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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 연합뉴스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 소액주주운동 진영 시민단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해 3대 주주로 올라선 엘리엇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막아서자 지난 10일 삼성물산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고 자사주 5.76%를 제일모직 2대 주주인 KCC에 판 것이다. 이에 엘리엇은 합병 관련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신청에 이어 11일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으로 맞섰다.

이른바 '재벌 대 투기자본' 싸움으로 번지면서 지난 2003년 SK-소버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시 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은 SK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공격적 지분 매입에 나섰지만 결국 9천억 원이 넘는 차익만 얻고 나갔다. 당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개 중재에 나섰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비롯한 소액주주운동 진영은 소버린의 '먹튀'로 타격을 받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삼성이 합병 계획을 발표한 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선 이번 합병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뤄졌고, 삼성물산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소액주주가 피해를 본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같은 근거를 들어 합병을 막고 나서면서 '재벌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냐, 해외투기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 방지가 먼저냐'라는 해묵은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 '국부 유출 방지'... 지나친 '이분법' 우려도

소액주주운동 진영에선 이같은 '국내자본 대 투기자본' 이분법이 자칫 '애국심 마케팅'으로 흐를까 우려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는 12일 "소버린이 한국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면 엘리엇은 나름 한국 사회의 특성을 감안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면서 "이른바 '애국심 마케팅'도 소버린 때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오는 7월 주총에서 합병이 통과될지는 엘리엇이 아닌 삼성에 달렸다"면서 "결국 기관투자가에게 비판 지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핵심인데 이번 자사주 매각 같은 공격적 전략을 계속 쓰면 삼성에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경제개혁연대와 마찬가지로 삼성물산 1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이번 합병에 반대 의결을 주문하고 KCC 자사주 매각 등을 비판하면서도 엘리엇 문제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이날 "대기업의 편법적인 자사주 매입 문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고 관련 입법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삼성과 엘리엇 간 분쟁은 당사자들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할 생각도 없고 투기자본 문제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고"고 선을 그었다.

금융수탈자본먹튀감시단, 삼성 지배구조보다 국부유출에 방점

반면 '금융수탈자본먹튀감시단'은 경제개혁연대가 앞세우는 삼성 지배구조 개선 효과보다는 해외 투기 자본을 통한 국부 유출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이들은 지난 11일 논평에서 "엘리엇의 의도는 '저평가'된 보유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끌어 올린 후 재매각하여 고수익을 챙기는 것이지, 결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삼성의 과도한 '주주 보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소액주주 보상을 앞세우면 투기 자본 편, 국부 유출을 우려하면 재벌 편이라는 식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는 시각이 일치한다.  

소비린 사태 당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김상조 교수는 "엘리엇이 요구했든, 시민단체가 요구했든 삼성물산 주가가 정상화되고 삼성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주주뿐 아니라 노동자 등 이해 관계자에게도 이득"이라면서 "수단과 방법은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준 금융수탈자본먹튀감시단 총무는 "재벌이 합병이나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합병 대상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엘리엇에 위임장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재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금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을 없애지 않는 한 한국은 엘리엇 같은 투기 자본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엘리엇#삼성물산#제일모직#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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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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