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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교토시 동쪽에 있는 기요미즈데라(淸水寺) 절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은 법상종파 절로서 교토에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이 절에는 관음보살 부처님뿐만 아니라 오토와노다키(音羽の滝)라고 하는 세 줄기로 물로도 유명합니다. 여행객들은 다투어 줄을 서서 이 물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세 줄기로 나누어 떨어지는 물

        늘 관광객을 넘치는 기요미즈데라 절 모습과 세 줄기 물을 떠서 마시는 사람들 모습입니다.
 늘 관광객을 넘치는 기요미즈데라 절 모습과 세 줄기 물을 떠서 마시는 사람들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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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미즈데라 절은 교토 동쪽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연히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 물줄기를 잘 관리하여 세 줄기로 나누어 떨어지게 했습니다. 각 물을 마시면 목숨이 길어지고, 연애에 성공하고, 학문에 성취를 이룰 수 있다합니다. 절에 가서 부처님께 복을 빌고, 물을 마시면 인간이 원하는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이룰 수 있다니 누군들 마시지 않겠습니까? 증명된 사실이나 과학적 근거에 뿌리를 둔 것은 아닙니다.

기요미즈데라 절에 오르면 교토 시내 중심가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멀리 교토 시내를 둘러보면서 숲속 길을 거니는 것은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요미즈데라 본당 뒤에는 지주신사가 있습니다. 이곳 역시 젊은이들의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곳에 젊은 커플들이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앞을 다투어 사진을 찍으면서 인연을 맺어주는 신에게 인증 샷을 잊지 않습니다.

기요미즈데라 절 입구 인왕문과 지장보살입니다. 유독 기요미즈데라 절에는 지장보살이 많습니다. 지장보살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합니다.
 기요미즈데라 절 입구 인왕문과 지장보살입니다. 유독 기요미즈데라 절에는 지장보살이 많습니다. 지장보살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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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기요미즈데라 절은 778년 겐신(賢心) 스님이 수행 중 꿈의 계시를 보고 수행하다가 이곳 오토와야마(音羽山)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골짜기에 금색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래서 물길을 따라서 올라가다가 폭포 아래에서 흰옷을 입고, 천수관음을 외우면서 수행을 하고 있는 교에(行叡) 스님을 보게 됩니다.

교에 스님은 200세 정도로 보였는데, 겐신 스님에게 "나는 네가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나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떠나려 한다, 뒷일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립니다. 겐신 스님은 교에 스님이 관음의 화신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겐신 스님은 교에 스님이 남긴 나무에 천수관음상을 새기고 교에 스님이 수행하시던 암자에 안치합니다. 이것이 기요미즈데라 절의 시작입니다.

기묘한 절의 역사, 관광객 왜 몰릴까

그 뒤 사슴을 잡기 위해서 오토와야마 산에 온 다무라(田村麻呂)는 수행을 하고 있는 겐신 스님과 만납니다. 다무라는 아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약으로 사슴피를 찾아서 산에 들어왔습니다. 겐신 스님의 가르침으로 살생이 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관음 신앙에 귀의하여 자신의 집에 관음상을 모시고 본당으로 바칩니다.

        기요미즈데라 절 본당에서 내려다 본 교토 시내와 둘레 경치입니다.
 기요미즈데라 절 본당에서 내려다 본 교토 시내와 둘레 경치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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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다무라는 전쟁에서 참가하여 공을 세우고 돌아와 겐신 스님과 협력하여 본당을 다시 크게 짓고 관음상과 협시보살로 지장보살을 새겨서 섬기게 되었습니다. 지장보살을 새겨서 섬기게 된 것은 다무라가 전쟁에 참가하여 공을 세운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후 기요미즈데라 절은 교에 스님이 처음 절을 지은 원조이고, 겐신 스님은 산을 연 개산(開山), 다무라를 혼간(本願)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요미즈데라 절은 처음 절을 지으면서부터 물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금물이 인연이 되어 큰 수행자인 관음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다무라가 자신의 아내를 위해서 사슴피를 찾아서 산에 들어와 겐신 스님을 만나 깨달음을 얻습니다. 여기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신앙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요미즈데라 절에는 멋진 경치, 물이 철철 넘쳐흐르는 골짜기, 부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고귀함 따위가 섞여있는 곳입니다. 아마도 이곳에 늘 관광객으로 넘치는 것 역시 이 세 가지를 소중히 여기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소박한 생각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기요미즈데라 절 본당 뒤에 있는 지주신사에 오르는 사람들 모습과 수국입니다. 수국은 장마철에 피는 꽃입니다.
 기요미즈데라 절 본당 뒤에 있는 지주신사에 오르는 사람들 모습과 수국입니다. 수국은 장마철에 피는 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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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가는 법> 교토역 앞에서 기요미즈데라 절에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기요미즈데라 절(http://www.kiyomizudera.or.jp)

박현국 시민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기요미즈데라 절, #교토, #지주신사, #지장보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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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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