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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외치며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경남 양산의 학부모들이 '양산시장 비서실장의 사과'와 '병원비 청구', '나동연 시장 면담'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발단은 지난 6월 25일, 학부모 20여 명이 비서실을 찾아가 시장 면담을 요구하면서부터다.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양산시 학부모 밴드모임(아래 학부모모임)은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새누리당 김효진 양산시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시장실로 찾아갔던 것이다.

학부모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시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지난 3월부터 다섯 차례 넘게 시장 면담을 요구했고, 2주 전에는 급식 담당부서를 통해서도 했다"며 "지난해 12월 양산시의회 정례회 때 시장이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무상급식과 관련해 공청회를 하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기다렸지만, 아직까지 면담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학부모들은 얼굴이라도 보고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 이날 찾아갔던 것이다. 학부모들은 시장을 만날 수 없었고, 비서실 대기실에서 1시간가량 있었다.

 25일 오전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양산시 학부모 밴드' 모임이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시장실로 찾아가 시장 면담을 요구했는데, 한 학부모가 기력을 잃어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에 후송되었다.
25일 오전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양산시 학부모 밴드' 모임이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시장실로 찾아가 시장 면담을 요구했는데, 한 학부모가 기력을 잃어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에 후송되었다. ⓒ 양산학부모모임

학부모들은 비서실장이 주먹을 쥐어 손을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했다며 항의했다. 이들은 "비서실장이 어깨를 들썩이며 주먹다짐을 했다. 그래서 엄마들이 더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박아무개씨가 쓰러졌고, 119구급대원들이 왔으며,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학부모모임은 비서실에 '시장 면담 대기 중 실신해 응급실에 간 민원인의 병원비'를 요구했다. 6월 25일 상황과 관련해, 학부모들은 협조문을 통해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없었고, 큰소리를 치고 난 박아무개씨가 몇 번이나 덥다고 선풍기를 요청했는데도, 비서실 관계자들은 전혀 무반응이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박씨가 맥이 풀려 정신을 잃었고, 그곳에서 엄마들이 울부짖으며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비서실 관계자들은 뒷짐만 지고 서 있을 뿐 아무런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119 연락도 엄마들이 떨리는 손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말단 공무원을 호위무사처럼... 여경을 부르든가"

학부모들은 지난 6월 29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시장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시장실 앞에는 젊은 남성 공무원 10여 명이 팔짱을 낀 채 지키고 있었다. 엄마들은 40여분간 있다가 돌아섰다.

학부모모임은 "29일 기자회견 뒤 성명서와 자료를 시장께 전해드리려고 시장실에 갔는데, 젊은 남자 공무원 10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봉쇄했다"며 "학부모가 서류만 주고 가겠다는데, 학부모가 무슨 테러범도 아니고, 젊은 남자들이 팔짱을 낀 상태로 봉쇄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구를 막고 선 분들도 누구의 아빠이고, 남편일 것이다. 경찰도 아닌 일반직 말단 공무원을 이렇게 '사조직 호위무사'처럼 이용한 것에 더 화가 났다"며 "우리는 이들을 향해 '미안하다. 잠깐 들어가게 해달라'고만 외치는 상황이었다. 4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나왔다"고 덧붙였다.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양산시 학부모 밴드모임이 지난 6월 29일 양산시청을 찾아가 성명서 등 자료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시장 비서실 입구에 젊은 남성 공무원 10여명이 팔짱을 끼고 막아 섰다.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양산시 학부모 밴드모임이 지난 6월 29일 양산시청을 찾아가 성명서 등 자료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시장 비서실 입구에 젊은 남성 공무원 10여명이 팔짱을 끼고 막아 섰다. ⓒ 양산학부모모임

학부모 허문화씨는 "29일에는 서류만 전달하고 가겠다고 했는데 젊은 남성 공무원들이 입구를 막았다. 엄마들이라면 여성 공무원이나 여경을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며 "엄마들이 무슨 힘이 있나. 단지 서류만 전달하고 나오려고 간 것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시청 가기 무섭다"고 말했다.

박아무개씨는 "6월 30일 비서실 관계자한테서 전화가 왔더라. 그는 25일 상황과 관련해 '경황이 없어 빨리 대처하지 못하고 안부를 묻지 못해 미안하다'며 '뒤에 알아보니 퇴원했다고 하더라'고 말하더라"며 "길 가던 시민이 쓰러져도 119에 연락해 조치하는 게 도리인데, 어떻게 자기들을 만나러 온 사람이 그렇게 되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말을 뒤에 듣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비서실장 "갑자기 시장 면담 되는 게 아니다"

신헌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비대위원장(양산지부장)은 "시청에 청원경비가 1명뿐이다. 근본적으로 젊은 남성 공무원을 세워놓고 입구를 막은 행위는 근본적으로 맞지않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마찰을 피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이 자의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모습은 서로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강득 비서실장은 학부모들과 다른 주장을 했다. 25일 상황에 대해, 주 실장은 "학부모들은 시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당시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해 할 이야기가 없었다"며 "제가 주먹을 쥐어 손을 들어 올린 게 아니고 전시물에 한 쪽 손을 대고 설명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공서는 에어컨을 마음대로 켤 수 없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박아무개씨의 병원 후송과 관련해, 그는 "그분이 고혈압이 있는 줄 몰랐고, 처음에는 쓰러진 줄도 몰랐다"며 "병원비를 청구했는데, 예산은 원인과 결과가 있어야 하고 개인이 달라고 해서 마음대로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주 실장은 "어떤 학부모는 그날 돌아가면서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고 하더라. 임신한 분도 계시길래 안전을 위해 댁에 가서 기다리면 좋겠다고 안내를 해드리기도 했다"며 "갑자기 시장 면담이 되는 게 아니고 설명을 해도 왜 시민이 시장을 못 만나느냐고만 했다. 무상급식 문제는 도 지침을 기다려야 하고 시장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양산시 읍면지역 초중고교와 동지역 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 경남도와 양산시가 예산지역을 해주어 무상급식이 되었고 올해는 예산을 끊어 유상급식으로 전환되었다.


#무상급식#양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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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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