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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을 맨발로 건너보셨나요?
금강 상류에는 아직도  강의 숨구멍이 되어 강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여울이 많습니다. 때로는 허리높이까지 올라와 엄히 분노하지만, 더러는 맨발벗고 서로 손잡고 건너게 해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변덕쟁이 여울들이지요. 금산 방우리의 지렛여울을 맨발로 사뿐히 즈려밟고 건너다보면, 수달의 배설물은 물론 환경부 멸종위기보호 1급 감돌고기와 두드럭조개가 하얀 혀를 내밀고 서 있습니다.

방우리 지렛여울 금산에서 소를 끌고 함양 소시장으로 가기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이동로였기에 건넜던 여울이다.
▲ 방우리 지렛여울 금산에서 소를 끌고 함양 소시장으로 가기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이동로였기에 건넜던 여울이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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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렛여울 수달의 배설물 생물종다양성이 우수한 곳
▲ 지렛여울 수달의 배설물 생물종다양성이 우수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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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렛여울의 두드럭조개 환경부 멸종위기보호 1급 석패류 두드럭조개
▲ 지렛여울의 두드럭조개 환경부 멸종위기보호 1급 석패류 두드럭조개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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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무주 내도리에서 금산 방우리를 지나 수통리까지는 금강상류 가운데 가장 훼손이 덜된 곳입니다. 경관적으로나 생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지만, 감입곡류의 자연성이 살아있는 하천으로 사람의 인위적인 개입이 어려운 원시의 땅이지요.

금강의 상류 감입곡류 아름다운 방우리 무주와 영동, 금산과 맞닿아 흐르는 금강상류
▲ 금강의 상류 감입곡류 아름다운 방우리 무주와 영동, 금산과 맞닿아 흐르는 금강상류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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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 허락하여 금강이 숨겨놓은 속살을 용케라도 훔쳐볼 수 있다면, 발걸음을 더 이상 내딪고 싶지않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이곳이 휴대폰도 터지지않는 세상의 바깥이라는 걸 아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나도 여기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어하지요.

방우리 속 또 다른 적벽강 수통리의 적벽보다도 더 장엄한 풍경이 숨어있는 방우리
▲ 방우리 속 또 다른 적벽강 수통리의 적벽보다도 더 장엄한 풍경이 숨어있는 방우리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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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는 네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그냥 지나치는 곳, 쳐다봐지는 곳, 있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 이 곳은 바로 있고 싶은 곳, 즉  머물고 싶은 곳이지요. 바라만 보아도 그만일 그 자리에 두 눈을 감고 누우면 따뜻한 호박돌이 등을 데워주고, 강 건너 병풍처럼 마주한 기암과 부딪쳐 돌아오는 청명한 새소리가 무아지경을 이룹니다. 더불어 산뜻한 바람까지 골을 타고 내려와 나의 맨발을 어루만질 때면 어느덧 아스라히 잠에 빠져들고 말지요.

금강의 마지막 원시의  땅 휴대폰도 안터지는 세상과 분리된 곳
▲ 금강의 마지막 원시의 땅 휴대폰도 안터지는 세상과 분리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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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속살 방우리, 운이 좋아 그 속살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 이곳은 지켜져야 할 곳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금강에 이런 곳이 있음에 자랑스러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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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마지막 남은 금강 원시의 땅에 더 이상 그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몇년 전부터 이 땅에 파고드는 개발의 물결, 개발하고파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요구,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오염과 남획행위들은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금산땅 외진 곳은 쓰레기장인가요? 누구는 버리고, 누구는 쓸만한 게 없나 뒤져가고, 재활용품수집트럭이 와서 주어갈 만큼 덩치 큰 것들이 버려지는 곳.
▲ 금산땅 외진 곳은 쓰레기장인가요? 누구는 버리고, 누구는 쓸만한 게 없나 뒤져가고, 재활용품수집트럭이 와서 주어갈 만큼 덩치 큰 것들이 버려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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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없이 들어오는 캠핑족 잘 나있는 도로를 타고 들어오는 캠핑족
▲ 끝도없이 들어오는 캠핑족 잘 나있는 도로를 타고 들어오는 캠핑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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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부터 밀려드는 캠핑족들과 여린 여울을 마구잡이로 짓밟고 들어와 제한없이 남획되는 쏘가리 낚시객들. 쓰레기를 되가져가지 않는 일부 캠핑족들과 조용한 강에 요동치는 atv차량들은 차라리 고전적이라 하겠습니다.

굉음의 질주 관리의 외곽지대인가요? 여울을 밟고 들어와 방우리습지를 질주한다.
▲ 굉음의 질주 관리의 외곽지대인가요? 여울을 밟고 들어와 방우리습지를 질주한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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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부터 여울가에 이상한 건물이 골격을 갖추고 공사와 중단을 거듭해오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펜션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펜션으로 들어오는 길을 내고자 영동에서부터 산 중턱을 훼손해 도로가 났고, 잘 나 있는 도로를 타고 봇물 터지듯 차량들이 쏟아져 들어와 세상에 무방비하게 뚫린 것이지요.

펜션으로 들어오는  친절한 도로 영동에서 친절하게 내어준 도로가 원시의 땅 방우리를 아프게 한 시작이다
▲ 펜션으로 들어오는 친절한 도로 영동에서 친절하게 내어준 도로가 원시의 땅 방우리를 아프게 한 시작이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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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펜션을 처음 시작할 때는 미안한 듯, 할미꽃 보호단지, 혹은 지금은 강에서 더 이상 보기힘든 둥근 호박들을 경외하듯 돌탑의 금줄을 쌓아놓았습니다. 펜션이 앞장서서 이곳이 더럽혀지지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듯해 기뻤습니다.

둥글고 다양한 금강의 강돌들 강돌이 살아있는 방우리, 그 외경스러움을 지키고자 하는 짱돌탑의 금줄
▲ 둥글고 다양한 금강의 강돌들 강돌이 살아있는 방우리, 그 외경스러움을 지키고자 하는 짱돌탑의 금줄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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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이곳은 더 이상 돌탑의 금줄도, 할미꽃보호도 찾아볼 수 없는 행락객들의 유원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거듭되는 차량홍수로 바큇자국에 눌리고 깨진 돌들, 자갈밭에 새로 생겨난 먼지 풀풀나는 샛길 그리고 이곳 저곳 펜션이 들어오고자 산을 깎고 터를 다지고 나무를 뽑아내며 방우리가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펜션짓기 열기 펜션공사를 위해 터다지기가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다
▲ 여기저기 펜션짓기 열기 펜션공사를 위해 터다지기가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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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되는 것들은 거침없이 유린당한다 포크레인 지나면서 남긴 흔적들
▲ 방해되는 것들은 거침없이 유린당한다 포크레인 지나면서 남긴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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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부터 멀리 임도를 타고 방우리 골로 진입할 수 있도록 중간에 산림을 훼손하며 길 내는 작업을 해 오더니, 올 해는 그 길이 연결되었는지 공사용 차들이 수월하게 들어옵니다.

골짜기 사이로 길을 내고있는 현장 관계 공무원은 방관하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 골짜기 사이로 길을 내고있는 현장 관계 공무원은 방관하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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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홍수기의 수심을 보여주는 나무 위 쓰레기에서 볼 수 있듯, 길을 낼 수 없는 곳임에도 무슨 방법으로 길을 이을 요량인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금강의 홍수기에 물이 차오르는 곳 감입곡류의 지형상 홍수기에 깊이를 예측못할 만큼 물이 차오름에도 그여 길을 내고자 하는 곳
▲ 금강의 홍수기에 물이 차오르는 곳 감입곡류의 지형상 홍수기에 깊이를 예측못할 만큼 물이 차오름에도 그여 길을 내고자 하는 곳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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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임시도로 아래에는 골짜기 작은 시냇물이 통해나가도록 둥근 파이프를 묻었는데, 불과 5년 전만해도 이 시냇물은 목마른 객이 그냥 손으로 한줌 떠서 먹었을 정도로 맑고 깨끗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냇물은 건천이 되어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지요.

펜션을 짓기위한 공사트럭과 캠핑족들의 바큇자국 그대로 떠먹던 시냇물은 사라졌다
▲ 펜션을 짓기위한 공사트럭과 캠핑족들의 바큇자국 그대로 떠먹던 시냇물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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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우리의 시련을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방우리로 편하게 들어오겠다고 수통리 아름다운 엇여울에 다리를 놓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으니까요. 여울에 세월교가 놓여지면, 대전과 가장 가까운 거리가 되어 방우리가 뚫릴 것이고 그 다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이어집니다.

방우리와 수통리를 잇는 엇여울 적벽강이라고도 불리우는 금산 수통리 금강은 엇여울이 살아있어 그 가치가 빛나고 있다
▲ 방우리와 수통리를 잇는 엇여울 적벽강이라고도 불리우는 금산 수통리 금강은 엇여울이 살아있어 그 가치가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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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은 비단과 같다고 해서 금강입니다. 금산도 같은 비단(錦) 자를 쓰고 있지요. 산과 강이 아름다운 금산은 대전도심과 인접해있어 도처가 개발과 위기로 살얼음을 걷고 있습니다. 말 없이 흐르는 강이고 말 없이 서 있는 산이라고,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 안에 살고 있는 수 많은 뭍생명들이 산하의 주인이고, 그들이 영속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잠시 빌려쓰는 우리의 의무이지요.

지금 배고픈 것도 아닌데, 좀 더 유별스러운 반찬을 먹겠다고 마구잡이로 자연을 도구화한다면, 정작 우리 후손들의 밥상 위에 우리가 먹었던 찬을 올릴 수 없는 일이 생길 것 입니다. 개발과 인위가 아름다운 것이 아닌, 천연의 자연스러움을 아름다운 것으로 느끼는 고품격의 심미안을 키워야 합니다.



#금강트레킹#금산 방우리#금강#비단물결금강천리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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