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6일 오후 6시 30분]
큰사진보기
|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25일 오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
| ⓒ 남소연 |
관련사진보기 |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신임 선언에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살아남으면서 여당 내 친박(박근혜)계와 비박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 관철에 실패한 친박계는 반격을 위한 전열 정비에 나서고 있다. 유 원내대표 자진 사퇴를 유도하기 위해 친박계 최고위원 사퇴 카드를 던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현 "거취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 유승민 사퇴 압박청와대 정무·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내며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이정현 최고위원은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으며, 깨진 유리잔"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당·정·청 협의를 통한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리 없다"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유 원내대표의 사과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친박계 핵심이자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임하고 있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책임론이) 일단락 된 거 같다고 하는데 일단락 된 것 같지 않다"라며 "진정한 리더는 거취를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해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윤 의원은 또 전날 의원총회 결과를 유 원내대표 재신임으로 해석하는 것과 관련해 "어제 의원총회는 특정인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라며 "(유 원내대표의) 진퇴를 논의한다면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추후 친박계를 중심으로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유승민 사퇴론'을 재점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친박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판"이라며 "지금처럼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거부한다면 앞으로 계속 싸워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조직적 반격 나선 친박... 친박 최고위원 사퇴 카드 만지작전날 의원총회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났던 친박계가 하루 만에 조직적인 반격에 나선 데는 '유승민 재신임'으로 결론 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전날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 받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쪽으로 결론 난 어제 의원총회 결과를 듣고 격노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윤상현 의원도 "여당 의원들이 당·청 관계의 심각성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 사퇴를 관철시키기 위해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는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의 대상'이라며 '대통령이 이대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친박계가 꺼낼 수 있는 카드로는 우선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집단적 당무 거부나 동반 사퇴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지도부 8명 중 친박계인 서청원·이정현·김을동 최고위원과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김태호 최고위원까지 가세해 유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며 동반 사퇴하면 현 지도체제가 와해될 수 있다(관련 기사 :
유승민 자리 지켰지만... 끝나지 않은 권력 다툼).
이를 통해 청와대와 친박계가 비상대책위 체제나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친위 지도부를 다시 세운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지만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나타났듯이 친박계의 세가 당을 장악하고 있지 못해 뜻 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탈당 및 여권 발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만든 것과 다름없는 당"이라며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게 하지도 않겠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몸 낮춘 유승민... "박 대통령께 송구한 마음, 마음 열어 달라"유 원내대표는 내분 수습에 나섰다. 박 대통령을 향한 사과 수위를 전날보다 한 단계 높이면서 박 대통령의 '진노'를 누그러뜨리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또 "대통령께서도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라며 "새누리당 의원들 전원이 힘을 합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한껏 몸을 낮췄다.
당장 친박계의 당 지도부 흔들기 현실화를 막아야할 김무성 대표는 "잘 수습해 보겠다"라며 "전날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뜻은 존중돼 당에서 수용 됐고, (유승민 재신임이라는)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