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최대 진원지로 떠오른 삼성서울병원이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부분 폐쇄 조치를 내렸다.
정부는 15일 병원 부분 폐쇄 조치를 발표한 삼성서울병원에 방역 관리 조사, 점검단을 파견했다.
▲ 삼성서울병원, 긴급수술 외 진료 중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최대 진원지로 떠오른 삼성서울병원이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부분 폐쇄 조치를 내렸다. 정부는 15일 병원 부분 폐쇄 조치를 발표한 삼성서울병원에 방역 관리 조사, 점검단을 파견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이 국회에서 삼성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방역망이) 뚫렸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까닭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메르스 최대 진원지라는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린 것이다. 그는 삼성이 뚫린 것을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가 삼성이 뚫린 것을 몰랐다면 삼성병원을 대표해 국회에 올 자격도 없었을 것이다. 그가 모른다면 삼성병원의 누구도 모르는 것이 된다.

자연스레 국민은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과 더불어 국내 초일류 민간 빅3 병원으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어떻게 그렇게 허술하게 메르스 환자와 접촉자를 관리했느냐에 쏠리고 있다. 세계 일류라고 대다수 우리 국민이 알고 있는 삼성이 운영하는 병원이 이렇게 형편없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국민이 99.999%일 것이다.

대한민국을 메르스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삼성병원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삼성병원은 그리 대단한 전파력(감염력)을 지니지도 않은, 감염병계의 변방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는가? '그것이 알고 싶다, 왜 삼성병원은 메르스 대처에 완전 실패했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화 같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치료 잘한다고 병원 감염 예방, 방역 잘하는 것 아냐

15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에서 남형기 안전환경정책국장(가운데)이 '방역관리 점검·조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2차 진원지로 지목을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방역관리 점검·조사단'을 구성, 삼성서울병원에 급파했다.
 15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에서 남형기 안전환경정책국장(가운데)이 '방역관리 점검·조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2차 진원지로 지목을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방역관리 점검·조사단'을 구성, 삼성서울병원에 급파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삼성서울병원은 치료에 관한 한 초일류라 할만하다. 병상 수가 많아서 빅3가 아니라 임상의사 실력으로 봐도 분명 그 이름에 걸맞다고 본다. 치료를 잘한다고 해서 예방을 잘한다거나, 병원 감염 관리를 잘한다거나 방역을 잘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치료 과목은 분명 합격점이지만 예방·병원 감염 관리·방역 과목에서는 낙제점이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그 실력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삼성은 선대 이병철 회장 때부터 국내 제일을 늘 지향했다. 그것은 삼성이 손댄 모든 분야에서 그랬다. 지금은 신세계그룹, 씨제이(CJ)그룹 등 여러 갈래로 갈라졌지만, 삼성은 손대는 부문마다 거의 대부분 1등을 하고 있다. 물론 과거 조미료 사업과 자동차 사업 등은 2등을 하거나 실패를 맛봤지만 말이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도 여기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일류를 지향하는 사람들, 특히 자신이 일류라고 믿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자만심이다. 의사란 직업군이 대개 그런 의식을 가지기 쉽지만 특히 삼성병원 의사들은 의사 중 의사라는 자부심이 강했을 터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실수하거나 자신의 실력이 다른 사람보다 못 미칠 때도 결코 도움을 청하거나 실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치료에만 관심이 있지 예방이나 (감염)병의 원인을 캐는 역학에는 대부분 관심이 없다. 응급실을 포함해 삼성병원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의사도 마찬가지다. 병원 감염이나 방역에 관심을 가지는 의사도 많지 않다. 메르스와 같이 전파력이 그리 세지 않은 감염병에 대해서 대처하지 못한 이유 중 첫 번째는 바로 치료는 일류일지 모르겠지만 예방과 방역은 삼류였다는 사실이다.

방역과 역학 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그 나름의 전문성과 훈련이 필요하다. 감염병 환자들, 특히 우리나라 환자들이 병원과 응급실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보호자나 가족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환자의 질병 행동 심리학과 보건의사소통 등에 대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어떤 환자들이 어떤 이유로 응급실을 찾는지도 알아야 한다.

정부 일을 삼성에 맡긴 이유... 병원장이 감염학 전문가여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병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암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 한시적 병원을 폐쇄를 밝히고 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병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암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 한시적 병원을 폐쇄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을 적극 비호하고 방역과 역학 조사 전권을 맡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수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드나들고 입원하는 워낙 큰 병원인데다 메르스 환자 접촉 대상자가 너무 많아 이를 일일이 조사할 정부 역학 조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다 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메르스 환자를 확진한 전공(戰功)이 삼성서울병원에 있다. 이런 공로를 무시하고 정부가 삼성에 날카로운 수술 칼을 들이대기 곤란해 직접 조사하지 않고 자체 조사토록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더구나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감염내과 전문가이지 않은가. 하지만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다.

누리꾼들은 송재훈 원장(56)이 삼성서울병원의 최고 책임자이며 감염내과 전문가라는 사실 등을 토대로 메르스 사태를 확산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그는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조교수를 잠시 지낸 뒤 성균관대 의대와 삼성서울병원에서 병원 홍보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2012년 8대 삼성서울병원장이 됐다. 올해 3월 연임해 현재 9대 병원장으로 있다. 2011~2013년에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감염학 분야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송 원장의 화려한 경력과 전문가로서의 능력, 대한민국 일류 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고정 관념 등이 두루 보태져 오늘의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송재훈 실패 → 삼성서울병원 실패 → 삼성 실패 → 박근혜 정부 실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최대 진원지로 떠오른 삼성서울병원이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부분 폐쇄 조치를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강남구 병원 본관 앞에 내원객들의 안전을 위해 면회를 제한한다는 안내 문구가 놓여 있다.
▲ 삼성서울병원, 당분간 면회 자제 요청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최대 진원지로 떠오른 삼성서울병원이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부분 폐쇄 조치를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강남구 병원 본관 앞에 내원객들의 안전을 위해 면회를 제한한다는 안내 문구가 놓여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송 원장과 같은 경력의 소유자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병원 내 의사가 잇따라 감염되었음에도 보건복지부와 함께 이를 비밀로 해온 것은 바로 전문가와 일류병이 낳은 부작용 증상일 수 있다.

우리나라 응급실은 대형 병원이든, 중소 병원이든, 일류 병원이든 시설이나 의료 인력 면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마디로 '도떼기 시장' 같은 곳이다. 특히 초대형 병원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응급 환자와 보호자들이 드나든다. 여기서 진료하는 의사들 가운데는 아직 의료를 공부하는 수련·전공의들이 많다. 병원 감염의 무방비 지대를 첫 손가락에 꼽으라면 단연 응급실이다. 삼성병원은 이런 현실을 깔아 뭉갰다.

감염병과의 싸움은 바로 전쟁이다. 손자가 일찍이 말했듯이 전쟁에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삼성병원은 지피지기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적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의 적은 질병 그 자체가 아니었다. 처음 본 적이란 점도 있지만 이번의 적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방역, 즉 병원 감염과 그 확산 저지가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그런 능력은 없었다.

메르스 사태는 치료는 1등일지라도 병원 감염 예방과 방역은 꼴등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우리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송재훈 원장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나아가 삼성이 기록한 또 한 번의 실패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삼성서울병원을 믿고 맡긴 정부에게도 부메랑이 돼 돌아와 박근혜 대통령 실패로 이어져 국민의 불신을 드높이고 국격을 감염병 관리 후진국으로 떨어트려 전 세계에 알리는 일대 사건이 돼버렸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메르스, #삼성서울병원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