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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갈무리
▲ '리뷰왕 김리뷰'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갈무리
ⓒ 김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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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모든 것을 리뷰하겠다"는 기치 아래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

'리뷰왕 김리뷰'

개설한 지 1년도 안 된 개인 페이지가 4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많은 이가 이 페이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냉정한 말투 속의 개그코드가 '꿀잼'을 부른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리뷰는 구독자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난 '리뷰왕 김리뷰' 페이지 관리자 '김리뷰'(가명)는 20대 중반의 앳된 청년이었다. 자유로움을 즐기며 사는 그를 지난 13일 서울대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범한 휴학생의 취미, "일이라고 하면 열심히 안 해"

얼굴공개를 원하지 않았다.
▲ 리뷰왕김리뷰 얼굴공개를 원하지 않았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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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게시물에서 냉정한 말투로 리뷰를 하던 김리뷰. 하지만 그의 첫 인상은 냉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자신의 신상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를 원했다. 살해위협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래곤 길들이기>란 영화를 리뷰한 적이 있었어요. 주변 평가는 좋았는데 저는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평가는 좋지만, 나는 별로'라는 내용을 올렸는데 누군가 협박을 하는 거예요. '네가 뭔데 영화를 까냐(비판하냐), 죽여버리겠다' 그때부터 잘못하면 진짜 큰일 치르겠다 싶어서 신상노출을 하지 않고 있죠."

스스로를 "선동렬 방어율 정도의 성적을 가진 휴학생"이라고 소개한 그. 평범한(?) 휴학생이 리뷰를 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이전에 '미제사건 갤러리(미제사건을 다루는 네이버 카페 및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자다 일어났는데, 리뷰하는 페이지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생각이 들자마자 실행에 옮겼다. 페이지 이름, 프로필도 즉흥적으로 정해졌다. 2014년 9월 어느 날, '리뷰왕 김리뷰'는 그렇게 탄생했다. 1년 여 만에 43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책을 내자고 연락 오는 곳도 있었다. 취미로 시작한 페이지가 수익을 가져다 줬다. 이쯤 되면 페이지 관리가 취미가 아닌 일로 느껴질 법 하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전 열심히 안 해요. 취미라고 생각하면 열심히 하거든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카드뉴스 방식의 최초(?) 시도자

좋아서하는 취미다 보니 리뷰 주제도 다양하다. 그는 생각나는 대로 리뷰 주제를 정한다고 한다.

"좁은 의미로 리뷰를 정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넓게 보거든요. 지금 기자님과 인터뷰하는 것도 리뷰할 수 있겠죠. 그래서 첫 리뷰 주제를 지구로 했어요. 그만큼 주제를 넓게 잡겠다는 의미였죠."

그가 가장 많이 리뷰한 주제는 영화다.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에게 영화는 싸고 좋은 문화생활이었다.

"집값이야 집에서 주지만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했어요. 안 해본 일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여유가 없었어요. 그나마 남는 시간에 영화를 봤죠. 비싸지도 않고 드라마처럼 다음 편을 기다릴 필요도 없으니까요."

구독자들이 가끔 리뷰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웬만해서는 수락하지 않는다.

"누구는 군대를 리뷰해달라고 하고, 무슨 보병사단을 해달라고도 하고... 헛소리는 안 받아줘요. 가끔 재밌겠다고 생각되는 거는 하죠."

리뷰 형식도 자유롭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느낀 점을 그대로 쓴다. 포맷을 정하면 틀에 갇힌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제 성격도 한몫하죠. 얽매이거나 틀에 매인 걸 싫어해요. 그래서 한 가지를 진득하게 못하죠. 그나마 구기운동은 좋아해서 꾸준히 해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은 16:9 사이즈로 카드뉴스처럼 편집한다. 그 형식이 모바일에서 읽기 편하기 때문이다.

"'미제사건 갤러리' 때부터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때는 카드뉴스라는 말 자체가 없었거든요. 제가 오리지널이죠. 카드뉴스가 처음 나올 때 신기했어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란 생각도 했고요. 어쩌면 저를 따라한 걸지도 모르죠."

승승장구 했던 그, 나락으로 떨어지다

<일베> 얘기가 나오자 유쾌하게 얘기하던 그가 숙연해졌다.
▲ "일베는 마약과 담배 같은 것" <일베> 얘기가 나오자 유쾌하게 얘기하던 그가 숙연해졌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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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게시물에 열광했다. 자연히 기업들도 페이지를 주시했다. 그리고 2014년 9월. 그는 <피키캐스트>에 입사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취업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일만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일간베스트> 유저였던 그의 과거가 드러났다.

"과거에 힘들게 살았을 때 유일한 취미가 인터넷에 글 쓰는 것이었어요. 사람이 몸도 마음도 힘들면 정신적으로 해소할 곳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와서 친구도 없었고, 학교에서도 '아웃사이더'였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했는데 그게 꼬이고 꼬여서 '일베'로 나타난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고 너무 후회하죠. 반성하고 있고요."

그는 결국 지난 2월, <피키캐스트>를 자진퇴사했다. "커뮤니티 때문에 회사를 나온 건 너무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잘못한 일 때문에 회사가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열광적이었던 지지자들도 그의 '일베' 이력에 등을 돌렸다. 무수한 비난이 그에게 쏟아졌다. 세상 모두가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잘못한 건 비판받아야 마땅하죠.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부 악의적인 사람들의 비난은 견디기 어려웠어요. 제가 사과문을 쓴 것에 대해 왜곡되게 편집해서 인신공격도 했죠. 가족 욕에 자살하라고도 하고.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황에서 실직을 하니 살 길이 막막했다. 그렇다고 집안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가계 상황도 힘들어졌죠. 게다가 예전부터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셨어요. 대인기피증에 걸릴 만큼 힘들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리뷰를 하기로 결심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잖아요. 애착이 있는 페이지와 콘텐츠인데 사라지면, 지금껏 봐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수의 비판을 받더라도 끝까지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러면서 철저한 '반일베 인사'가 됐다. 심지어 '일베'를 리뷰하기도 했다.

"이번에 <세상의 모든 리뷰>라는 책을 냈어요. 거기에 짧게 '일베'에 대해서 리뷰했죠. 사실 건드려서 좋을 것도 없죠. '일베'에서 엄청 욕먹고 있거든요."

일베에서 그는 '세탁왕 김세탁'으로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한창 비판받을 때도 '일베'를 안 하고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데 누군가가 말해줬어요. 제가 그렇게(세탁왕 김세탁)으로 불리고 있다는 거예요. 이유가 더 웃겨요. '네가 그런다고 근본이 바뀔 것 같으냐' (저는)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일베'에서 욕을 먹는다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욕을 먹는 게 긍정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욕을 먹는 게 즐겁다니, 참 아이러니다.

"사실 (사람들이) '일베'를 끊을 수 없는 게, 그만두더라도 과거에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비난만 받게 될 거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자숙하고 반성하더라도 그렇게 이미지가 굳어질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죠. 그런데 사회적으로 사람들 인식이 성장하고 있어요."

그는 '일베'를 그만두려는 사람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말한다. 충분히 반성하고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신처럼 다시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되도록 그만두는 게 좋아요. 담배와 마약 같은 건데 끊기 힘들어도 끊으면 되게 후련해요. 정신건강에도 좋고요."

자신이 쓴 책이 '인류 역사'에 도움이 되는 책?

<세상의 모든 리뷰-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김리뷰 지음 / 김옥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 2015.06 / 1만4000원)
 <세상의 모든 리뷰-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김리뷰 지음 / 김옥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 2015.06 / 1만4000원)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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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뭔가요?
"내일(14일)부터 <대학내일>에 기고를 해요. 그것도 열심히 해야겠죠. 또 '미제사건 갤러리'도 관리해야 되고요. 리뷰도 열심히 해야겠죠. 아마 앞으로도 글을 쓰지 않을까 생각해요."

특히 '일베'는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베'는 안 할 거예요. 게임리뷰 영상 찍는 것이 재밌어서 그것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아직은 제가 젊기 때문에 많은 걸 시도해볼 겁니다."

- 영상은 솔직히 '노잼'입니다.
"제가 봐도 '노잼'이에요.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죠. 물론 다섯 술은 먹긴 했는데,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앞으로 발전해 나가면 '꿀잼'은 아니더라도 '피식잼'은 할 수 있겠죠."

그는 특히 자신이 출판한 <세상의 모든 리뷰>를 많이 봐주길 바랐다.

"지난번에 낸 <완전범죄>는 인세를 전부 기부했어요. 해결이 안 된 사건들을 모아서 책으로 낸 거거든요. 그걸 가지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면은 찝찝할 것 같아서요. 취지에도 맞지 않고요."

하지만 이번 책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냈다고 한다.

"저도 먹고 살아야죠. 이번 책은 일확천금을 위한 교두보였어요. 마음대로 안 됐지만. 책에 제 인생관이라든가 자전적인 글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주제를 꽉꽉 눌러 담았어요."

그는 한 번 사서 보관해두면 '인류 역사'에 도움이 된다고 자평했다.

"이전에 없던 책이에요. 나중에 외계인이 와서 인류를 정복했을 때 '인류는 이런 책을 읽었구나'라며 출토된 책이 <세상의 모든 리뷰>면 재밌지 않을까요? 더 열심히 해야죠. 뭘 하든지."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김리뷰, #리뷰왕, #페이스북,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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