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메르스 국내 확진자의 20% 가까이는 의료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병원 내에서 메르스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67번째, 168번째, 169번째 환자 등 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의료종사자이다. 이로써 국내 확진자 169명 중 의료종사자는 32명으로 전체의 18.9%를 차지하게 됐다.
168번째 환자는 방사선사로, 지난 6일 건국대병원 응급실에서 76번 환자를 X선 촬영할 때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169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의사로, 이 병원 보안요원인 135번 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의료종사자의 메르스 감염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총 12명으로 의사 4명, 간호사 5명, 방사선사, 응급 이송요원 등 그 외 직종이 3명이다.
그 다음으로는 대전 대청병원의 종사자가 4명, 평택성모병원 3명 등 순이었고, 한림대동탄성심병원(2명), 대전 건양대(2명), 서울 건국대병원(1명) 등 나머지 병원은 모두 1∼2명 수준이었다.
민간구급차의 운전사와 동승 구급대원 등 2명이 메르스 환자를 응급실로 옮기다 메르스에 걸린 사례도 있었다.
"인공호흡 위한 기관삽관 등 의료행위 중 공기감염 가능성 커"이같이 별다른 질병이 없는 의료진들이 메르스에 감염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 노환규 전 대한의협 회장은 "병원 내 메르스의 공기 감염 가능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 전 회장은 "메르스 바이러스는 병원 밖 환경에서는 공기 전파가 안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병원 안에서는 사스와 같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전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졸은 대기에 떠다니는 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작은 고체 입자나 액체 방울을 말한다.
그는 "인공호흡을 위해 기관삽관을 시도하거나, 기관삽관 전에 가래를 빼주기 위해 석션(흡인)을 하는 행위 등 다량의 바이러스를 함유한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전 회장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병원 내 공기감염 가능성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의료진들이 많다"면서 "의료진들은 반드시 N95 기준에 부합하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반 수술용 마스크로는 감염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의료진들은 평상시에는 레벨 D 이상의 철저한 방역복 착용해야 한다"며 "특히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는 시술 때는 레벨 B 이상의 방역복을 착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