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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갑을오토텍에는 30여 명의 기업노조와 300여 명의 금속노조가 대치했다. 그 사이 경찰 15개 중대 1200명의 병력이 투입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18일 갑을오토텍에는 30여 명의 기업노조와 300여 명의 금속노조가 대치했다. 그 사이 경찰 15개 중대 1200명의 병력이 투입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주먹질과 발길질, 흉기로 위협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다. 자신의 폭력 행위를 촬영하는 노조 조합원의 휴대폰을 빼앗아 박살내고, 공포에 질린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가가 겁박한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의 갑을오토텍 공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지난 17일 오후 3시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현장 조합원에 대한 무참한 폭력이 벌어졌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갑을오토텍 지회장 "연속 폭력 사태... 노동부 검찰 침묵"

 갑을오토텍 기업노조에 폭행당한 금속노조 조합원이 피를 흘리고 있다.
갑을오토텍 기업노조에 폭행당한 금속노조 조합원이 피를 흘리고 있다.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부

전직 경찰, 특전사, 용역 출신 등을 채용해 기업 노조를 설립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노조 파괴 의혹과 산업안전보건법, 노동 관련법을 무더기로 위반한 갑을오토텍의 폭력 사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유혈 폭력사태가 벌어진 17일은 물론 이전에도 수차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의 쟁의 행위를 방해하고, 욕설과 폭력을 일삼아 왔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노조 파괴를 위해 기획한 폭력으로 규정지었다. 이들은 불법적 행위를 채증하던 몇몇 지회 조합원들의 휴대폰을 빼앗아 박살내기도 했다. 또 조합원들을 향해 거침없는 발길질과 주먹을 휘둘렀다. 뿐만 아니라 미리 준비한 흉기는 물론 주변에 있던 집기와 부품까지 닥치는 대로 폭행 도구로 사용했다. 이같은 폭력으로 지회 조합원 상당수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20여 명이 구급차로 이송됐다.

이대희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장은 "최근 연속적으로 벌어진 폭력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경찰과 노동부, 검찰에 있다"며 "17일에는 수십 명이 폭행당해 피를 흘리고, 20여 명이 구급차에 실려갔는데도 경찰은 '체포할 수 없다'고 말하고, 노동부와 검찰은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경찰 "수사 진행 중"

 지난 18일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부 조합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지난 18일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부 조합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밤샘 농성에 지친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이 경찰병력과 대치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밤샘 농성에 지친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이 경찰병력과 대치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지난 18일 갑을오토텍에는 30여 명의 기업노조와 300여 명의 금속노조가 대치했다. 그 사이 경찰 15개 중대 1200명의 병력이 투입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충남지방경찰청(청장 김양제)은 "갑을오토텍 노조 간 폭력사건 관련,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수사 본부를 설치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수사본부에서는 CCTV 녹화 기록, 목격자 확보 등 증거 자료를 수집, 분석해 관련자를 신속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이러한 반응에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대희 지회장은 "노조 간 폭력 사건이 아닌 노조 파괴 용역의 일방적 폭행이었고, 그들의 불법과 무자비한 폭행의 명백한 증거 자료는 그동안 사법 기관은 물론 언론에 수없이 공개했다"면서 "그럼에도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 노동부, 법원은 팔짱만 낀 채 체포와 구속의 명분만 따져 자본가 편에서 노동자를 외면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갑을오토텍에서는 지난 4월 30일에도 유혈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공장 정문을 봉쇄하고 출근하는 조합원을 기업노조가 막아서며 폭행, 7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이 중 1명은 뇌출혈로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들의 집단 폭력 행위에 노동부, 검찰과 경찰, 법원은 침묵해왔다.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의 사법 기관과 언론에 대한 간절한 호소와 도움 요청은 끝없이 이어졌다.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조합원의 뺨을 때리고, 다리를 걷어차고, 노조 활동을 못하도록 겁박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다.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은 자신의 권익을 대변해줄 것으로 믿었던 고용노동부,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사법기관에 분노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충남지방경찰청은 "갑을오토텍 노조간 폭력사건 관련,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수사본부를 설치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충남지방경찰청은 "갑을오토텍 노조간 폭력사건 관련,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수사본부를 설치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충남시사 이정구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경찰, 노동부, 검찰은 폭력을 저질러 상해를 입힌 현행범을 체포하고 이들을 사주한 갑을오토텍 사주를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번 폭력 사건을 엄중히 보고 증거 자료를 수집해 관련자들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체포나 구속 요건이 되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갑을오토텍의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회사의 공식 입장은 모른다", "(언론에 공식 입장을) 답변해 줄 사람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갑을오토텍#금속노조#기업노조#유혈폭력#아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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