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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다닌다. 키 몇 cm라도 더 자라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덕이가 성장기에 있었을 당시, 나 또한 덕이의 건강과 성장을 돕기 위해 좋다는 식품을 골고루 준비했었다. 더 나아가 두뇌 발달에 좋다는 호두를 직접 사서 볶아주고, 속껍질을 벗겨 갈아서 그것을 밥에 넣어 주거나 호두전병을 만들어 주기도 했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가 지나고 있던 어느날, 나와 덕이는 태권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함께 샤워를 하였다. 그런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덕이의 신체적 변화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느덧 아기에서 어린이로 이제는 사춘기로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남성스런 체형'으로 변하고 있었다. 골격이 자라고, 어깨가 넓어지며, 생식기관이 성장하고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속에서 '어쩌나'라는 막연한 걱정이 올라왔다.

지금은 나와 함께 자연스럽게 목욕을 한다해도 더 자라면 어떻게 할까... 가뜩이나 대중탕에 함께 다닐 남자가 없으니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스스로 몸을 구석구석 잘 씻는 것도 아니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덕이가 신체적으로 자라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처럼 마냥 예쁘고 부드러운 어린이로 있을 순 없을까. 내가 목욕을 시켜주자 덕이가 움찔움찔했다. 민망한 느낌을 가질 때 나타나는 모습이다.

어느날, 함께 목욕을 하다가 덕이가 커가고 있음을 느꼈다.
 어느날, 함께 목욕을 하다가 덕이가 커가고 있음을 느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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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 혹시 고모한테 할 말 있니?"
"아니."
"덕이는 쑥쑥 자라서 멋진 남자가 되고 싶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런 어린이가 좋을까?"
"남자 될 거야."
"응?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
"응."
"멋진 남자가 되면 우리 덕이가 얼마나 멋있을까?"
"몰라!"
"멋진 남자가 되면 덕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관장님!!!"
"아~그렇겠구나 멋진 관장님이 되겠구나. 멋진 관장님 되면 무엇을 할 건데?"
"동생들 돌볼 거야."
"동생들 돌본다고?"

말하면서도 갑자기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덕이 아빠는 내 바로 위에 언니까지 시집 보낸 후 결혼을 했다. 참으로 모를일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뭔지. 물론 덕이가 말하는 동생들은 태권도를 같이 하느 동생들이나 친인척 동생들을 의미할 수도 있다.

"덕이가 점점 남자로 멋있어지는 것 같은데?"
"응?"(뭐라고 하셨어요?란 뜻이다.)
"덕이는 점점 어른이 되고 있다고."

나날이 성장하는 덕이... 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하게 가끔씩은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덕이가 성인이 되고 어른이되면 덕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할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결혼은 하고 싶어 할까, 아니면 혼자 살아도 좋다고 여길까, 만약에 덕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덕이를 거절하면 덕이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할까, 그로인하여 상처는 얼마나 받을까...

덕이가 지금 좋아하는 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덕이를 멀리하고 커서 결혼을 한다면, 그 모습을 지켜보며 덕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혼자 외로워하면서 괴로워할까 아니면 흐믓해하고 기꺼이 그들을 축복해줄까... 아마도 지금의 덕이 심성으로 볼 때는 틀림없이 축복해 줄 것 같은데.

사실 지금까지는 덕이에게서 보여지는 신체발달, 호르몬 변화 등은 생각해보지 않고 그날 그날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덕이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누가 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다. 할머니나 내가 이론으로 남성의 성장에 대하여 알고있다고 해도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계에 맞닥뜨리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특수반 선생님은 여성이니까 나와 비슷할 것 같고, 학교에 담임선생님이 남성이니까 그분께 자문을 구해야 할까 아니면 덕이가 영웅처럼 신뢰하는 태권도 관장님께 여쭤보아야 할까? 아니면 전문기관에 의뢰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연구해보아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까.

만 5세 이후로 2년에 한 번씩 지능검사를 계속 하고 있는 그 병원 선생님께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그러나 특별한 말씀은 없고 '덕이의 지능이 점점 올라가고 있으니까 아마도 일반아이들과 비슷한 청소년기를 맞이하는 것 같다'고 하며 지켜보자고 했다. 

애써 찾아간 병원 의사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안심은 됐지만, 이 상황을 계기로 덕이에게 성에 대해 지도해 줄 수 있는 조언자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태권도 관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다

"덕아, 이런 얘기 덕이에게 물어보기는 조심스러운데... 고모가 어떻게 하면 덕이가 건강하고 멋진 남자가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덕이는 아빠가 계시면 아빠와 함께 무엇을 하고 싶어?"
"태권도."
내가 괜히 뜸들였나 싶을 정도로 쉽게 대답한다.

"태권도? 왜?"
"태권도 할 거야"
"아빠와 함께 태권도하는 관장님 딸이 부러워?"
"응."
"그랬구나, 나도 관장님과 딸이 함께 운동하는 모습이 좋아보이고 부러운데 덕이도 그랬구나?"
"응 좋아."
"그러면 덕이도 관장님같은 아빠가 계셨으면 좋겠니?"
(큰눈으로 나를 보면서 고개만 끄덕인다)
"덕이는 관장님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으니?"
"좋아."
"그렇구나 덕이 네가 관장님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나도 알 것 같구나."

우리 동네에는 태권도관 7곳 있다. 난 덕이를 태권도에 보내기 전, 7군데를 모두 방문해 관장님의 성품을 살펴보았다. 면담하는 한 시간 동안 얼마나 알 수 있겠냐마는... 그 한 시간 동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실성(말이 앞서지 않는)과 아이들에 대한 강한 애정 그리고 책임감을 살펴본 뒤 지금 다니는 곳으로 결정했다.

눈 딱 감고 덕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관장님께 덕이의 성교육을 요청드렸다. 기꺼이 그러겠다고 해주셨다. 마침 그 분은 우리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사신 분이므로 우리 집안에 대하여 잘 알고 계셨으니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다.


태그:#성과 성교육, #아빠와 관장님, #멋진남자, #감사, #청소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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