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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식재료 제공을 위해 제정된 조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는 실효성 있는 조례가 되도록 전면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동·청소년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학교급식 식재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2014년 2월 대전시의회는 '대전광역시교육청 방사능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대전시도 같은 해 7월 대전보건환경연구원에 감마핵종게르마늄측정기 1대를 비치해 식자재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례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조례에서 정한 내용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충남녹색연합(상임대표 이동규)은 18일 해당 조례의 시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고, 그나마 규정된 내용에 대해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해당 조례 제5조 1항에는 '학교별로 연 1회 이상 전수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는 전수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교육청은 관련 질의에 대해 "식자재를 직접 조리하고 있는 대전시내 277개 학교에 공급되는 수산물을 전수조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따라서 80개 학교를 임의 선정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조례 제5조 3항에는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자체검사를 위하여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장비와 시설,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해당 조례 제5조 4항에는 '검사결과를 해당 학교에 알리고 대전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대전교육청은 '방사능 물질의 종류와 기준치', '검사수치' 등은 공개하지 않은 채 '적합여부'만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학교급식 먹거리 안전문제는 대전시교육감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며 "설동호 교육감은 학교급식 안전을 위해 '학교급식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위에 언급한 조례와 제도 틀 안에서 매우 형식적이며 소극적인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시교육청은 2014년 1월 간이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해 학교급식 식자재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해 문제가 되었고, 타 자치단체보다 늦게 관련 조례를 마련하는 등 학교급식 방사능 문제에 매우 미흡하게 대응했다"고 비난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또 "미래세대에게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대전시교육청은 시민들에게 방사능 식자재 검사 결과의 적합여부가 아닌 정확한 수치 및 기준치를 공개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자체 검사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 전문 인력을 갖추어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학교급식 방사성 물질은 물론 급식시스템을 감시할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끝으로 대전시와 시의회에 대해 "현행 조례 내 연 1회의 전수검사 횟수를 '연 2회 이상'으로 늘리고, 학부모·단체·전문가 등 시민이 참여하는 방사능 학교급식 안전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실질적인 권한과 기능을 가지고 운영될 수 있도록 조례를 전면 개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