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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조리원에 아내가 입실한 지 어느덧 2주 차가 다 돼갑니다. 사랑이의 탯줄을 자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일이 넘었습니다. 그간 아이는 제법 세상을 살아낼 준비를 합니다. 먼저 모유를 본능적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가 자면서 웃으며 눈, 코, 입을 쫑긋하는 배냇짓에 행복합니다. 아이는 아직 눈의 초점을 맞추기가 힘이 듭니다. 지금 눈에는 세상이 뿌옇게 보일 뿐 성인이 보는 모습대로 아직 세상을 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외계인'같습니다.

그 동안 아내는 살과 붓기가 빠졌고 아이는 살이 쪄갑니다. 3.2kg로 태어난 사랑이는 어느덧 초유와 모유를 잘 먹고3.9kg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는 것만큼 그리고 잘 싸는 것만큼 부모의 눈에 기쁜 일이 없나 봅니다.

진짜 육아가 시작됩니다

출산을 앞둔 아내  육아와 관련된 용품이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태교의 과정동안 아이 출산 준비를 하는 것은 아내와 저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하나둘 아기의 물건이 집안에 쌓여갈때마다 행복의 크기도 쌓여갑니다.
출산을 앞둔 아내 육아와 관련된 용품이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태교의 과정동안 아이 출산 준비를 하는 것은 아내와 저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하나둘 아기의 물건이 집안에 쌓여갈때마다 행복의 크기도 쌓여갑니다. ⓒ 추현호

지난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은 아내와 제게 참 오래 기억될 또 다른 추억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산모들은 조리원 생활을 그리워 한다고 합니다. 매 시간마다 준비되어 먹을 수 있는 영양식, 빨래 등 모든 것이 오로지 모유 수유와 산후 조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맞춰있습니다. 함께 조리원에서 생활한 아빠들도 분명히 이 시간이 그리울 것입니다.

조리원마다 아이와 모자동침(엄마와 아이가 함께 자는 것)을 진행하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저희가 있는 조리원에서는 신생아는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분들이 24시간 3교대로 보살피고 아이가 울면 산모가 가서 젖을 먹이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방에는 오로지 산모와 배우자만 머물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엄마와 참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제 당신과 나, 그리고 아이가 생겼습니다.

2주간 제법 산모들은 친해집니다. 저마다 수유실에서 아이들과 약 한 시간씩 수유를 하면서 이런저런 살아가는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에 빨래터에 모인 아낙이 이야기를 나누는 딱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전에는 남편 이야기가 주된 것이었다면 이젠 아이 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우리 아이는 모유를 얼마나 먹는지, 체중은 얼마나 늘었는지, 배꼽은 잘 떨어졌는지 엄마의 주된 관심사는 아이에게 가 있습니다.

이 동안 아빠의 주된 관심사는 엄마의 회복에 있습니다. 출산 후 생기는 호르몬 변화는 때론 예민하게 엄마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빠는 엄마의 이런 감정 변화에 의연하게 대처해야합니다. 태교 과정만큼 출산 후에도 심부름은 줄지 않습니다.

"여보, 수유패드 좀 사다 줘요."
"여보, 산모패드 좀 가져다 줘요."

더운 여름날 땀 나듯 뛰어도 마음만은 행복합니다. 아빠니까요. 사실 산후 조리원에서의 일과는 조리원 퇴원 후의 일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편안합니다.  이곳에서 최대한 산후 체력보강을 해야 합니다. 수간호사님의 말처럼 육아는 "장거리 마라톤"이기 때문입니다.

의욕에 앞서 밤샘 모유 수유를 하는 대부분의 산모들이 3일차가나면 몸살이 난다고 합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위해 몸을 혹사한 까닭입니다.

엄마의 자궁에 남아 있는 오로(출산후 태반이 떨어지고 자궁 내막이재생되면서 혈액, 점액등의 배출되는 찌꺼기)가 지속적으로나와서 엄마의 하루는 여전히 상쾌하지 않습니다. 찌뿌둥한 몸과 쑤시는 관절, 갑자기 드는 오한 등으로 남편의 손길과 관심이 꼭 필요합니다.

아내방에 놓여진 유모차 아이와 엄마는 조리원에 있습니다. 집청소를 하다 덩그라니 비워진 아내방의 유모차를 봅니다. 그저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아내방에 놓여진 유모차아이와 엄마는 조리원에 있습니다. 집청소를 하다 덩그라니 비워진 아내방의 유모차를 봅니다. 그저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 추현호

출산 직후 옆 침대를 썼던 아이의 엄마는 이제 곧 조리원을 퇴원합니다. 전날에는 아이가 황달이 심해져 산후조리원의 가장 어린 20살 산모가 급히 대학 병원으로 아이와 함께 이동했습니다. 이런 저런 작은 일들 사이에서도 건강하게 보내준 아내와 아이에게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감사할 일이 참 많은 요즘입니다.

진짜 육아가 이제 시작되려 합니다. 아빠와 엄마의 마음은 아이가 건강하게 커 주는 것 그 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욕심이 생길 겁니다. 그 욕심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온 그 기쁨과 감사한 마음의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조리원에서 퇴원을 앞두고는 미리 집안에 필요한 것을 다 구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둘만의 보금자리는 아이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가 됩니다. 더 깨끗하고 더 정돈돼야 합니다. 더 세심한 관리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조리원에서는 간호사가 거의 모든 것을 해줬습니다. 이제 엄마와 아빠의 차례입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갖가지 교육을 틈틈이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교육이 참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수강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출산#육아#조리원#아빠의 역할#산후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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