그곳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거짓말 때문에 건국대병원 응급실이 폐쇄됐고 70여 명이 격리됐다"고 할머니의 시민의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격리대상자 추적 관리 실패한 보건당국
지난 6일 건국대병원 응급실에 발열증상을 호소하며 70대 환자가 찾아왔다. 이 환자는 전날에도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 70대 환자의 증상은 이틀 연속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건국대병원에서 의사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가?'를 세 번가량 물었고, 이 환자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고 이 병원 관계자가 언론에 전했다.
위 내용을 가지고 <동아>와 <조선>은 이 70대 환자의 '시민의식'을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이 환자의 답변태도를 문제 삼기 이전에 박근혜 정부의 관리소홀을 문제 삼았어야 했다. 시민의식을 묻기 이전에 '정부의식'을 물었어야 상식적이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하다.
먼저, 70대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내원해 14번 감염자에게 노출됐다. 격리 대상자다. 그런데 이후 이 환자가 발열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닐 동안 보건당국은 이 환자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월 3일부터 이 환자의 명단을 받아 관리하고 있었다"면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서 6월 6일, 7일 이틀 동안 전화를 했지만, 전화가 부재로 연결은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관리수준을 드러냈다.
보수언론의 시민의식 부재 질타에 앞서 격리 대상자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한 관리소홀에 대한 질타는 어디로 갔는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으면 넘어가는 것이 메르스 정국을 대처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처법인지 의문이다.
보수언론이 외면한 대목은 또 있다. 건국대병원에서 70대 환자가 '서울삼성병원'에 갔었는지에 대한 질문 받은 시기는 지난 6일이었다. 이 정부의 최경환 국무총리 권한대행이 전격적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명단을 공개한 것은 지난 7일이었다. 이 환자가 질문을 받은 다음날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9일 도내 학생 726명이 메르스 발생, 경유 병원 5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경기도교육청 담당자는 "정부가 사전에 병원 정보를 공개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슬그머니 '공범'으로 끌어들인 보수언론메르스가 지금과 같이 확산된 원인을 전문가들은 이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분석하고 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시사인(제404호)>과 한 인터뷰에서 "(메르스 관련) 초기 방역통제가 실패했다, 접촉자 추적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처음부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다면 이렇게까지 'SNS바이러스'가 창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미국이나 유럽이었다면 한 명이나 네 명으로 끝났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초기대응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보수 언론인 <조선>과 <동아>는 10일자 사설을 통해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70대 환자의 시민의식 부재만을 질타했다. 공동체의식 붕괴를 언급하며 메르스 확산 원인에 국민을 슬그머니 공범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보도로 인해 세 가지만 확인됐을 뿐이다. 보건당국의 감염자 관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부의 병원명 공개가 늦어짐에 따라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는지도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외면하고 기다렸다는듯이 '시민의식 탓'을 꺼내든 보수언론의 올바르지 못한 보도태도도 확인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