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직장의 정년을 불과 몇 년을 앞두고 있는 아내가 올해 들어 부쩍 힘들어 합니다.
퇴근 후 파주로 올 때면 직장에서 모티프원까지 55km 남짓한 거리의 운전이 힘들어 자유로변 파주출판도시 휴게소의 주차장에서 한 30분쯤 눈을 붙이고 와야 할 정도입니다.
어떤 때는 집 주차장에 도착하고도 내리기조차 힘겨워 운전석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기도합니다.
6월초 아내는 가족 카톡방에 "나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올렸습니다.
이른 퇴직을 하고 인도여행이나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속마음을 이어지는 글로서 알았습니다. 아내의 거두절미한 이 말의 의미를 미리 알아챈 사람은 아프리카에 있는 둘째딸뿐이었습니다.
둘째딸은 원하면 엄마가 지금이라도 직장을 그만두라는 의견이고 나는 집안의 여러 형편을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말리는 입장이며 첫째 딸과 아들은 방관하는 상황입니다.
아내는 퇴직 후 인도를 1년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소원이지만 저는 인도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훨씬 과장되게 얘기함으로써 일단은 그 마음을 수그러뜨리고 퇴근 후 독서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까지 인도를 가장 좋은 구도의 장소쯤으로 알고 있었지만 최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인도에 대해 크게 낭만적인 생각은 금물. 천천히 언제 나나 영대와 함께 다녀오세요. 여자 혼자는 기름지고 불에 들어가는 격... 특히 세계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여러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모르고..."
아내는 이태 전부터 척추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아 퇴근 후 병원에서 간헐적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올 봄부터는 서울 남산의 국립극장 산책길에서 시설 좋은 헬스 장비들을 발견하고는 병원비를 아끼겠다면 그곳에서 운동을 하고 옵니다. 병원에 가면 몇 만 원이지만 그곳에서는 주차비 몇 천 원이면 족하다는 이유입니다.
정말이지 아내가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내 마음은 아내만큼이나 간절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올해 5월 8일 어버이날에 주고받은 가족과의 카톡 대화에서 자명해집니다.
#2
2015년 5월 8일 금요일 이주리(둘째) : 어머, 하루 늦었지만 엄마 아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돈 많이 벌어서 제가 호강시켜 드릴께요~(아프리카에 있는 딸은 날짜에 혼선이 있었음) 이나리(첫째) : 저두여. 저두 하루빨리 호강 시켜드릴 길을 찾아볼게요~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이영대(셋째) : 이따 전화드리겠슴돠~~(영국에 있는 아들) 강민지(아내) : 주리야! 이제 엄마 돈 안 벌어도 될까? 이주리 :
ㅋㅋ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나에게... 이안수(나) : 주리와 나리의 '호강'이라는 말이 무엇보다 감동으로 다가오네... 몸의 여러 곳에 노화 징후가 선명해지니 굽혔다가 허리를 바로 펴지도 못하시는 할아버지가 생각나는 구나. 몇 년 내에 엄마․아빠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유가 주어지면 너희들 옆에서 잔소리 하지 않고 세계여행 떠나서 몇 년간 돌아오지 않을게.이주리 : 허걱, 그건 좀 익스트림한데요. 이안수 :
옆에서 너희들에게 잔소리하는 것보다 멀리서 송금 받는 게 너희들에게도 좋을 거야. 그것이 아빠․엄마에게 호강이다. 이주리 :
ㅋㅋㅋ 네,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게요.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