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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Jedah)에 위치한 알자팔리 사원 앞에 한 죄수가 끌려 나왔다. 당시 사원 앞은 기도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수갑을 찬 죄수의 얼굴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됐다. 사람들은 그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가 채찍질을 맞게 될 것이란 사실만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라이프 바다위(Raif Badawi), 사우디의 블로거다.

라이프 바다위는 2012년 6월 17일, 사회와 정치, 종교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사우디 아라비안 리버럴스(SaudiArabian Liberals)'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그의 웹사이트에는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금지된 '밸런타인데이'에 관한 기사와 종교경찰(Religious police)을 풍자한 기사가 게재돼 있었다.

판사가 교체되는 등 불공정한 재판 끝에, 2014년 5월 7일 라이프 바다위는 정보기술법 위반 및 이슬람교 모독 혐의로 ▲ 징역 10년 ▲ 태형 1000대 ▲ 벌금 약 3억 원 ▲ 출소 후 10년간 여행금지 ▲ 미디어 의견개진 금지를 선고 받았다.

형벌이 결정되고 7개월 후, 그에 대한 첫 번째 채찍질이 집행됐다. 보안군과 경찰, 사람들이 모이면서 사원을 둘러싼 주변의 몇 몇 길은 폐쇄됐다. 한 경찰이 채찍을 들고 그의 뒤편으로 걸어갔다. 채찍질은 50대씩 나뉘어 집행됐다. 매질이 시작되자 라이프는 눈을 꼭 감았다. 등과 다리에 채찍질이 가해졌고 라이프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따금 몸을 활처럼 펴고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어, 그의 고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까지 전달됐다. 50대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 채찍질이 끝나자, 군중은 소리쳤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이 모든 과정이 30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이뤄졌고, 라이프는 다시 호송차에 올라 교도소로 돌아갔다.

라이프 바다위에 대한 첫 번째 태형이 집행된 후 세계 곳곳에서 라이프 바다위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 및 캠페인이 진행됐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뤼셀(벨기에), 헤이그(네덜란드), 베른(스위스), 파리(프랑스), 헬싱키(핀란드), 오슬로(노르웨이)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뤼셀(벨기에), 헤이그(네덜란드), 베른(스위스), 파리(프랑스), 헬싱키(핀란드), 오슬로(노르웨이)
ⓒ Amnest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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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 6일 사우디아라비아 대법원은 라이프 바다위에 대한 원심을 확정했고, 한동안 중단됐던 950대의 태형이 다시 집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소는 채찍질형을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형벌의 일종으로국제인권법상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엔고문방지협약의 당사국으로, 채찍질형과 같은 고문 및 그 외의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처벌을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 특히 고문 금지는 국제법상 강행규범으로, 모든 국가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

2015년 3월 7일,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라이프 바다위의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표현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가해지는 모든 공격을 명백히 거부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지난 5월 6일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프바다위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요구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17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 5월7일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지지자들은 라이프 바다위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7일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지지자들은 라이프 바다위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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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대사관 앞 라이프바다위 석방 요구 1인 시위 모습
 사우디대사관 앞 라이프바다위 석방 요구 1인 시위 모습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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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라이프 바다위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은 인권피해자들의 사례를 알리고, 이들에 대한 탄원에 누구나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노란연필:변화를쓰다' 프로젝트(http://amnesty.or.kr/11309)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진행 중이다.

라이프 바다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신의 의견을 온라인에 밝혔다가 기소된 많은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 사람들의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해버리고, 실형을 선고하는 등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감시하고 억압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금지하거나 사찰하는 등 인권침해를 서슴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라이프 바다위에 대한 국제적인 움직임을 접하고 변화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라이프 바다위 온라인 탄원 참여하기> http://amnesty.or.kr/ai-action/10034/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후원사업팀 간사입니다.



#표현의자유#사우디아라비아#국제앰네스티#노란연필#변화를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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