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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월 12일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주식회사가 노동조합 부지부장인 조장희씨에 대해 행한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월 12일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주식회사가 노동조합 부지부장인 조장희씨에 대해 행한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월 12일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주식회사가 2011년 7월 18일 노동조합 부지부장인 조장희씨에 대해 행한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법원은 삼성에버랜드가 조장희 부지부장에 대해 징계사유로 삼은 8가지의 사유 중 2가지의 사유(회사의 전산망을 이용하여 직원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파일과 회사의 매입·매출 자료 파일을 수집하고 편집 작업을 한 후 이메일로 전송한 행위와 상급자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메세지를 보낸 행위)만 징계 사유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2가지의 사유도 조장희 부지부장이 노조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행한 행위이거나 '친사(親社)적인' 노조('삼성에버랜드 기업별 노조'를 가리키는 것임)의 설립과 그 직후에 이어진 단체협약 체결에 화가 나서 행한 행위로서 그것들이 해고를 할 만한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보았다.

나아가 법원은 삼성이 "원고 조장희가 삼성노조를 조직하려고 하였고 실제로 이를 조직한 후 그 부위원장으로서 활동한 것을 실질적인 이유로 원고 조장희에 대하여 이 사건 해고를 하였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다. 이는 이전의 1심 법원과 동일한 판결이다.

삼성은, 사업장 내에 노조가 설립될 조짐이 보이면 그 주도 세력을 회유하고 압박하거나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전까지는 어용노조의 설립 신고를 먼저 행하는 방법으로 노조 설립을 방해해 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삼성에 의해 미행 및 도청을 당하고 납치까지 당했다고 주장하는 노조원들이 많이 있었고 또한 삼성이 공무원과 유착해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그 실태가 속 시원하게 밝혀진 적은 없었다.

삼성은, 조장희 부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에 대해서도 회유와 압박을 행하였는데, 그것이 통하지 않자 끝내 조장희 부위원장에 대해 해고를 행하였다. 노조 설립 직후에 행한 삼성의 이러한 해고는 누가 보더라도 부적법하고 무모하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다행히 법원은 삼성의 그러한 조치가 부적법한 행위임을 분명히 확인하였다.

노동자와 함께 가지 않는 기업에 미래는 없다

법원이 조장희 부지부장에 대한 해고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근거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즉, 삼성노조가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업별 노조가 별도로 설립되었는데 이 기업별 노조는 설립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에 회사와 단체협약까지 체결하였고, 삼성노조가 설립된다는 보도가 있은 직후에 노조 위원장의 집으로 삼성의 간부들이 찾아왔으며, 노조 설립 다음 날부터 노조 간부들에 대한 감사가 시행되어 조장희 부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줄줄이 해고 및 정직을 당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그 내용이 삼성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고 그 공개 직후 삼성도 자신이 만든 문건이라고 시인했으며 이후 행해진 내용이 그 문건과 동일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삼성이 작성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보았다. 그 문건에 삼성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위 조장희를 해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실제로 삼성이 내부 대응 전략에 따라 조장희 부지부장의 비위를 집중적으로 추적, 수집해 왔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삼성노조의 유인물 배포 행위도 제지하는 등의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지배 개입 행위를 해왔고, 최근에도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테크윈이 노조 간부에 대한 조직적인 미행 사찰을 행하여 사과하였다는 것 등이다. 위 각 근거들은 지난 시기 노동계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온 삼성의 위법적인 행태들인데, 법원이 그 내용을 전부 사실로 인정하면서 삼성의 부당노동행위까지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위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삼성이 만들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삼성이 부당노동행위를 행했다고 하는 점은 인정하였다. 이로써, 검찰과 법원 모두 삼성이 조장희 부지부장을 해고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였다.

삼성의 시대착오적인 노조 대응 방침은,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저항과 내부의 양심적인 구성원들의 폭로와 법원의 판결로 그 위법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합리적인 사업주라면 '무노조 경영'이라는 방침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에 이르러 있다.

헌법상 보장되어 있고, 노동자들이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는 노조 활동의 자유를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의도를 실행에 옮긴다고 하는 것은 실로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법원과 검찰조차도 삼성의 부당노동행위를 정면으로 인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삼성이 시대착오적인 노조 대응 방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삼성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질서를 해치는 존재로서 그 존립 가치가 전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현재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새로운 지배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메르스가 번져 나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해친 것에 대해 사과하였다. 그리고 지금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등 병 각종 암과 난치성 희귀 질병과 관련하여 반올림 및 피해 가족들과 협상을 하고 있고 조만간 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이 삼성이 노조에 대한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새로운 입장을 천명할 적기이다. 삼성이 지금 노조에 대한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경영권이 무사히 승계된다고 해도 새로운 가치를 구현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시대와 상황에 맞는 내부적인 혁신 동력과 활력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관리'를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음을 삼성은 냉정히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창조 역량을 고무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조 탄압 기업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벗어던져야 할 것이다.

삼성이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고 상고를 포기하는 것이 위와 같은 움직임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후 삼성은 모든 계열사의 노조 간부들에 대한 해고와 징계를 모두 철회하고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자유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삼성에 대한 애증을 품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삼성에 돌을 던질 국민은 지금으로서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노동자와 함께 가지 않는 기업에 미래가 있을 리도 없다.


#삼성#노동조합#조장희#부당노동행위#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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