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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와 풍경과 잘 어울리는 귀여운 폭포.
 주위와 풍경과 잘 어울리는 귀여운 폭포.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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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골프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새 동네에 있다. 지금도 곳곳에 집을 짓고 있으며 새로운 이웃이 오기도 한다. 이곳에 지은 집은 대체로 손님을 위한 공간이 널찍하게 마련되어 있다.

휴양지를 끼고 있어 친척을 비롯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손님을 배려해 지은 집이다. 널찍한 공간이 있어 사람이 찾아와도 부대끼지 않고 지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집이다. 노년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을 마무리 짓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 집을 찾는다. 손님이 오면 동네 구경과 함께 자동차로 산이나 바다를 찾기도 한다. 초면인 사람에게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을 소개한다. 그러나 잘 아는 사람일 경우에는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 나선다. 혹시 볼거리가 없어 실망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부부가 왔다. 시드니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데 머리를 식히고 싶다며 종종 찾아온다. 이곳에는 없는 한국 식품점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같이 나누며 시드니 이야기도 듣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부담 없는 시간을 지낸다.

자연히 다음날 일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아내는 쿠퍼눅(Coopernook)이라는 곳에 있는 국립공원에 가자고 한다.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갈 때마다 쿠퍼눅이라는 동네 이름이 큼지막한 돌 판에 새긴 것을 보며 한 번 와보자고 했던 동네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한 사람, 쿠라바크 국립공원이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한 사람, 쿠라바크 국립공원이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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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서두르지 않고 일어나 평소처럼 베란다에서 아침을 마주한다. 매일 보아도 좋은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간단한 점심과 커피를 준비하고 길을 떠난다. 가까운 곳이라 금방 도착했다. 자그마한 전형적인 시골 동네의 모습이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뒤에 있는 쿠라바크 국립공원(Coorabakh National Park)국립공원으로 향한다. 호주의 대표적인 동물인 코알라가 좋아한다는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로 울창한 산이다. 전망대가 있다는 이정표를 따라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운전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높은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온 퍼시픽 하이웨이(Pacific Hwy)와 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레 시원한 풍경을 사진기에 담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묵직한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다. 주차장에 자동차가 없어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뜻밖이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는다. 이곳에 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시골 사람들은 참 순박하다.

눈 아래 내려 보이는 넓은 목초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을 가리키며 자기가 사는 동네라고 한다. 시드니에서 살다 퇴직한 사람이다. 이곳까지는 걸어서 왔다고 하며 이곳이 좋아 종종 찾는다고도 한다. 배낭 하나 메고 혼자서 산을 즐기는 사람,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수백 길 낭떠러지 위에 있는 바위에 망설임 없이 올라가 포즈를 취한다. 무섭지도 않은 모양이다. 하긴, 우리와 함께 온 사람도 조심스럽게 바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긴 했다, 같이 온 남편은 올라갈 엄두도 못 내는데...

또 다른 전망대를 찾아 산길을 운전한다. 뉴비즈(Newby's Lookout)라는 곳이다. 이곳은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새로 만들어 놓은 난간에 기대어 풍경 속에 잠시 빠진다. 깎아지른 낭떠러지 옆으로는 숲이 울창하다. 오래전에 화산에 의해 생긴 지형이라고 한다. 땅이 비옥해서 그런지, 아니면 요즈음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숲에 싱싱한 푸름이 가득하다.

전망대를 떠나 집 쪽으로 방향을 잡고 운전한다. 폭포가 있어 잠시 들린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낙차가 크지는 않으나 주위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폭포다. 신선이 있다면 이런 곳에서 지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말하는 신선놀음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다. 짧은 산책 코스를 자연과 하나 되어 천천히 걷는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아무리 들어도 매력적인 말이다.

하루를 끝내며 집으로 향한다. '마음껏 멍한 삶을 살고 싶다'는 어디선가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머리 굴리지 않는 삶,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그려본다. 조금은 어수룩하게 사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조금 전 바위에서 카메라를 향해 밝은 웃음을 보냈던 사람처럼...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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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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