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군도에 속하는 선갑도(仙甲島)가 골재 채취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선갑도는 덕적군도에 속하지만, 행정구역으로는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속한다. 지번은 '승봉리 산 240'이다.
선갑도는 덕적도에서 남쪽으로 약 11km 지점에 있으며, 자월도(紫月島)ㆍ승봉도(昇鳳島)와 근접해있다. 무인도로 섬 면적은 3.93㎢이며, 해안선 길이는 16.16km이다. 섬 전체가 선갑산(352m)이나 다름없다.
섬 둘레가 기암절벽으로 돼있고 평지가 거의 없어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신선세계와 접해있다고 해서 선접(仙接)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또 덕적면과 자월면에 풍부한 어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미국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처 8240부대가 주둔했다. 조용하던 선갑도가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4년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 때문이다. 1995년에 굴업도 핵폐기장 설치계획이 무산됐는데, 한국해양연구소(현재 한국해양연구원)가 1996년 선갑도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핵폐기장 재추진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덕적면 주민들은 의혹 해소를 위해 섬 매각을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 2006년 A감정평가법인에 감정을 의뢰해, 선갑도를 D공업 회장 L씨(76)에게 약 41억 원에 매각했다. 민간에게 매각된 후 선갑도 남단에 K씨가 양식어장을 신청해 섬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 제방을 축조했다.
조용하던 섬이 다시 골재 채취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채석단지 규모가 30ha(1ha=1만㎡) 이상일 경우 허가권자가 산림청장이라서, 섬 소유주 L씨는 지난해 2월 산림청에 채석단지 지정을 신청했다. 산림청이 채석단지 지정을 허가할 경우, 신청자는 지방자치단체에 토석 채취 신고만 하면 된다.
채석단지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한다. 1단계로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류를 제출하면,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류 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한 뒤 사업자에게 검토의견을 전달한다.
2단계로 사업자는 심의위원회의 검토의견을 반영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작성해 제출한다. 그러면 산림청과 관련 정부부처, 지자체 등은 이 초안을 검토해 보완 또는 우려 등, 채석단지 지정에 관한 의견을 제출한다.
사업자는 3단계로 초안에 대한 의견을 반영한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작성해 산림청에 제출해야한다. 이때 마찬가지로 정부부처 등이 본안을 검토해 의견을 제출하면, 최종적으로 산림청에서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1단계를 마친 상태다. 지난해 9월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준비서류를 검토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검토 결과를 신청자인 L씨에게 전달했다. 그 뒤 신청자가 아직 초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아마 초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적도 주민 김아무개(52)씨는 "선갑도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자원이고, 그 일대는 풍부한 어장이다. 대규모 채석단지가 들어서면 섬과 주변 해양환경이 파괴되는 일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쓴 소리를 했다.
한편, 옹진군은 선갑도 채석단지 지정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허가권이 산림청에 있기에 옹진군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옹진군과 옹진군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해야한다. 사업자가 초안을 제출하면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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