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먹방이 대세라고는 하나, 이건 좀 너무 나갔다 싶었습니다. 6월 11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텔레비전 프로그램 <한식대첩3> 4회에서 고래고기 요리가 방송된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도 포획을 금지하는 보호대상 해양포유류이고, 한국에서도 개체수 감소로 고래포획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마당에 텔레비전 방송에서 고래 지느러미가 버젓이 식재료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한식대첩>은 우리나라 각 지방을 대표하는 지방요리를 선보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온 프로그램입니다. 한식 문화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만들어내는 독특한 요리에 시청자들의 눈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구가 생태계의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멸종위기종 생물은 포획을 금지하고, 국가 간 거래도 엄격히 제한하자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약속입니다.

그래서 상어지느러미와 같은 특정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고래고기 유통 또는 고래요리 문화에 대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을 방송해야 할까요?

'보호의 대상'인 고래 이용한 요리... 이게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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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대첩3> 제작진에서 언론에 사용하라고 배포한 홍보이미지입니다. 중앙 상단에 있는 것이 밍크고래 고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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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가 요리되는 장면이 전파를 탄 날인 11일, 경북 포항에서는 밍크고래 불법포획 업자 2명이 해경에 검거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이들이 갖고 있던 밍크고래 고기가 시가 5천만 원어치이고, 양으로 따지면 1.1톤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불법포획한 고래고기는 모두 해경에 압수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울산과 부산에서 점조직화된 밍크고래 불법포획 업자와 유통업자들이 구속되고 고래고기 도매점까지 입건된 사실이 연일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한 곳에서는 불법으로 고래를 잡고, 다른 곳에서는 고래가 요리대상이 되어 전국에 방송되는 기막힌 현실, 이것을 단지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상업포경을 중단하자는 1986년 국제사회의 결정을 존중해 돈벌이 목적의 포경을 금지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로 한국 해역에 많던 고래들이 심각한 개체수 감소로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과도한 포획을 반성한다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은 고래에 대한 인식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즉 고래를 자원으로 보고 사냥하고, 단순히 이용만 해오던 과거의 관행에서 차츰 벗어나 해양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바다의 친구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6월 11일 제주도에서는 정부기관와 학자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불법포획되었던 제주 바다의 토종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잘 돌려보낼까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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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복순이가 6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날 불법포획되었다가 6년만에 고향 바다로 돌아온 태산이와 복순이를 환영하기 위해 핫핑크돌핀스 회원들이 제주 함덕으로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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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텔레비전에서 고래가 요리되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은 고래보호에 있어서 과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언론은 밍크고래를 '바다의 로또'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부르며, 욕심을 부추깁니다. 실제로 불법포획에 나섰다가 단속에 걸려 검거된 어민은 마리 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대박의 유혹을 물리치기 힘들다고 카메라 앞에서 토로합니다.

고래의 포획은 우연히 그물에 걸린 혼획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이 되고 있으며, 이또한 해경의 검사를 거쳐 유통증명서를 받고, 고래연구소에 DNA 샘플을 보낸 뒤에야 합법적으로 유통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 중 상당수는 허가 받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유통증명서가 없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통째로 서울 재래시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어서 충격을 준 일도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래고기들 모두 불법유통으로서 압수대상입니다.

그래서 핫핑크돌핀스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몇 시간 전 <한식대첩3> 제작진에게 긴급하게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경남팀이 식재료로 사용한 밍크고래가 취득에 있어서 불법의 소지는 없는지, 그리고 합법적으로 신고절차를 밟고 유통되는 것을 구입했는지 문의했습니다. 왜냐하면 시중에 워낙 불법유통 고래고기가 판을 치고 있는터라 잘 모르고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특히 그런 고래고기를 사용해 요리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될 경우에는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행히 <한식대첩3> 제작진은 방송중 화면 하단에 급하게 알림자막을 넣어 해명을 하였습니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 고래고기는 유통증명서를 받아 합법적 과정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소비자가 불법 포획된 고래를 구입하는 것은 불법입니다"라는 내용이 화면 하단에 추가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식대첩3> 제작진이 핫핑크돌핀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면 아래 설명자막을 삽입하고 해명한 것은 분명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온갖 먹방이 넘쳐나다 보니 이제는 고래류를 비롯해 멸종위기 해양생물까지 요리의 재료로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 현실은 여전히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여전히 불법 유통 고래고기가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 고래고기 요리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은, 방송 의도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불법 고래고기의 유통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래의 식용은 이제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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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대첩3>에서 참가자들과 심사위원이 고래고기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밍크고래의 지느러미 등이 그대로 요리에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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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