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비가 온다고 해도 잠깐 내리다 말고, 애타는 농부의 마음은 몇 달째 계속이네요. 하루에도 몇 번 일기예보를 듣고 있지만 잠깐 내리다 마는 비가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얼마 전, 아주 오래전부터 써왔던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기재했던 글들 중에 어머니와의 이야기만을 엮은 저의 첫 수필집 '내사 핸드폰 없이는 몬살겠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정말 오랜 꿈이었는데, 이래저래 출간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나왔지요. 처음 책을 받아 보던 날, 멍하니 할 말을 잃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했든가요. 힘들 때마다 '나에겐 꿈이 있다, 희망을 잃지 않아야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라며 스스로 다짐하고 다독이며 살아왔습니다.
남들에겐 하지 못할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그때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많은 격려를 해왔던 것이 지금 이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한다는 것이 생각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저를 아는 많은 분들이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책이 출간된 다음 날이 휴일이었습니다. 몇 권 안 되는 책들 중 제일 먼저 한 권을 챙겨 어머니 이름으로 사인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책을 어머니께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한 권을 고이 챙겨 고향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제일 큰 공헌(?)을 한 사람은 어머니였기에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이 그리고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어머니는 휴일이라 혹시 자식들 중 누군가가 올까 해서 논에도 안 내려가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큰언니와 함께 목욕탕에 다녀왔다면서 기분이 꽤 괜찮아보였습니다. 매일 빠지지 않고 내려가던 논에를 안가겠다고 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 마음은 더 아련하게 다가왔습니다. 해마다 다른 모습이 아니라 요즘은 매일매일 다른 모습의 어머니를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날이 지날수록 어머니는 더욱 약해져만 갑니다. 그것이 눈으로 보입니다. 어머니와 같은 연세의 도시할머니들은 아직 허리도 꼿꼿하고, 버스를 타고 어디든 다니시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그분들에 비한다면 저희 어머니는 몇 배 더 나이든 할머니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볼 때마다 요즘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씁쓸한 감정을 추스르고 어머니께 책 한 권을 내밀었습니다.
"이기 뭐꼬~""이거 책이다~엄마한테 드리는 막내딸 선~물이데이~""책? 책은 말라꼬~누구껀데~""이거 내가 이번에 만든 책~아이가~""아~글나~아이고~이걸 맹글었나~대단타~""엄마 막내딸~대단한 걸 이제사 알았나~"그렇게 어머니 앞에 책 한 권을 내밀었습니다. 어리둥절하게 책 겉표지만 매만지던 어머니는 한참을 그렇게 책만 만졌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랬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그저 묵고 사는 데만 급급해서 힘들게만 사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자기 하고 싶은 것도 해가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 내심 안도해 하는 모습까지... 아무튼 복합적인 마음과 모습으로 책을 어머니께 드리고 나니 더 실감이 났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 과정이 또 어떻게 지나왔든지 간에 저의 첫 수필집을 그렇게 오랜 시간을 뒤로하고, 제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고, 한편으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과 책임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책을 다 드리지는 못했지만 언니와 오빠들에게는 한 권씩 드리기로 했습니다. 일일이 사인을 해서 고향집에 두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달에 우연히 스마트폰에 <청송댁가족이야기> 라는 이름으로 밴드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어머니를 제외하고 오남매의 가족구성원이 모두 초대되어 가족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여러분, 드디어 이번에 김순희 첫 수필집이 나왔어요. 10년 넘게 오마이뉴스에 썼던 엄마와의 사는 이야기를 새롭게 엮은 책입니다. 담에 고향집에 가면 책을 드리겠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막내동생의 꿈! 축하해주시고,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표현은 없지만 그래도 정 많은 우리가족이 있어 행복합니다~언니, 오빠, 형부, 올케언니~그리고 자랑스런 나의 조카들~우리신랑~무엇보다 우리 김계숙여사님께 이 기쁨 나누고 싶습니다~'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해서 고민하다 결국 책 출간 소식을 올렸습니다. 일일이 전화를 한다면 더 하지 못할 말들을 이렇게 글로 한꺼번에 하고 보니, 스마트폰이 있어 그리고 이런 밴드라는 공간이 있어서 참 좋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댓글에는 언니, 형부, 조카들의 따뜻하고 고마운 축하 글이 올라왔습니다. 평소라면 서툴렀을 일이지만 이런 공간에서는 참으로 자연스러운 표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더군다나 '장하다, 우리동생'이란 글귀는 아직도 저의 마음속에 꼭 남았습니다.
이렇듯 저의 첫 수필집이 출간되고, 여기저기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해 듣고, 받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꿈이 꿈으로 머문 게 아니라 꿈이 현실이 되었기에 더 뜻깊은 것 같습니다. 처음 밴드를 만들면서 마음 한 곳에 가시처럼 박혀 있던 것이 있었는데, 따로 책을 챙겨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랫동안 서먹했던 큰오빠는 제일 먼저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인증샷으로 밴드에 올렸습니다. 물론 올케언니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그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그 전날, 오빠는 모처럼 전화까지 했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어서 축하하고, 앞으로 계속 좋은 글 많이 써서 책 많이 내라고, 그렇게 오빠마음을 담은 몇 마디를 해주었습니다.
서먹했던 큰오빠와 사이에 있던 아주 오래된 묵은 체증이 가시는 듯 행복했습니다. 내게 있어 이 책 한 권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첫 수필집 '내사 핸드폰 없이는 몬살겠다'는 10년 넘게 써온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의 결과물입니다. 처음 책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썼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렇게 세월이 지나서 되돌아보니 그 시간들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그리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때의 아련한 기억과 추억들이 새롭게 모든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저의 첫 수필집을 내기 위해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준 남편이 고맙고, 그리고 부담 없이 담담하게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것과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서 제가 사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읽도록 해주신 오마이뉴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김계숙 여사님이 앞으로 저와 더 재미있는 일상의 소소함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 또 다른 감동의 이야기를 엮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내 생애 그 누구보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저에게 꿈을 잃지 않게 '그냥' 계셔 주셔서 고맙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