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남성이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되어 가족들이 의료사고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병원 측은 환자의 기저질환에 의한 것으로 의료적 과실은 전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1일 가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축농증 질환을 앓던 A(남·35)씨는 지난 3월 25일 대전 K병원에 입원했다. 외래진료를 받아오던 A씨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따라 26일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수술 이후 A씨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수술 이틀 후인 28일 오전 수술 부위의 약솜을 제거하기 위한 처치를 받던 도중 어지러움 증상을 호소했다. 그러자 담당의사는 처치를 중단하고, MRI와 혈액검사를 시행하라며 A씨를 휠체어에 태워 병실로 올려 보냈다.
병실로 돌아온 A씨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졌고, 곧바로 호흡이 정지됐다. 병원 측은 A씨에 대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했으나 결국 A씨는 '혼미상태'에 빠져 버렸다. 현재 A씨는 자가 호흡만 할 뿐,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다.
A씨에 대한 병원의 진단은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 지주막하 출혈', '뇌 수두증'으로, 한마디로 뇌출혈이다. 이에 대해 A씨의 부친 B씨는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되어 버렸다"며 "억울하고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고 분개하고 있다.
B씨에 따르면, 사회복지단체에서 일해 온 A씨는 착하고 성실한 아들이었다. 부모 속을 썩여본 적 없는 A씨는 특별한 지병이 없었고, 건강한 청년이었다. 그런 아들이 순식간에 식물인간이 되어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3개월째 병상에 누워있는 것을 보면 B씨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B씨는 병원 측의 의료과실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축농증 수술 과정에서 과실이 발행했거나 또는 수술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뇌출혈의 위험을 가진 환자에게 특별한 조치 없이 수술을 진행한 것은 병원 측이 환자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약솜제거 처치 과정에서 어지러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아무런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일반 병동으로 이동시켜, 혼미상태를 방지할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의 외삼촌 C씨는 "처치를 하던 의사가 MRI와 혈액검사를 지시한 것을 보면, 분명 그 순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환자를 그 자리에서 응급처치 하지 않고, 휠체어에 태워서 병실로 보내는 바람에 병실 도착 10분 여 만에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며 "따라서 이는 의료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의료과실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 관계자는 "젊은 나이의 환자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된 현 상황에 대해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축농증 수술과 외동맥류 파열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별개의 질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진료 과정과 진료 기록을 꼼꼼하게 점검했지만, 의료적 과실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현 상태의 원인은 환자가 가지고 있던 기저질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병원의 잘못이 있는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법적으로 보장된 절차를 통해 확인하면 되고,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도 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며 "그런데 지난 3개월 동안 특별한 절차를 밟지 않다가 갑자기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